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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장막(A sanctuary for the night) <2>

소설

핸드폰을 쳐다보던 남자들의 시선이 일순간 노인에게 집중되었다.


“아부지? 사람의 영혼이 어디에 있대요?”
“영혼? 그건 갑자기 와?”


“영식이가 오늘 학교에서 사람의 영혼이 어딨는지 아느냐고 묻길래 ‘머릿속에 있지 어디 있어’ 했더니, ‘빙신이야~’ 우리 대학생 삼촌이 그러는데, 영혼은 심장 제일 깊숙한 곳에 꼭꼭 숨겨 있대요.”


아버지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박진 고개에 닿았지.
우거진 숲속은 달빛이 비쳐들지 않아서 마치 시커먼 동굴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었어. 갑자기 공동묘지 근처에서 아이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몰려오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네. 이미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각이었고 인적이 드문 곳이라 한밤중에 아이들이 몰려다닐 곳이 아니었어. 먹구름이 희미한 달빛 조각마저 무심하게도 날름 삼켜버렸지. 한밤의 아이들 목소리는 점점 또렷이 들려왔어.


‘누가 내 주먹밥 훔쳐 먹었어? 간난이 너지!’
‘난 아니야. 오라버니! 맨날 자기가 먹어놓고 나한테 뒤집어씌우고 그래.’


‘이 가시나가!’
‘아아, 앙~ 왜 때려. 이 거짓부렁이 오빠야.’


‘이게 진짜, 어리다고 봐줬더니.’
‘조용히 좀 해, 저기 사람들 오잖아.’


‘우리가 노랠 부르면 기겁을 하고 도망갈 걸.’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아부지~ 저기서 얼라들 소리 막 나는데……, 안 들려요?”
나는 아버지 바지춤을 꽉 붙들고 뒤로 숨어 들어갔지.


“무슨 소리가 들린다고? 아부진 여즉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디.”
“저어기~ 얼라들 노랫소리 안 들려요?”


“……새여! 소쩍새.”
노랫소리가 점점 멀어져 갈 때였어. 이번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뭔가가 우리 앞으로 달려드는 소리가 들렸지. 서로 몸싸움하는 들짐승들의 거친 숨소리였어. 도깨비불처럼 붉은 눈알들이 허공에서 이리저리 마구 헝클어지면서 으르렁댔지. 온몸에 소름이 돋아나며 머리카락이 바짝 곤두섰어.


‘컹컹, 컹컹, 컹컹’
“아부지 앞에 뭐가 아~”
‘우~~ 우~~’


“춘식아! 그냥 바람 소리여. 바람 소리가 억새를 타고 하늘로 올라갈 때나는 소리여.”
‘크르르릉~’


바지춤을 붙든 여린 손이 사시나무 떨듯 떨자, 크고 억센 아버지의 오른손이 다독이며 붙잡아 주셨지.
아버지가 왼손으로 아랫입술을 말아 쥐고는 휘파람을 불었지.


‘휘이익~ 휘이익~’
아버지의 휘파람 소리가 고개 너머 멀리까지 메아리쳐 울렸지. 휘파람소리에 놀란 먹구름이 달빛 조각을 토해 내고 드디어 하현달이 구름 사이로 고운 자태를 드러내었어.


아부지는 기골이 다구진 장사였지. 타고난 씨름꾼이셨거든.
“아야! 집으로 덜 돌아가야 안 쓰것냐?”


우레와 같은 소리가 목울대를 타고 달려오는 들짐승들에게 내리꽂혔지.
‘깨갱, 깽~, 끄~응 끙’


흰색, 검은색 그리고 회색 들개 세 마리가 어둠을 몰아내는 휘파람 소리에 꽁지가 빠져라 풀숲으로 달아났다.

 

 

<다음에 계속 이어집니다> 

 

 

임용철 원장

 

선치과의원
<한맥문학> 단편소설 ‘약속’으로 신인상 등단
대한치과의사문인회 총무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2013 치의신보 올해의 수필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