4년 전 6살 꼬마 아가씨가 치과를 방문한 적이 있다. 치과 오기를 무서워하며 고사리 같은 손을 오돌오돌 떨며 울던 꼬마 아가씨. 진료실에 들어오기 싫어 엄마 치맛자락을 잡고 흔드는 아이를 보며 엄마가 “지영아! 치료 받아야지”라고 타일렀다. 바로 그때 한참을 울던 아이는 엄마의 말에 고개를 획 돌리며 엄마에게 소리쳤다. “지영이라 부르지마! 강아지라고 불러!”살짝 미운 6살 꼬마 아가씨의 말에 아이를 쳐다보고 있던 나를 비롯한 치과 직원들은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다. 4년이 지난 며칠 전 그 꼬마 아가씨가 치과를 다시 방문했다. ‘강아지’라 불러달라며 울고 있던 아이의 얼굴은 그 때 그 얼굴 그대로였지만 키는 한 뼘 반 이상은 큰 것 같았다.얌전하고 수줍은 미소로 치과로 들어서던 꼬마 아가씨 ‘지영이.’ 지영이와 눈을 맞춘 나는 “지영아, 선생님 기억해? 그때 우리 지영이 치료 잘 받아서 토끼 인형 만들어줬는데~ 기억해?”라고 물었다. 지영이는 누가 토끼인형을 줬는지는 모르지만 누군가 토끼인형을 준 것만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는 듯 함박웃음을 지었다. 4년 전 치료를 안 받겠다고 울고 떼를 쓰고, 화를 내던 그 때의 지영이는 어디가고, 밝게 웃으며 스스로
새해가 시작돼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회무에 진력을 다하고 있는 집행부에 힘은 실어주지 못할망정 오히려 회무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움직임이 있어 문제다.최근 서울지부의 모 구회와 경기지부의 모 분회 총회에서 최남섭 협회장에 대한 불신임 안건을 상정하고 이를 통과시켰다. 문제는 총회에서 불신임에 대한 배경 설명을 담아 회원에게 배포된 문건이 사실과 전혀 맞지 않는 왜곡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문서에서 제기한 내용들은 최남섭 협회장이 이미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했거나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된 회무에 대한 내용임에도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어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회원을 호도하고 있다.유디치과에 대한 검찰 기소를 이끌어 낸 집행부 공로는 없어지고 1인 1개소법 사수에 대한 의지도 능력도 보이지 않는다고 폄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열렸던 임시총회에서 논의된 전문의제도는 논의과정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제도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일진대 배임행위라고 일축해 집행부를 힘 빠지게 하고 있다. 집행부의 성과는 뒤로 한 채 왜곡된 내용으로 회원들을 호도하고 집행부를 끌어내리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내부적으로 분열을 일으킬 뿐만
드론, IoT, 자율 주행 자동차, 3D 프린터, 가상현실, 증강현실, 빅데이터, 인공 지능 등 뉴스를 통해 접하는 IT의 발전을 보고 있으면 숨이 찰 지경이다. 아직은 우리의 생활에 많이 와 닿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의 직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듯 싶다.생각해보면 치과만큼 의료 디지털의 선두주자는 없는 것 같다. CAD, CAM을 넘어서 3D 프린팅을 통해 보철, 교정 치료를 오래전부터 시도하였으며 개인 치과의원들도 3차원 CT나 CAD, CAM, 스캐너 등을 갖추고 진료를 하고 있다. 아직은 3D 쪽에만 치우친 면이 있지만 빅데이터, 증강현실, 인공지능도 치과 발전에 접목을 시켜야겠다. 그런 면에서 최근 학회 설립과 함께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치과의사들이 많은 점은 매우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치과대학의 학제가 대학원 제도로 바뀐 후 이공계를 학부 전공하고 치의학 교육을 받는 인재들이 많은 현실에서 볼 때 교육 이수과목에 추가되면 새로 나오는 치과의사들에게 더 넓은 범위의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나 그들은 첨단 디지털 시대에 누구보다 익숙해져 있는 세대이기에 시너지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생각된다. IT는 트렌드를 많이
고대로부터 치의학은 의학의 일부로 여겨졌고 미용적이나 기능적인 측면에서 삶에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구강 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필요한 처치 방법을 알지 못하여 구전된 방법으로 처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처치 방법이 어떠한 기전을 바탕으로 하는지에 대한 근거는 다양했지만 희박했으며 이론적인 배경보다는 처치하는 이의 명성에 기대거나 종교의 힘을 빌리는 경우도 있었다. 내과의에 의해 경시되던 치과 치료가 현대 서양 학문의 형태를 갖추는데 18세기 프랑스 의사 피에르 포샤르의 역할이 지대했다. 피에르 포샤르는 치과 치료를 학문의 형태로 발전시켰지만 질환의 원인을 수천년간 지속되어온 ‘체액설’에 기댔기 때문에 백여년 뒤 루이 파스퇴르가 실험을 통하여 증명한 세균설을 기준으로 본다면 비과학적인 접근을 했다고 할 수 있다.서양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대부분의 의학적 지식을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경험 의술로부터 얻었기 때문에 현재의 기준으로 본다면 이해하기 힘든 주장도 있다. 히포크라테스가 치과와 관련하여 설명한 내용은 많지 않지만 그 가운데 ‘남성은 여성보다 치아의 개수가 많다’라는 주장은 눈길을 끈다. 이 주장은 이 후 이천년에 걸쳐 최고의 과학자로 칭송
