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요즘 임플란트 비용이 많이 내렸다고 하던데, 돈을 모아 놓았으니 치료 받으러 갈게.” 진료 받으러 오셔서는 깜짝 놀라시는 표정이었다. “아니 임플란트 하나에 몇십만원 한다고 광고 나오던데, 비용이 다 같지 않나?” 비보험 수가 비용을 같이 책정하면 공정거래 위반이 된다는 둥, 재료비랑 기공료ㆍ인건비는 어떻고, 상태에 따라서 뼈이식 등 다양한 수술을 하게 되는 상황을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것이 구차했다. 그동안 열심히 진료해서 잘 지내시는 환자분들도 광고에 나오는 가격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미루어 짐작이 된다. ‘혹시 진료비를 과도하게 낸 것이 아닌가?’ ‘너무했네, 그렇게 잘해주던 나에게 이렇게 비싸게 받고….’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경제성과 효율성을 따지는 것은 기본이지만, 진료비를 아주 저렴하게 광고하는 것은 환자를 유인하여 과잉치료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은 더욱 심해져서 유튜브 쇼츠에도 광고가 나온다. [**만원만 있으면, 임플란트 4개 이상도 해드리고 있습니다.] 이런 광고를 보는 순간, 온몸이 오그라들고 진료가 아니라 물건을 파는 느낌이 드는 것은 필자의 생각만
노인은 일반적으로 중년 다음 단계로 평균 수명에 이르렀거나 그 이상을 사는 사람입니다. 노인은 신체적으로는 생리적·생물학적인 면에서 퇴화기에 있고, 심리적으로는 정신기능과 성격이 변화되고 있으며, 현대사회에서 은퇴 등을 통해 주요한 사회적 역할의 상실을 겪습니다. 퇴직연령이 일반 기업체의 경우 55세, 일반 공무원은 60세이므로 은퇴 시점을 고려한 사회적 접근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국제노년학회에서는 노인이란 ‘인간의 노화과정에서 나타나는 생리적, 심리적, 환경적 변화와 행동의 변화가 상호작용하는 복합 형태의 과정에 있는 사람’ 이라고 정의합니다. 노인이란, 복잡한 인간의 노화과정이 자신의 신체나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를 의미하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65세 이상이면 법과 제도상으로 노인으로 분류됩니다. 한국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한 1964년에 처음으로 노인을 규정하는 기준으로서 ‘만 65세’라는 나이를 도입하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60년전에 도입한 연령 기준인 것이죠. 17년 후인 1981년 노인복지법을 제정하면서 역시 노인을 65세 이상인 자로 규정하였고,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나 노령연금, 각종 경로우대 제도 또한
2022년 신학기가 되자 2년 가까이 지속되었던 코로나19가 드디어 2급 감염병으로 바뀌면서 온라인 수업이 전면적인 대면 수업으로 바뀌었다. 수업전날에는 약간 설레는 마음으로 수업에 들어갔는데 뭔가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첫째, 학생들 책상 위에 필기구가 거의 없었다. 볼펜이나 노트 대신 태블릿 PC나 노트북이 있었고, 당연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노트에 필기하는 학생이 없었다. 둘째, 수업 중 내 눈을 마주치는 학생이 드물었다. 대부분 내가 미리 보내준 강의 자료를 각자 책상위의 컴퓨터 화면으로 보고 있었고, 교단 앞의 스크린을 보지 않았다. 수업 전에 미리 보내준 강의 자료와 당일에 보여주는 내용이 달라도, 달라졌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학생들의 반응에 변화가 없었다. 셋째, 막상 학생들을 교실에 모아놓고 대면 수업을 하니, 내가 교실에 있다는 것 이외에는 모든 것이 가상공간에 있는 느낌이었다. 즉 실제 학생들이 아니라 학생 얼굴 영상의 집합체 앞에서 강의하는 것 같았다. 내가 강의실에 있다는 것 빼고는 가상현실에 와있는 것 같았다. 이러한 변화가 낯설어서 대학생 딸아이에게 수업을 어떻게 듣는지 물어보았다. 딸아이는 노트북에 저장된 파일을 보여주
정부의 갑작스런 내년 의대정원 2000명 증원 발표에 현재 의료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사실 의대정원을 늘리는 문제는 꽤 오래전부터 얘기되어 왔던 것이고, 이미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연구결과로도 그 당위성이 확인된 바 있다. 의사들의 입장 역시 의사 증원의 필요성에 이견은 없었으나, 이렇게 단 1년만에 현재 배출되고 있는 3000여명 졸업생의 67%에 달하는 2000명을 증원한다는 것이 그 규모나 시기에 있어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기에 그 충격이 더한 것 같다. 정부의 이러한 파격적인 결정은 현 정권의 탄생에 의사들의 지지가 강했었다는 점에서 의사들에게는 또 다른 배신감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특히 현재 약간의 버블이기도 한 의대로의 인재 쏠림 상황에서 그 어느때 보다 힘들게 의대를 들어간 재학생들 및 전공의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사안이기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당장 4월에 총선을 앞두고 있는 여당에게도 정부의 이러한 결정에 이래저래 득실 계산은 했겠지만, 지지층의 표를 많이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로 상당한 부담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부담스럽고, 충격적인 결정의 배경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현재 국민에 대한
