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랑니 발치를 위해서 수면마취를 찾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치과 공포증이 있는 경우에만 주로 수면마취를 했었는데, 요즘은 내시경 검사를 할 때 수면마취를 선택하듯이, 좀 더 편하게 사랑니를 뽑고 싶어서 수면마취를 원하기도 한다. 며칠 전 일이다. 덩치가 좀 있는 20대 남자 환자가 수면마취를 위해 입원을 하였다. 통상적인 난이도의 사랑니 발치였지만, 환자는 겁도 나고 한 번에 4개를 다 뽑고 싶어서 수면마취를 선택하였다. 수면마취를 위해 수술장으로 환자를 옮기고, 환자 모니터링을 위해 심전도와 혈압,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장비를 부착하였다. 진정제인 미다졸람(Midazolam)과, 수면유도제인 케타민(Ketamine)을 주고 나니 환자는 약간 어지러우면서 잠이 온다고 했다. 수술 준비를 위해 수술포를 덮고 마취를 막 마쳤을 때쯤이었다. 환자가 덩치가 좀 있다 보니 치과용 체어가 조금 작았고, 그래서인지 환자의 팔이 자꾸 체어 밖으로 떨어졌다.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간호사가 환자의 팔을 올려주었지만 이내 다시 떨어졌다. 팔을 더 안쪽으로 올려주기도 하고, 인형을 잡아주기도 하였지만 효과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체어 옆 진료 테이블을 당겨서 팔이 떨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가상 사례 박 원장은 의료윤리와 좋은 진료에 관심이 많은 치과의사다. 어느 날, 박 원장은 오랜만에 내원한 청년을 검진했다. 안타깝게도 #36에 고도 우식이 진행되어 근관치료와 보철이 필요한 상태다. 아직 부모님에게 재정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청년은 진단 및 치료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더니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묻는다. “부모님께 비밀로 해주
강원도 태백시 금대산 검룡소에서 발원하여 정선, 영월, 단양, 충주, 여주를 거쳐 굽이굽이 천리 물길을 내면서 흐르던 남한강은 경기도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합류하여 한강 본류가 되어 서해로 흘러든다. 높은 산지 사이를 흘러내려온 북한강이 좁고 거친 계곡 풍광을 보이며 투박한 야생의 느낌이 강하다면, 상대적으로 너른 대지를 흐르는 남한강은 여유롭게 넉넉하고 포근함으로 다가온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지난밤 뒤척임을 반복하게 했던 번뇌가 여명을 깨우는 타종소리에 씻겨 흩어지는 새벽, 남한강에 물안개가 오른다. 세속의 복잡한 사연들을 어찌 다 감출 수 있겠는가? 굳이 들추어내지 않아도 태양이 떠오르면 자연스럽게 드러날 일이다. 귀함도 추함도 모두 하나의 도시에 공존하는 것. 어떤 길을 갈 것인가는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순간순간 선택들과 경쟁이 강요되고, 탄성과 한숨이 교차되어 치열함으로 가득한 도시를 잠시 로그아웃. 어머니 같은 남한강의 새벽을 깊게 호흡해본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내 차에는 365일 하루에 한 편씩 읽는 세계의 명시 ‘내 인생을 평화롭게 만드는 한 편의 시’라는 제목의 시집이 있다. 딸이 중학교에 입학한 후 등하교를 시키고, 학원을 데리고 다닐 때 차에 두었으니 17년이나 내 차를 지키고 있다. 아침잠이 많은 딸은 등교시간에 항상 바쁘다. 딸이 주차장에 내려오면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시동을 켜놓고 시 한 편을 읽고 암기하려 노력해 보았다. 체 게바라의 시 ‘행복한 혁명가’를 접하는 순간 가슴이 막막하면서 눈물이 고였다. 삶의 등대를 발견하였다. 그 후 법륜 스님이 해석한 금강경을 읽다가 눈물이 나와 더 이상 책을 읽지 못하고 동네를 하염없이 방황하였던 경험이 있다. 차에서 자녀를 기다리는 시간이 짧을 때는 시집을 잡는다. 일요일에는 자녀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수업이 끝날 때까지 근처 카페에서 책을 보며 기다린다. 수업을 마친 자녀가 전화를 하면 바로 학원 앞으로 간다. 가끔 전화도 하지 않고 카페에 내려와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자녀를 발견한다. 만약 책을 보고 있지 않고 잠을 자고 있었다면.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이다. 일요일 아침 자신들을 학원에 데려다주고 집에 가서 쉬지 않고 카페에서 책을 읽고
