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지천에 널린 꽃이라 누가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시멘트와 오염수로 인하여 마을에서는 설 땅을 잃고 점점 산중으로 밀려나는 처지가 서글픕니다. 예쁘다 보고가기만 해도 좋으련만, 자기 사진만 남기고 짓밟아 버리는 비양심은 이제 그만. 질투는 당신의 힘이 되지 못합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오늘 올린 꽃은 [얼레지]라는 꽃입니다. 이파리에 얼룩무늬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가재무릇]이라고도 합니다. 이른 봄에 만나는 야생화들이 다 예쁘고 반갑습니다만. 꽃잎을 뒤로 말아 올리고 도도하게 유혹하는 얼레지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봄꽃의 여왕’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지요. 꽃말은 ‘질투’도 있습니다만, 산바람에 춤을 추는 모습은 영락없는 ‘바람을 만나 여인’입니다. 대개 보라색을 띄는데 저렇게 흰색으로 드물게 피어납니다. 사진 촬영을 위해서는 경배하듯 납작 엎드려 촬영을 하여야 합니다. 나물로도 맛있게 먹기도 했다고 합니다만, 지금은 깊은 산중으로 찾아가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 사진 찍고, 몇 시간 후 하산 길에 다시 가보았습니다. 꽃대가 꺾인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고 허탈함이 밀려들어 한동안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이이(李珥) 선생님은 사람이 내는 소리로 뜻을 가지고, 글로 적히고, 쾌감을 주고, 도리에 합당한 것을 문학이라 한다고 규정하였습니다. 쾌감을 주고 도리에 합당한 것이 문학이라고 한 것입니다. 즐거움과 깨우침 중에서 즐거움을 엄격하게 제한하지 않으면 문학에 포함시킬 수 있는 말이나 글이 아주 많아집니다. 깨우침을 부차적인 요소라고 한다면, 문학적 표현은 실용적인 언어 사용과는 다르다는 점이 강조되고, 문학의 범위는 줄어들겠죠. 현대에는 시, 소설, 에세이 같은 문학과 그 이외의 비문학은 구분되어 있지만, 그 경계가 모호한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경영, 과학, 인문학에 관련된 비문학 책들은 한 분야에 집중하면 깊이가 깊어지고 읽는 속도도 빨라집니다. 뭔가 논리적으로 결론이 명확한 책들이 많아서 늘어난 지식에 뿌듯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설 같은 문학은 다릅니다. 읽을 때마다 다 다
사람들은 ‘꿈이 뭐냐?’고 흔히 질문한다. 남들은 유튜버, 교사 등 쉽게 답하는 질문이지만, 나는 선뜻 대답을 못 했다. 고등학생 때 희망 진로에는 아버지의 직업인 ‘회사원’을 적었고, 공부보다 게임이 좋았던 나는 대학진학에 실패하고 야간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밤새 허리가 끊어지게 일을 하고 받은 일당은 8만원이었다. 욕설이 난무하는 이곳을 벗어나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직업을 갖고 싶었고, 그 결과로 치과대학이라는 목표가 생겼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에 큰 생각이 없었기에, 예과 생활은 세상에서 제일 신나게, 하고 싶은 건 다 하며 보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부 과목만 열심히 공부하고 나머지 시간은 동기들과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며 예과 2년을 보냈고 석차는 당연히 바닥이었다. 본과생활이 시작되었다. 수업의 절반은 실습이었고 구강과 관련된 말밖에 없는 전공 책을 보며 마음이 아주 답답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법랑질과 상아질도 구별 못 하고 영어로도 쓸 줄 모르는 실력이었기에 책을 보면서 두려움이 더 커졌던 것 같다. 그래도 기본은 하자라는 생각에 강의를 듣고 공부하기 시작하였지만, 공부하면 할수록 나는 너무 부족하고, 안일하게 지내왔다는 생각에
■ 고해상도 파일은 아래 PDF 첨부파일 클릭하세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이용권 원장 ·청주서울좋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 instagram@omfs.lee e-mail : denlyk@naver.com
