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60번째 영혼을 자극받는 상처가 없기를 진료가 없는 주말 아침, 인기척이 드문 교수 연구동 복도를 지나 연구실 문을 열면 평화로운 적막감이 감싼다. 높은 하늘과 나무들이 보이는 창가에서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다행히 큰 일 없이 지나왔다는 안도감이 든다. 감사한 일이다. 청년 시절에는 아무 일이 없는 하루가 꽤나 지루한 일상으로 여겨졌을 텐데, 중년이 되어 느끼는 ‘아무 일 없음’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며칠 전 수학여행을 떠난 딸아이는 아무 일 없이 오늘 집에 도착하기를 바라고, 연구실 책상 한 쪽에 있는 액자의 사진에서 웃고 있는 젊은 제자들은 아무 일 없이 열심히 공부하며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성장하기를 바라게 된다. 또한 결혼하여 20년을 같이 한 아내와도 아무 일 없이 오래도록 같이 지내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팔불출만의 희망 사항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간혹 사회에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뉴스를 접하면 오늘의 무사(無事)는 하찮은 시간의 흐름으로 전락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렇게 성공을 이룬 사람의 화려함 뒤로는 의외로 충격적인 사건들이 가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지금은 누구나 선망하는 회사를 일군 한 CEO는 한창
제1559번째 일상의 소중함을 느낄때!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요, 명예를 잃는 것은 많이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은 것이다.”물이나 공기처럼 인간의 생존에 없어서는 안되는 것 등이지만 평소에는 그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건강 또한 그렇습니다. 건강할땐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크고 작은 질병으로 고생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건강의 고마움을 깨닫게 됩니다. 계절의 여왕 5월. 어느날, 하루가 다르게 푸르름을 더해가는 산천을 멀리서만 보고 있을 수 없어 맘 먹고 주말 오후 산행을 시작합니다. 길섶 풀길따라 피어있는 갖가지 들풀과 들꽃 감상에 오랜만의 산행이지만 과히 숨차진 않습니다. 숲속 소나무향을 맘껏 들이 마쉬면서 진료실에서의 탁한 공기를 토해내길 반복합니다.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입니다. 만사 제쳐 놓고 주말엔 꼭 산행을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며 걸음을 재촉합니다. 가벼운 발걸음을 너무 쉽게 내딛은 탓인지 아차 순간에 미끄러지면서 무게 중심을 위해 냅다 잡은 잡목이 꺾이고 몸이 앞으로 쳐박혀버렸습니다. 큰 부상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싶은데 오른쪽 손목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n
제1558번째 ‘덴타폰’ 30주년 공연을 자축하며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었을 법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흠모하는 대상이라고나 할까.각 치과대학에도 하나쯤은 결성이 되어있고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는 그룹들이 많은 걸로 안다. 덴타폰! 부산치대생과 졸업한 치과의사들로만 구성된 동아리! 치과 신문에 치과의사들로 구성된 밴드가 있다고 한번씩 기사거리로 나온다. 하지만 여기 우리 덴타폰은 별난 사람들이 좀 더 많이 구성되어 있어서 소개를 드리고자 한다. 덴타폰이 창단된 것은 81학번 선배들의 의기투합으로 이뤄졌다. 창단된 후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애착을 가진 멤버들의 노력으로 명맥이 유지되고 발전해 왔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30년의 세월을 더해오는 동안 회원수도 120명을 넘어서고 현재 연주하고 활동하는 졸업생들만 50여명에 이른다. 2000년에 20주년 기념 공연을 계기로 졸업생 팀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그 이후로부터 매년 2회 봄, 가을로 꾸준히 오비 밴드들만의 공연을 해오고 있다. 2001년에 전용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연습해오다 재작년에 한층 업그레이드 된 스튜디오로 리모델링해서 우리만의 보금자리를 꾸몄다. 사실 세월의 경과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