인생 10년차가 되기도 전에 나는 엄마의 임종을 마주해야 했다. 새벽을 깨우는 누군가의 손짓. 엄마가 위독하시다. 가족들이 엄마 주위에 모여 기도를 했던 것 같기도 하다. 3개월 정도의 짧은 투병 기간을 엄마는 고스란히 기도의 시간으로 버티셨으며 특별한 유언 없이 떠나셨다. 집에서 치르는 3일의 장례는 충분히 고통스러웠다. 어린이가 염이며 입관식을 처음 보았으며 그 죽음의 장본인이 나의 엄마였으니... 나는 죽음이 무서웠다. 관계의 강제 종료가 주는 어이없음보다 움직이지 않고 시들어가는 엄마의 차가운 육신이 공포스러웠다. 나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누워계셨던 그 방에 감히 혼자 있지 못하였다. 엄마 추도식 1주기가 되기도 전에 아버지는 자녀 양육을 이유로 재혼하셨고, 나는 여전히 위로받지 못한 채 불쌍한 아이 정도로 회자 되었고 내 이야기를 늘어놓을 누군가를 찾지 못하여 학교 수업 시간을 제외하고는 말 없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나를 생각해주는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내 유년 기억 중에 찾지 못하겠다. 사소하고 소중한 관계 맺기를 이때 학습하지 못하여서 나는 이후 꾸준히 실수하고 망치고 상처받으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대학동기들 딱 절반이 결혼하였을 때, 중간
우리 지부 회에서 한동안 회무를 하다가 이제 드디어 임기를 마쳤다. 시론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그동안 능력도 부족한 사람이 부담스러운 임무를 해 내느라 숨찼지만 한편으로 가장 큰 수확은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 것이다. 그 사이 개인적으로도 큰일들을 조금씩 이뤄내면서 자존감도 좀 올라갔었다. 그러다가 지난 크리스마스 즈음하여 갑작스러운 병이 찾아왔다. 그로인해 개원하고 처음으로 일주일간 입원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오전 진료를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어 원장실에 잠깐 앉아서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는데, 갑자기 왼쪽 눈이 흐릿해졌다. 노안이 심해졌나 글자가 잘 안보이네. 잠시 후 직원들이 식사하라고 불러서 일어나려는데, 왼쪽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이게 뭐지. 직감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 잘 알고 지내던 신경과 의사 동생에게 전화하여 증상을 말했더니 빨리 응급실에 가란다. 한 시간 반 동안 난생 처음으로 MRI를 찍고 나서 바로 진단을 받았다. MRI는 환자가 정말 힘든 촬영 장비라고 느꼈다. 일과성 대뇌 허혈증. 원인불명으로 갑자기 형성된 혈전이 뇌동맥 혈관을 폐색시켰다가 용해되어 재관류 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증상이었다. 또 나타날 수 있으니
치과 근처에 네母난 밥상이라는 음식점이 있다. 엄마가 차린 밥상을 지향하는 밥집답게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메뉴를 구성해서 집밥처럼 지어낸다. 내 치과 근처에 있는 밥집이라 점심시간에 종종 찾게 되었다. 그런데 음식이 맛있는데도 불구하고 갈 때마다 손님이 별로 없었다. 불고기, 고등어구이, 제육볶음, 닭볶음탕 등을 참 맛있게 만들어내는 집인데 말이다. 생긴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가... 조금 구석진 골목에 있어서 그런가... 2층에 자리해서 그런가... 밥 맛있게 먹고 쉬어야 할 점심시간에 밥집 걱정을 해주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인근 상권에는 회사 같은 것이 별로 없었다. 아무래도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메뉴를 찾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밥집 사장님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끼셨는지 전단도 돌려보고, 손님들에게 부탁해서 리뷰를 늘려보기도 하고, 여러 방법으로 홍보를 하셨지만 손님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내 입장에서는 내 입에 맞는 밥을 넓은 자리에서 편안하게 먹을 수 있으면 그만일 텐데, 밥을 먹는 동안에는 항상 손님 없는 밥집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이 마음 한 켠에 자리했다. 그렇긴 해도 밥이라는 게 자꾸 먹다 보면 다른 걸 먹고 싶어지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치의신보 치과 표준 기획연재 시리즈 이번 호에서는 2022년에 개정되어 출판된 표준인 ISO 9333:2022, Dentistry - Brazing materials(치과 - 경납 재료)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표준은 ISO/TC 106, 치과 기술위원회 중 SC 2 Prosthodontic materials(보철재료) 위원회에서 제정하였으며, 1990년에 초판이 출판되었고, 2006년에 개정된 2판이 출판되었으며, 작년인 2022년에 개정된 3판이 출판되었습니다. <주요 개정 사항> 1) scope(범위)에서 은을 주성분으로 하는 연납 재료는 제외시켰습니다. 2) 용어 및 정의에서 전반적으로 적용되는 용어 표준에 치과에서 사용하는 금속에 대한 표준인 ISO 22674:2022 Dentistry - Metallic materials for fixed and removable restorati