지난 3월 12일 오스템 덴올(Denall) 스튜디오에서 “고령과 장애에도 건강한 구강”을 주제로 고령사회 치과의료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은 치과의사협회와 치의학회의 후원 하에 5개 분과 학회(노인의학회, 여성치과의사회, 예방치학구강보건학회, 장애인치의학회, 치과보험학회)가 연합하여 각 학회 연자들의 일목요연한 강의 내용과 1시간에 걸친 심도 있는 패널 토의로 진행되었다. 오스템 덴올 사이트로 실시간 약 2,200명이 참여한 것으로 보아 이번 포럼이 고령자와 장애자에 대한 치과계의 미래 담론을 이끌어내는 마중물(priming water)이자 머릿돌(cornerstone)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에 필자는 이번 포럼의 강의 내용과 패널 토의를 종합하여 마련한 “지역사회 구강돌봄진료 제도(草案)”를 중심으로 ‘구강돌봄진료’라는 용어 정의와 제도의 제안 배경 및 도입 필요성을 약술(略述)하고자 한다. 먼저 ‘구강돌봄진료’라는 용어의 정의이다. 미국 노인치의학을 개척해 온 Ettinger 교수(1984년)는 노인을 단지 65세 이상이라는 나이가 아닌 신체 기능성(functionality)을 토대로 자립적 노인(the independent elderly)과 의존적
존경하던 선배님께서 돌아가셨다. 고작 몇 달 투병을 하셨을 뿐이다. 갑작스럽다. 감정이 없어 보인다며 로봇이라 불리던 나인데, 막상 장례식장에 가서 사진 속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니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괜히 사모님을 울린 것 같아 죄송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 데 마음을 쏟았으나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이런 일이 없었더라도, 교수님의 뜻을 이어받고자 생각했다. 내 인생길엔 여러 등불이 있는데, 그 중 하나 밝게 빛나는 분이었다. 항상 무언가 빚진 마음이었는데, 이젠 평생 가지고 갈 마음이 되어버렸다. 그 큰 뜻은 이어받지 못해도, 하나는 이어받을 테니 편히 가세요. 약속해야 할 것만 같아요. 대학 동기, 둘째 큰 아버지 그리고 이정훈 교수님. 최근 3번의 죽음이 나를 지나갔다. 계속 연락하고 지냈던 건 오늘 돌아가신 교수님이었다. 외래 교수님으로 만났기에 교수님이라 불렀다. 하지만 교수님이라 불리는 걸 매번 부담스러워서 하셔서, 선생님이라 부르라고 하셨다. 한번은 형이라고 부르라 하셨는데, 내가 어색해하는 바람에 실패했다. 종교 반대편 끝에 있는 내가 매년 필리핀 의료선교를 가고, 총괄업무를 하는 것을 다들 신기하게 여긴다. 나도 신기하다. 인생이란 모를
시샘하듯 눈이 내려도 봄을 막지 못합니다. 낮은 계곡에는 아직 두꺼운 얼음이 얼어있어도 높은 골짜기에 햇살과 따뜻한 기운을 가진 바람이 스며들면,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꽃들은 머리를 듭니다. 혹시라도 밟지 않으려 조심조심 발밑을 살피며, 이제 막 녹기 시작하여 졸졸 물소리를 내는 청량한 계곡을 거슬러 오릅니다. 양지바른 곳, 큰 나무들이 자라기 힘든 돌밭에 뿌리를 내리고 봄 햇살을 즐기는 변산 아씨(변산 바람꽃)를 만났습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바람꽃을 뜻하는 서양이름은 아네모네(anemone)입니다. 그리스신화 속 미의여신 아프로디테의 연인인 미소년 아도니스가 멧돼지 사냥을 하다 날카로운 이빨에 찔려 죽을 때 피를 흘린 곳에서 생겨난 꽃이라고 합니다. 그리스어 아네모스(anemos, 바람)에서 유래하였습니다. 같은 쌍떡잎식물 미나리아재비목에 속하는 꽃들로 이른 봄부터 볼 수 있는 바람꽃으로는 너도 바람꽃, 나도 바람꽃, 꿩의 바람꽃, 변산 바람꽃 등 그 종류가 아주 많습니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이제는 디지털 치의학이 대세라고 할 정도로 보철, 교정 등 많은 진료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와 더 좋은 치료를 쉽게 제공할 수 있기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혹시 생각하지 못한 윤리적 고려사항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궁금증도 듭니다. 혹시, 치과에서 디지털 치의학 관련해서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는지요? 익