제1557번째 ‘님’이라는 글자에점 하나만 찍으면~ 그래, 그렇다더라.어느 유명한 가수의 노래에 따르면,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님은 남이 되어버리고 만다.오~ 이 얼마나 명쾌한가! 님이 남이 되어버렸던 무수한 연애담(오해는 마시길, 간접 연애도 포함되어 있으니)을 들춰보며 진리를 이렇듯 멋지게 표현한 작사자에게 무한한 경의를 표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점" 하나만으로도 ‘님"이라는 사랑스런 단어가 ‘남"이라는 무심한 단어로 바뀌게 된다는 그 경이적인 발견이었다. 이보다 더 재미있고 오묘한 언어 유희가 또 있을까. 비슷하면서도 정말 상반된 의미를 갖는 단어. 무언가에 홀린 듯 신이 나서 ‘다른 것은 또 없을까" 단어들을 찾아본다. 그런데 이게 처음에는 마냥 재미있던 놀이가 점점 무겁고 심각한 것이 되어버린다. “꼼꼼!, 그리고 비슷한 단어 깐깐! 오~ 너무 멋지다!”사실 꼼꼼과 깐깐은 비슷한 면이 많다. 말의 운율도 그렇거니와 놓치지 않고 빈틈없이 일을 처리한다는 면에서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꼼꼼하면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지만, 깐깐하면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고 불쾌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비슷해 보
제1556번째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15년전이 넘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그만큼 오랫동안 내 마음을 지배했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시절 내게는 모든 학생으로부터 절대적인 존경과 신뢰를 받던 국어선생님이 계셨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의 주인공인 ‘로빈윌리암스’와 감히 비교할 수 있었던 현실의 선생님이셨다. 선생님이 어느날인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셨다.“너희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게 무엇인지 아니?”한참때의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귀신, 바퀴벌레, 엄마, 시험, 여자, 강도, 국회의원, 무식한 거요~~”로빈윌리엄스 같은 선생님이 조용하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그건 익숙해지는 거란다.”아니 귀신이나 무장강도보다 무서운게 고작 익숙해지는 거라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선생님은 부연설명을 해 주셨지만 당시의 나는 그 말씀을 확실히 이해를 할 수 없었고 언젠가 이해를 할 거라는 선생님의 말씀만을 믿기로 했다. 나는 좋은 말은 수첩에 적어두고 곱씹는 버릇이 있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수첩에 잘 적어두었다.‘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익숙해 지는 것이다.’긴 세월이 지난 지금 선생님의 말씀이 살아있는 생물처럼 조금씩 내 마음속에
선배님, 어떤 인생을 살아가는 치의가 돼야 합니까? 여기 두 개의 사진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진이 바로된 또는 제대로 된 사진이라고 생각하시나요?후지산 연못에 비친 반영을 찍은 것인데 위 아래를 바꾸어도 보는 시각에 따라서 각각의 사진이 되는 그런 구도입니다. 이 사진을 어떻게 보는 것이 맞는가? 에 대한 질문처럼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가? 에 대한 질문에 딱 정해진 답이 없다는 걸 느끼고 살아갑니다.제가 공보의때부터 시간나면 선배님들 치과를 찾아가 observation하며 점심 저녁도 얻어먹고 치과 이야기는 물론 인생에 대해서도 선배님들께 항상 조언을 구하며 해결책을 얻기도 했습니다. 연수회에서 알게된 원장님의 살아가시는 스타일이 아주 쿨하시고 본받고 싶어 그 분을 알고자 부산사는 제가 천안까지 병원 구경겸 원장님 뵈러 간적도 있을만큼 여러 선배님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느끼고 배우는 걸 무척이나 좋아합니다.항상 인생 선배님들로 그분들은 저에게 많은 걸 일깨워주시기도 하고 많은 모습을 보여주시기도 하십니다. 매번 느끼는 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생태계 종의 다양성 만큼이나 무척이나 다양하다는 것입
대한여자치과의사회와 함께한 2년 구 양 희하늘미소치과의원 원장전 대여치 공보이사 2008년 3월쯤이었나 평소 잘 아는 선배로부터 대한여자치과의사회(이하 대여치)일을 좀 도와달라는 부탁을 듣고 그 선배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고 단지 그 선배의 일을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길게 생각하지 않고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했었는데, 곧 심현구 전 대여치 회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오고 일을 도와주겠다고 해서 고맙다는 인사말씀과 함께 공보이사직을 제의하셨고 심 회장님의 탁월한 언변으로 인한 설득력에 난생 처음 해보게 될 공보이사직을 그 일이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잘해보겠다고 말씀드렸었다. 그렇게 얼떨결에 대여치 공보이사가 되었고 첫 태동이 되었던 역사문화유산 탐방, 초도이사회, 춘계 임원 워크숍 등의 행사를 해나가며 관련 사람들에게의 연락, 여러 종류의 문서작업, 사진작업, 기자들과의 접촉 등등 전에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해나가게 되었고 그러면서 치과와 집만 오갔던 단조로웠던 나의 생활에 활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여치 일을 하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심현구 회장님, 김은숙 수석부회장님과 심경숙, 최영림 부회장님과 여러 이사님들, 그리고 이 자리에 다 열거하지 못하는
