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치료의 시작과 동시에 병원을 울리는 고속 핸드피스 소리를 비롯해 석션, 초음파 스케일러 등에서 나오는 치과 소음은 환자와 의료진을 괴롭히는 공공의 적이다.
치과 소음은 진료 만족도를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청력 감소까지 유발한다. 순간 소음은 80~90dB(데시벨), 흡사 철길을 가로지르는 기차 소리에 비견된다.
환자는 이른바 ‘건치를 얻고, 청력을 잃는’ 웃지 못할 상황에 처한다. 이러한 치과의 불청객 ‘치과 소음’과의 싸움에 도전장을 던진 이가 있다. 힐링사운드 강준구 대표다.
연세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시절, 강 대표는 우연히 창업 공모전에 참석해 대상을 수상한다. 임플란트에 스마트 센서를 심어 환자 정보를 입력해 진료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이어 원내생 실습에서 경험한 절삭 기구의 소음이 강 대표의 연구 세포를 자극했다. 그는 학교 창업 동아리인 ‘MEDILUX’ 팀원들과 ‘치과 소음 감소(Dental Noise Cancelling)’를 연구해 세브란스 의·치·간 아이디어 페어에 참가, 대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치과 소음과의 싸움에서 강 대표가 택한 전략은 인공지능(AI)을 통해 고주파의 음향을 필터링하는 것이었다. 치과 치료에 앞서 기존 소음 저감형 커널형 이어폰 또는 헤드폰 등을 어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착용하기만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등 치과 소음이 차단되고 빗소리, 풀벌레 소리 등 심신 안정을 되찾아주는 자연의 소리가 귀를 가득 채우게 된다.
또 기존 제품과 차별화한 특징도 있다. 이어폰을 착용한 상태에서도 의사와 환자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또한 AI를 통한 필터링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한 음성 맵핑(Mapping) 기술을 통해 사람의 음성과 치과 소음을 구별해 내, 의사의 목소리만 이어폰을 통해 환자에게 전달된다.
강 대표는 “특히 어린이 환자의 경우 치과 진료 중에 날카로운 소음이 귀를 울리면 공포에 떨 수밖에 없다”며 “소음을 없애고, 음악을 들려줘 환자에게 힐링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치대생들 숨겨진 재능 맘껏 펼치길
강 대표는 한때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국내 유수의 바이오 기업에서 일하던 연구원이었다. 그러다 문득 안정적인 삶을 갈망하며 치과의사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강 대표에게 잠재된 연구 열정은 다시금 그를 연구자의 삶으로 돌아오게 했다. 오히려 분야가 치과계로 확장되기에 이른 셈이었다.
강 대표는 사회 진출을 앞둔 치과대학생들에게 숨겨진 재능을 마음껏 펼치라고 말한다.
강 대표는 “치과의사 중에 여러 분야에서 재능을 가진 분들이 많다. 나는 연구에 문제 의식을 갖고 시작한 사람 중 한 명에 불과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진료와 병행해서 하는 것도 좋다. 창업이 아니라도 좋으니 다양한 길을 모색해 봤으면 한다”며 “의대에는 ‘딴짓하는 의사들’이라는 모임이 따로 있다. 개업이나 의료 관련 아이템으로 창업하는 등 애프터라이프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많다. 치과계도 이런 움직임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협회에서도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힐링사운드의 치과소음저감장치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출시가 전망된다. 강 대표는 끝으로 치과계의 디지털 헬스케어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향후 포부를 밝혔다.
강 대표는 “치과계에도 3D 프린팅, 구강 스캔, 치과 진단 프로그램 등이 활용되는 등 미래가 밝다. 향후 우리 제품을 통해 의사와 환자 등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수출 등을 통한 해외 진출도 이뤄내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