2022년도를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4월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사이에 우리 주변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국내적으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30여만 명을 오르내리는 상황에서도 20대 대통령선거를 치렀고 국제적으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많은 사상자와 생활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눈물 나는 전쟁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양대 후보 모두에게 제기된 도덕성 문제와 범죄 의혹으로 누가 얼마나 좋은지를 판단하는 선거가 아니라 누가 덜 나쁜지, 싫은지를 따지는 비호감 선거전이었고 거기에 가족이나 배우자 리스크에 대한 각종 의혹이 더해지면서 네거티브 선거 양상은 진흙탕 싸움이 되었다. 특히 선거운동 내내 지역, 세대, 성별, 계층 간 사람들의 의견이 양극화로 더 심해져 분열과 갈등이 계속되었다. 매일 언론에 보도되는 숱한 의혹 제기와 흑색선전으로 오르내리는 지지도를 보면서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 피곤하고 혐오감마저 느끼게 했다. 이런 것은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떳떳하게 보여줄 수 있는 대통령 후보들의 모습이 아니었기에 이 세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창피한 일들이었다. 어쨌든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선택했고
학사모를 던지며 치과대학 졸업이라는 결실을 만끽했다. 치과대학 합격 통지의 기쁨에서 시작된 여정이 본과 진입하고 시작된 수많은 시험과 실습 그리고 원내생이 되어 환자를 직접 보면서 가슴 철렁하는 순간들을 넘어 치과의사의 관문인 국가시험을 합격하여 드디어 6년의 대장정이 치과의사 면허라는 선물과 함께 끝났다. 하지만 이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졸업에 대한 기쁨과 함께 막상 동고동락한 동기들과 헤어진다는 아쉬움어린 마음으로 서로에 대한 응원의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각자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갔다. 전공의 수련을 받기로 택한 동기들부터 국가의 부름으로 논산훈련소를 가는 동기들 그리고 바로 환자들을 치료하러 로컬 치과 취직을 하는 동기들까지 다들 각자의 길로 뿔뿔이 흩어졌다. 필자는 전공의 수련이나 병원 취직이 아닌 다소 생소한 창업의 길을 걷기로 했다. 창업을 처음부터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외국계 사모펀드 회사를 다니던 친구가 매각 나온 회사에 대한 리서치를 위해서 치과의 디지털화에 대해서 가까운 본과 2학년생인 필자에게 물어봤다. 당연히 필자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마침 학교에서는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에 대한 실습과 함께 디지털 방식에 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다 보니 평창 올림픽이 떠오른다. 베이징 올림픽이 논란도 많고 언짢은 장면들로 인해 많이 비교되었지만 그중에서도 평창에서의 드론 공연은 특별하게 황홀했던 기억이 난다. 오래 전 초등학교시절부터 조립품을 만들거나 공예품을 직접 만들어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며 은근히 으스대기도 하고 환심을 사곤 했다. 쓸 데 없는 곳에 용돈 써가며 동전 모으기, 미니장난감, 여행 뺏지 등 자질구레한 잡동사니들을 온 방 가득 채우느라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리고 혼도 많이 났다. 나이가 들면서 취미도 점차 업그레이드 되어 대학 다닐 때는 성인용 레고에 흠뻑 빠져 레고 쌓기를 하면서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 외에는 크게 말썽부리는 거 없이 치과대학을 갔으니 부모님은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신 듯하다. 여행을 다니다가 높은 산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지상에서 보는 세계와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세계가 많이 다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한때는 ‘나도 날고 싶다. 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적도 있었다. 뭔가를 하고 싶기는 한데 떠오를 듯 떠오를 듯하면서 혼란스럽기만 했던 그 무렵, 평소 잡다한 도구나 기계를 이용해서 공작물을 제작하는 취미가 있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