제1553번째 자연 예찬(2) ‘꽃은 왜 향기가 날까?’ 자연의 존재에 대한 두 가지 해석 : 기계론적과 목적론적 설명방식 손 경 상 원주 상아치과의원 원장 한편 자연의 존재에 대한 두 가지 매우 다른 목적론적 설명 방식이 있다. 우리 인간의 삶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꽃에 대한 이 두 가지 목적론적 설명방식을 비교하여 보자. 꽃이 향기를 내는 이유 곧 ‘왜’를 알아보자. 먼저 ‘꽃이 향기를 내는 이유는 벌과 나비를 유인(유혹)하여 수정을 함으로써 자신의 종족을 번식하기 위함이다’ 또 다른 목적론적 설명은 ‘꽃이 향기를 내는 이유는 벌과 나비를 초대하여 꿀을 주고 상호간 유익을 주는 협력의 방법으로 꽃은 수정을 함으로써 자신이 존재하여 인간에게 행복을 주기 위함이다’ 두 번째 설명 방식에 대하여 혹자는 이의를 제기할지 모른다. 꽃이 어떤 의식이 있어서 인간의 행복을 생각하겠는가 하는 이유에서 이다. 그런데 우리가 솔직한 마음으로 꽃의 존재이유를 살펴본다면 우리는 두 번째 설명에 동의를 할 수밖에 없다. 요즘 고양시, 안면도를 비롯해 여러 지자체에서 꽃박람회를 개최한다. 꽃박람회를 하
제1552번째 자연 예찬(1) ‘바닷물은 왜 짤까?’-자연의 존재에 대한 두 가지 해석 : 기계론적과 목적론적 설명방식 8월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피서를 떠난다. 바닷물은 계곡이나 강 등의 민물과는 다르게 매우 짜다. 어릴 때, 바다에서 놀면서 ‘이렇게 많은 바닷물이 짜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짠 바닷물은 어린 마음에 매우 불필요한 것으로 보였다. 왜냐하면 바닷물이 눈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눈이 쓰라리고 아팠고, 짠 물에서 논 다음에 머리를 감으면 머릿결이 뻣뻣하고 이상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도대체 바닷물은 왜 짠 것일까? 과학은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함에 있어서 두 가지 서로 매우 다른 탐구 방법을 사용한다. 하나는 기계론적 설명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목적론적 설명방식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뇌를 설명할 때, 기계론적인 설명은 인간의 뇌는 몇 종류의 약 1000억개의 신경세포들로 이루어진 기관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우리 인체를 생명 현상과 관계없이 로봇 같은 기계적인 조합으로 보아 어떤 부품으로 우리의 뇌가 이루어졌는지를 들어서 뇌를 설명한다. 반면 목적론적 설명은 인간의 뇌란 여러 기관들을 조정하여 우리가 생
즐거운 상상(想像) 박 선 재미술관치과의원 원장 가끔 난 길을 걸을때 산을 오를때 무심히 떨어진 나뭇가지와 나뭇잎에서 새로운 모양을 발견하곤 한다.강변을 거닐때 눈에 띄는 돌맹이에서 예쁜 여인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길에 떨어진 철사조각에서 성화(聖火)모양을 발견하곤 즐거워 하기도 한다.한번은 가족모임으로 임진강가를 간 적이 있다.눈에 띄는 예쁜 돌이 있어 처음 장가든 조카사위에게 즐겁게 내밀었다. 헌데 조카사위는 이 예쁜돌을 슬며시 땅에 버리는 것이 아닌가 내가 예쁘다고 준 물건을 바로 버리다니….내심 섭섭해 했지만 이렇듯 모든 물건은 나에겐 보물이요,남에겐 한낫 돌맹이일 뿐이다.가끔 오르던 대모산에서 난 곧잘 무얼 주워온다.벌레구멍 숭숭난 낙엽, 쭉정이 밤.아내는 이런 날보고 왜 하필이면 알밤도 아니고 쭉정이밤이냐고 빈정대지만 난 이런 사물에 새로운 모양을 발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왜냐고? 그냥 즐거우니까…. 애지중지한던 많은 물건들을 두고 떠나시던 장모님 생각이 난다.평생 아까워 잘 입으시지 않던 옷들, 잘 닦아두고 쓰시지 않던 그릇들… 결국 그 아끼시던 옷들이 간병 아줌마 손에 넘어가지 않는가?소중했던 것들이 돌아가신 후
“별일 없으면 오늘 같이 봉사갈 수 있겠니?” 모처럼 온 가족이 모인 일요일 아침 식탁에서 아버지께서 물으셨다. 이전 같으면 1주일 내내 그만큼 했으면 됐지 일요일까지 무슨 놈의 진료냐면서 장난 섞인 반항을 한번 했겠지만 얼마 전 평소처럼 귀를 잡아서 끌고 가실 것을 예상한 반항에 섭섭한 표정으로 정말 혼자 가버리셨던 일을 상기하면서 순종적으로 따라 나섰다. 인사동 근처의 노인복지센터. 학부생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봉사를 다녔고 이제 열린치과의사회 회원이기도 하지만 이곳은 처음이다. 약간은 뿌듯함과 약간은 설레는 마음으로 진료실에 들어섰지만 얼마 안가서 큰 후회가 밀려왔다. 대부분의 환자가 denture repair(틀니 수리)가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일반인에게는 틀니 그까짓 거 플라스틱으로 대충 만들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denture 제작은 상당한 기술과 지식이 필요한 것으로 수리 역시 미숙한 의사가 함부로 만졌다가는 완전히 망가져서 아예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초보의사인데다가 겁도 많은 나는 그저 진료 보조 역할 외에는 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진료 보조로서도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졌으니 숙련된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