재가 노인들(100만명, 2023년 기준)에게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보장하는 구강중재는 치과의사 지시서 작성에 따른 치과위생사의 방문구강간호로 거의 사문화된 상태이다. 하지만 지난 연말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7개 지역사회 통합돌봄 법안이 ‘의료-요양의 통합 지원을 위한 법률’이라는 보건복지위원장 단일안으로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조만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본회의 문턱을 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에 이어 치과계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 법 제15조 제1항과 제6항에 재가 노인의 ‘방문 치과진료’와 ‘방문 구강관리’ 내용이 명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치과 내원과 구강관리가 어려워 방치되었던 구강을 위한 방문진료가 가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에 곧 진행될 방문구강진료를 위해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이하 수원병원) 재택의료센터의 시범 사업으로 진행된 필자의 재가 노인 구강진료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 과거력 및 복합투약 평가 중요 대상자(95세 여성)는 장기요양 2등급 판정을 받고도 요양시설에 가지 않고 70대 아들 부부 집에서 와상(臥牀) 상태로 지내고 있었다. 식사
냇가에서 고무신 배 띄우기 놀이하던 추억의 검정 고무신, 필자의 어린 시절엔 다수가 말표(상품명) 검정 고무신을 신었으며 여자신발은 고무신 모서리 부분에 촌스런 꽃무늬가 그려져서 구분되었다. 형편이 조금 나으면 흰색 고무신을 신었으며 그 중 부잣집 아이들은 운동화를 신기도 했고 부러워한 기억이 난다. 검정 고무신이여도 처음 신을 땐 발이 좀 아팠지만 새 신이어서 기분은 좋았다. 좀 신다보면 발이 적응하여 편해졌으며 사시사철 검정 고무신이여서 겨울에는 지면과 맞닿아 유독 발이 시렸고 동상에 걸린 사람들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특히 겨울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전교생이 교장 훈시 들을 때 발을 동동 굴렸던 기억들을 요즘 아이들이 들으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라며 먹히지도 않을 것이다. 주로 맨발로 다녔기에 신발이 닳아 바닥이 얇아지면 지면에 닿는 가려움과 마찰에 의한 따가움이 합쳐져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결국 신발에 구멍이 날 때까지 신다가 새 신 사달라고 졸랐던 기억들… 오래 신으면 늘어나기도 하고 구멍도 나서 달리다가 잘 벗겨지고 발바닥이 까지기도 했다. 필자는 전교생이 상당히 많은 초등학교에 다녔다. 신발장이 초등학교 교실 복도에 있었는데 검정 고무신이
소통이 절실한 2024년 새해가 밝았고, 한 달이 지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요구와 주장으로 가득하고 대답이 없는 불통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보는데, 이와는 달리 전문가 집단인 우리 치과계가 보건의료계의 중심에서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주요 일간지를 비롯한 주요 일반 언론들은 정치적인 편향성으로 신뢰도가 하락되어 있으므로, 올바른 보도와 소통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양한 치과계 언론이 치과의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계와 국민과의 소통의 창구로서 활약하기를 기대해 본다. 치과의사는 생명을 지키고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행위 뿐만 아니라 사회 지도자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하므로, 치과계 언론은 정치ㆍ사회 및 보건의료계의 소통의 중심이 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소통의 역할을 위해서, 치과계 언론이 국민에게 치과계 현실을 올바르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기대해 본다. 일반 언론들은 흥미나 사건 위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보건의료에 대한 올바른 시선으로 치과계 상황을 정