신학기가 시작되어 미숙함과 분주함이 넘치는, 점심시간 끝 무렵, 창문 밖 풍경. 트렌치코트를 멋스럽게 입거나 나비넥타이를 그럴듯하게 매고 파이프를 물거나 혹은 목도리에 헌팅캡을 쓰거나 세련된 콧수염을 만지며 전부 다른 개성으로 단장하고서 시크하게 미소까지 슬쩍 날리면서 노교수님들 열 분이 대오를 이루며 교문으로 들어오신다. 일렬로 선 위풍당당에 바다가 갈리듯 학생들은 좌우로 물러서고, 아직 꽃샘추위 쌀쌀함으로 꼭꼭 닫혀있던 강의실 창문이 이때만큼은 활짝 열어젖혀졌다. 하시는 연구와 발표가 곧 의료계 역사가 되었던 분들. 그 당당하고 여유로운 스승들의 모습에 무의식적으로 열렬히 박수를 치며, 너나 할 것 없이 환호와 존경을 표하고 있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가슴에는 사랑과 봉사에의 열정을 채우고 머리는 냉철한 판단력과 이성을 앞세워 눈과 손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정진하여야 한다는 가르침들이 행진하는 4월의 교정에는, 미래의 꿈들이 내지르는 환호성과 하얀 목련이 뿜어내는 향기로 가득하였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학창시절 노는 것 같은데 공부 잘하는 친구가 있고 엄청 시간을 들여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은데 성적이 별로 안 좋았던 친구의 기억이 있다. 공부의 요령을 알고 있으면 시간을 별로 투자하지 않아도 효율적으로 공부하여 성적을 올리지만, 공부의 원리를 모르면 아무리 많은 시간을 들여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의 요령이나 원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해 보면 공부를 잘하던 친구가 항상 성공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공부의 원리는 알고 있지만, 세상의 원리는 또 다른 문제이고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1+1=2라고 가르쳐 주지만 살다 보면 정답은 0일 수도 있고 1이나 10이 될 수도 있고 어떤 때는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학교나 학원은 공부를 잘하도록 가르쳐 주지만 세상을 잘 살아가는 방법이나 요령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살아가는 원리는 본인이 실패하거나 성공하는 과정에서 직간접 경험으로 배우게 되는데 다양한 상황을 다 경험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모든 경우 수를 다 알 수도 없다. 예전에는 가전제품 기능이 단순해 이리저리 만지다 보면 매뉴얼을 보지 않더라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요새 나온 전
돌봄 노인은 대부분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한다. 2001년 미국의사협회 학술지에 실린 연구 결과가 이를 잘 증명한다. 그 결과는 구강관리를 시행한 노인그룹과 달리 구강관리를 하지 않은 노인그룹에서 폐렴 발생률이 31% 이상 증가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돌봄 노인에서의 흡인성 폐렴이 단지 구강위생관리의 부재를 넘어 불결한 의치, 뇌병변에 따른 흡인 위험과 인지저하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요양시설 치과계약의사제도 도입 과정에서 함께 했던 경험과 노년치의학회 활동을 토대로 습득한 돌봄 노인의 구강위생관리에 대한 실제적인 술기 내용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 돌봄 노인의 의치관리법 돌봄 노인에서 의치성 구내염은 흔하다. 이는 구강이 불결한 상태에서 스스로 의치를 빼기가 힘들고 게다가 복합투약에 따른 타액감소와 탈수 및 저영양으로 면역결핍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캔디다증이 잘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의치를 포함하여 잔존 치아에 대해서도 세심한 구강위생관리가 필요하다. 돌봄 노인에서의 의치 관리는 다음과 같다. 하루 1회 이상 칫솔에 치약이 아닌 비누를 묻혀 의치를 세척한다. 이는 치약 내 연마제로 의치 표면에 흠집이 생겨 오히려 세균번식을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