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오래 전부터 눈금자를 이용한 근관장 길이 측정이 왠지 불편했다. 근관치료를 하는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이 과정을 좀 더 편리하게 전환할 순 없을까.
사소한 불편이 호기심을 끌어 올리고, 다시 가능성을 만들어 냈다. 한 개원의가 수십 년 임상의 과정을 돌아보며 만들어 낸 결과물은 그래서 단순하지만 동시에 특별한 ‘아우라’를 품고 있다. 만들다 보니 ‘세계 최초’라는 각주도 따라왔다.
올해 26년차 개원의 하상윤 원장(하상윤치과의원)이 ‘치과용 근관파일 디지털 측정기 및 세팅장치’(이하 근관파일 디지털 측정기)를 개발해 특허까지 낸 스토리는 그가 지향하는 삶의 태도와 정확히 궤를 같이 한다. “상상력이라는 인풋을 혁신이라는 아웃풋으로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다”는 게 하 원장이 내놓은 ‘제작의 변’이다.
하 원장이 파일을 꽂고 버튼을 누르자 1초 남짓한 시간에 근관 파일의 길이가 디지털로 측정돼 LCD 모니터에 떴다. 동일한 길이를 다른 굵기의 파일 측정 시 계속 측정해야 하는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원하는 길이의 숫자 입력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세팅되는 기능도 함께 탑재했다.
#“도전이 계속되는 한 꿈도 함께”
사실 그가 특허 출원을 한 건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격적인 개발은 2017년 경기테크노파크에서 수행하는 기술닥터 사업, 2018년 중기애로 기술지원 사업 등을 거치면서 구체화 됐다. 2018년 특허 등록을 취득했고, 2019년에는 추가 출원에도 나섰다.
하상윤 원장은 “긍정적으로 격려해 주는 분도 있고,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분도 있지만 세계 최초로 제작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며 “끝까지 격려를 아끼지 않은 보존과 대학원 지도교수이신 신동훈 전 단국치대 학장님과 경기테크노파크 연구원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조언을 해 준 오영탁 신안산대학 교수님에게도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동네 치과’ 개원의가 의료기기 개발에 나서 얻을 수 있는 편익이 뭔지 물었다. 하 원장은 “역설적으로 치과를 즐겁게 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답변으로 갈음했다. 치과 일에 종속적으로 끌려가는 게 아니라 발밑에 내려놓고 가볍게 끌고 가는, 주체적 힘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이런 작업 자체가 ‘꿈 너머 꿈’을 향해 가는 과정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하 원장은 “현재 여러 가지 파이프라인이 있지만 근관파일 길이 측정기가 그 첫 단추”라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안주하지 않는 성격이라 새로운 도전은 계속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꿈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