보건복지부가 지난 12일 1회용 주사기 등의 재사용을 근절하기 위해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 이어 최근 충북 제천시와 강원 원주시에 있는 의원에서 또 다시 주사기 재사용으로인한 감염이 발생한데 따른 조치였다.복지부가 내놓은 대책에는 보험공단과 심평원 내 빅데이터를 활용해 재사용 의심기관을 선정, 별도의 조사반을 구성해 3월부터 5월까지 의료기관에 대한 일제 현장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의료법상 처벌 규정 강화와 함께 1회용 주사기 불법 시술로 인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대해 즉각 수사 의뢰할 계획이며,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의료법을 개정해 면허취소처분의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치과의료기관 내의 감염을 예방하고 억제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감염관리지침을 개정하고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함으로써 감염예방과 진료에 도움을 주는 등 평소 감염관리 예방에 앞장서 온 치협으로서는 이번 복지부 근절 방침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바는 없다. 그러나 복지부가 이번에 대책으로 내놓은 방안들이 강압적인데다 지나치게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협박성에 가까워 의료인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의료인을 예비 범죄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를 일으킨 다나의원과 같이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한 의료기관이 또다시 적발됐다. 보건복지부는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환자 100여명이 C형 간염에 감염됐다고 하였으며, 제천 양의원 역시 주사기 재사용 사실이 확인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현장조사를 하는 한편 면허취소도 불사하는 등 처벌규정을 강화하겠다고 하고 있다. 지난해 뇌병변 장애 2급 판정을 받고 수전증을 앓으면서 진료를 하다가 생긴 다나의원 사태로 인해 복지부에서 ‘의료인 면허신고제 개선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하였는데, 더 나아가 정부가 주도하여 자질문제가 있는 의료인의 면허를 제한하겠다고 나서는 지경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다. 최근 강남 소재 건강검진센터에서 수면내시경을 받는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의사가 검찰에 고발되면서, 의료인의 성추행에 대한 문제의식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의료인의 성추행은 국민의 신뢰를 배반하는 것은 물론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해 3월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등록된 회원 1만768명을 대상으로 ‘2015년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
대여치 정책위원회는 지난 1월 20~22일 2박3일간 일본을 방문해 ‘일본 노인요양시설의 구강 보건 서비스 실태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에 3회에 걸쳐 생생한 방문기를 게재합니다.2016년부터 노인 장기요양시설에서 치과의사가 기존 의사 및 한의사와 더불어 촉탁의로 활동 가능하게 되도록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이 진행되어 시행 될 예정이다.대한여자치과의사회 정책위원회(위원장 심현구)에서는 치과정책연구소(소장 홍순호) 지원으로 1월 20일부터 22일까지 일본의 실태를 조사하고 왔다. 이지나 회장, 김수진, 박지연 정책이사. 곽정민, 박인임 정책위원 및 후속되는 법 개정의 필요성과 국회와의 협조를 위해 박수현 국회의원(더불어 민주당)을 동반하였다.방문기간 동안 일본치과의사회, 일본국회의원 면담 및 일본치과대학 구강 재활 전문 병원인 타마클리닉,동경도 스기나미 구에 있는 노인요양시설인 나요우엔을 방문하여 보고,듣고,토론한 전 과정을 영상으로도 기록하는 과정이었다.방문 1일차에는 일본치과의사회의 야나시니 회장으로부터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고령자 방문진료의 현황에 대해 들었다. 또한 일본 치과 무역협회(JDTA) 주관으로 치과협회, 치과기자재협회, 후생성 및 경제
