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의 개최로 남북관계에 일대 ‘변혁’이 예고되는 가운데, 치협이 발 빠르게 대북 구강보건의료사업의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김철수 협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면담을 가졌다. 김철수 협회장은 이 자리에서 치협이 구상하고 있는 남북 구강보건의료사업에 관한 제안서를 전달하고, 북한 주민의 구강건강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과 남북 치의학 교류 방안 등에 대해 조명균 장관과 의견을 나눴다.
그동안 치협은 남북구강보건의료협의회(상임의장 김철수・이하 남구협)을 중심으로 개성공업지구 구강보건사업을 진행, 공단 폐쇄 전까지 4년 간 300여 명의 인력이 참여해 20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총 4705건의 진료를 진행한 바 있다.
또, 치협은 지난 1월 이동진료버스를 국가대표 선수촌에 급파,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해 선수촌에 입촌한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진 옥 선수의 급성 치수염을 신속하게 치료함으로써 북한 선수단 측으로부터 감사의 뜻을 전달받기도 하는 등 꾸준히 북한 관련 사업을 이어오면서 남북관계의 개선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날 통일부장관의 면담에는 김철수 협회장을 비롯해 정영복 기획이사, 차순황 대외협력이사, 한성희 대한치의학회 의료감정평가위원회 위원장이 동행해 남북 치의학 교류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
김철수 협회장은 면담에 앞서 “그동안 치협은 치과의사의 대국민 이미지 제고 홍보활동의 일환으로 국민의 구강보건 향상을 위해 진솔함이 바탕이 된 다양한 진료봉사 사업을 진행해 왔는데, 남북평화무드가 무르익는 상황에서 이런 사업의 외연을 북한 주민에까지 확대하고자 한다”면서 “독일의 통일 과정을 봐도 민간 차원의 의료교류 사업이 베를린 장벽을 허무는 데 큰 역할을 한 만큼 치협 역시 북한주민의 구강보건 향상에 일조하고, 교류에 앞장 서 통일시대에 이바지하겠다”고 인사말을 대신했다.
# 남북한 치과의사 협진 체계 목표
이날 김철수 협회장이 조명균 장관에게 제안한 치협의 대북 구강보건의료사업은 남북한 치과의사 간의 임상, 학술적 교류와 북한 주민에 대한 구강건강 제고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치협은 통일부, 보건복지부, 치협 등 사업의 주최 측 간의 협정을 추진하고, 나아가 북한의 보건성 등 북한의 보건을 담당하는 기관과 협의를 진행하는 작업에 착수, 남측의 치과의사가 북한의 구강의사와 함께 협진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데 일차적 목표를 두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기반 위에서 기존의 이동진료차량을 증차해 북한의 실정에 맞게 기자재 등을 완비하고, 남측의 의료진과 관계자를 모집해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해 대북 구강보건의료사업에 특화된 인력풀을 구성한다는 복안이다. 이후 정세와 여건이 마련되면, 우리 정부 및 북한 측과 협의를 통해 진료 대상 지역을 선정하고, 이 지역을 대상으로 ‘남북한 치과의사(구강의사)가 함께 동승’해 진료사업, 구강보건교육, 치의학 교류사업 등을 추진한다는 ‘마스터플랜’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치협은 차후 통일부, 복지부 등 정부 유관기관과 TF를 구성하고, 사업의 준비를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차순황 대외협력이사는 “남북관계를 둘러싼 대외적 여건이 완비되고, 민간의료분야의 문호가 개방되면 치협이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북한 주민의 구강건강 증진에 있어 치협이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으며, 정영복 기획이사는 “치협이 제안한 사업의 안이 실현된다면 남북 치의학 교류사에 획기적인 일로, 치의학사에 하나의 전기가 될 것이다. 여건이 무르익게 되면 치협은 정부 관련부처와 함께 TF를 발 빠르게 구성해 대북 구강보건의료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치협의 제안을 청취한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남북한 교류의 문이 열리면 가장 시급한 교류의 분야는 역시 의료분야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치협이 제안해 주신 사업의 안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며, 여건이 조성된다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 좋은 제안을 해주신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화답했다.
한편, 김철수 협회장은 제안한 사업의 연장선에서 내년 서울에서 열리게 될 아시아태평양치과의사 총회(APDC2019)에 북한 측 구강의사회 인사들을 대거 초청해 학술, 정책교류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김철수 협회장은 지난 5월 아시아태평양치과의사연맹(APDF/APRO)의 차기회장으로 선출돼 내년 총회에서 정식으로 APDF/APRO 회장으로 취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