2024년 1월 11일, 전 세계 사람들이 신의 직장이라 칭송했던 ‘구글’이 대규모 직원 해고를 감행했습니다. 연봉·복지가 뛰어나고 한번 고용한 직원은 잘 해고하지 않아 ‘신의 직장’으로 평가받던 구글이었기에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어시스턴트 부서와 하드웨어와 엔지니어링 부서에서 수백명이 직장을 잃었습니다. 핏빗(Fitbit) 공동 창업자였던 제임스 박과 에릭 프리드먼도 여기에 포함됐습니다. 이번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 직원들은 내부 소식란을 통해 이러한 해고는 비인간적인 해고이며 관련한 공식 설명을 하지 않은 회사에 실망을 쏟아냈습니다. 2023년 1월 구글 전체 인력의 약 6%인 1만 2000명에 대한 첫 대규모 해고가 있은 이후, 기업 문화가 완전히 변화했다고 합니다. 구글은 이번 해고에 대해 회사의 우선 순위와 향후 중요한 기회에 책임감 있게 투자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에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부연설명을 하였습니다. 구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미나이(Gemini)’ 개발과 생성형 AI 개발에 매달리고 있죠. 세계적 전자상거래와 웹서비스의 대표주자인 아마존(
코로나19가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제1급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되었던 2020년 12월 중순, 60대 남자 환자가 하악 정중부와 양측 과두 골절로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환자는 구강 내 다발성 열상으로 인한 구강 내 출혈과 양측 외이도 출혈, 치아파절과 충치로 인한 다수 잔존 치근이 관찰되었다. 환자는 발열, 호흡기 증상, 인후통, 근육통 등의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자” 또는 “감염의심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응급진료 원칙에 따라 PCR 검사하기 전에 우선 응급처치를 하도록 구강악안면외과로 의뢰되었다. 당직 전공의는 구강 내 출혈부를 봉합하고 골절에 대한 악간 고정과 핸드피스를 이용한 잔존 치근을 발치하였다. 불행하게도, 다음날 병동 이송 직후에 확인된 PCR 검사 결과, 그 환자는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인되었다. 무증상 코로나19 감염자였던 것이다. 해당 환자와 그 환자의 병실에 있었던 입원환자들도 모두 격리병실로 이송되었다. 그 환자의 진료에 관여하였던 응급의학과·이비인후과·우리 과 전공의, 응급의학과·외상 센터·병동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총 33명의 의료진이 무증상 감염자에 대한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2주간 자가격리
‘지식의 저주’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저는 위즈덤 하우스에서 출간된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김범준 저)라는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책의 가장 말미에 다섯 번째 ‘좋은 말투의 법칙’으로 ‘지식의 저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책 말고도 다른 곳에서도 ‘지식의 저주’에 대한 내용 소개는 많습니다. 내가 알면 남도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틀렸다는 사실, 이것이 ‘지식의 저주’라고 합니다. 흔히 미국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뉴턴의 실험을 예로 들어 설명합니다. 한 사람은 테이블을 두드리는데, 누구든 들으면 알만한 노래를 머리 속에서 생각하며 그 노래의 박자에 맞춰 테이블을 두드립니다. 예를 들면 ‘학교 종이 땡땡땡..’ 이런 노래를 상정해 테이블을 두드리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은 그 테이블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그 노래가 어떤 노래일지 알아 맞춰야 합니다. 두드리는 사람은 듣는 사람이 대략 50% 정도는 맞출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로 듣는 사람은 겨우 2.5% 맞췄을 뿐이라고 합니다. 즉, 모두 120곡으로 실험을 했는데, 고작 3곡을 맞췄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지식의 저주’ 실험입니다. 교사는 자신이 알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지나고, 2024년 새해가 밝았다. 2024년은 갑진년(甲辰年)으로 푸른색 용(靑龍)의 해이다. 갑진은 10개의 천간과 12지신으로 이루어진 60개의 조합에서 41번째 조합인데, 12개의 지신은 각기 동물을 상징하며, 10개의 천간은 고유의 색이 있다고 한다, 갑을은 청색, 병정은 적색, 무기는 황색, 경신은 백색, 임해는 흑색이고, 12지신에서 진(辰)은 용을 뜻하므로 갑진은 청색 용의 해가 되는 것이다. 도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고구려 고분 벽화의 사신(四神)도에도 청룡이 나오는데, 현무는 거북, 주작은 새, 백호는 호랑이를 연상케 하지만 청룡은 전적으로 가상의 동물이다. 사신 중 청룡은 동쪽을 수호하며 모든 생명의 탄생을 주관하는 역할과 함께 오행 중 나무와 봄을 관장하며 날씨와 기후도 다스린다고 한다. 특히 청룡은 용기와 도전, 자유와 창의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렇게 전통적인 좋은 의미 외에도 2024년은 숫자 자체로도 뭔가 깔끔하고 딱 떨어지는 느낌이기에 뭔가 모든 게 별일없이 순조롭기만 할 것 같다. 하지만 새해에는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내외에 크고 굵직한 행사들이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