어릴 적 동네에 대형마트가 처음으로 생겨 가족끼리, 친구끼리 구경 가는 것이 특별한 일이었던 적도 있었다. 아파트 분양 광고에도 부지 인근에 대형마트가 있다는 것이 엄청난 장점인 것처럼 부각하여 광고를 하는 요즘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형마트가 있는 건물에는 음식점, 안경점, 세탁소, 커피전문점, 심지어 영화관 등 마트 안에서 어지간한 일들은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되어 버렸으니, 생활에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언제부턴가 나도 장을 본다는 것은 마트를 같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게 되었고,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가 본 일이 손에 꼽힐 정도가 되었다.내가 대형마트를 자주 찾게 된 것은 단지 깨끗한 실내에서 잘 정리된 물건들을 보고 살 수 있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최소한 기본은 되는 듯한 품질의 상품을 더 싸게 산다는 느낌을 받게 된 것이 원인이라면 원인일 것 같다. 특히 1+1의 유혹은 하나 가격에 두 개의 물건을 ‘득템’한다는 심리 때문에 굳이 2개가 필요 없는 음식, 또는 물건이라도 카트에 담고 나선 필요한 것이었는데 싸게 잘 사는 것 같다고 스스로 대견해 하기도 한다. 이러한 소비는 창고형 마트에서 더
페이스북 등 SNS에서 이뤄지는 치과 광고가 도를 넘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최근 페이스북에는 ‘OO치과 타임세일 28일 오후 수술 65만원 / 국산 OO임플란트 + OO캐드캠 컴퓨터 보철 /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 식립 / 연락처 + 성함 + 원하는 개수 남겨주세요~’란 문구의 치과 홍보가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이 같은 과도한 마케팅이 점점 정도를 더하면서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 속에 있는 개원가 질서를 흩뜨리고 있다. 모 치과는 페이스북에서 말도 안 되는 교정수가를 내세우면서 교정환자 1000명을 모집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1차 완판 성원으로 선착순 300명을 추가한다는 치과나, 1만원 이벤트를 벌인다는 치과의 홍보 행태는 영락없이 홈쇼핑 광고와 같은 모양새다. 또 다른 치과는 임플란트 가격을 상호로 내세워 홍보를 하고 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내용을 들여다보면 결국 홍보의 중심에 가격이 있다. 정부에서는 비급여 진료 비용 공개를 추진하는 기조를 펼쳐오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의료계는 이에 대해 반하는 정서를 갖고 있다. 의료는 단순한 상품이 아닐 뿐만 아니라 가격만으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명량’이라는 영화를 보셨는지? 왜나라에서 물살이 쎈 쿠루지마 해협에서 주로 해적질을 하던 쿠루지마를 섭외하여 명량으로 출전하던 토도 다카도라의 배의 깃발에 씌여져 있던 네 글자가 있었으니 바로 ‘대도무문’(大道無門)이다. 정유재란에 다시 부산포에 쳐들어와 칠천량 해전에서 원균을 크게 쳐 부순 후 이제는 330척의 배를 가지고 서해 쪽으로 마치 문, 즉 가로막는 적이 없는 것처럼 빠르게 북상해 육군과 연합해 조선과 명나라를 멋지게 쳐부수겠다는 의지를 네 글자로 표현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영화라서 왜나라 무인의 무식함을 은근히 비웃기 위한 설정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게 아니라 역사적으로 토도가 정말 그랬다면 원래 뜻을 몰랐거나 아니면 일부러 무시한 것이 되어 버리는 것으로, 나름 대단한 호연지기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대도라는 것은 쳐들어 올 명분이 없는 전쟁을 시작하여 수많은 양민을 학살하는 것이고 무문이라는 것은 조선의 해군은 마치 문이 없는 것처럼 뚫릴 것이라는 뜻이니 이 얼마나 아전인수 격의 이치에 맞지 않는 해석인가?얼마 전 돌아가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좌우명이 ‘대도무문’이라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은 이 말을 바른 도리에는 거칠 것이 없
2015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자기가 살아온 시대의 기록자를 자처하고 있다. 그는 거대한 역사의 물결 속으로 흘러가버린, 그러나 그 속에서 살아온 이들의 삶 속에 무늬처럼 남겨진 자취들을 채집하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 ‘세컨드핸드 타임’은 소비에트 시절을 거쳐온 이들의 속살을 드러내 보여준다. 작가는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들을 호모 소비에티쿠스라고 명명하면서 그들을 사로잡고 있던 열정은 무엇이었고 그 열정이 사라진 후에 도래한 삶의 실상은 무엇이었는지를 집요하게 묻는다. 스베틀라나는 소설의 들머리 격인 ‘어느 가담자의 수기’에서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고 말한다. “아버지들은 자유란 공포가 부재할 때를 말하며, 쿠데타 세력을 제압했던 8월 중의 3일이 그 자유에 해당한다고 대답했다. 또 식료품 가게에서 백 가지 종류의 햄 중 하나를 고르는 사람이 열 가지 햄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사람보다 자유로운 인간이라고 했다. 얻어맞지 않고 사는 것이 자유지만 얻어맞지 않고 사는 세대는 죽을 때까지 보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세컨드핸드 타임, 김하은 옮김, 이야기가 있는집,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