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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데블(Blue Devil) <2>

소설

다시 엎드려 틈새를 들여다보았을 때 고양이는 100원짜리 동전을 발 앞에 내려놓고 갸르릉 거렸다. 오른발등에 침까지 묻혀가며 부드럽게 빗질하듯이 얼굴 주위를 닦고 있었다.


‘으흠, 도대체 무슨 상상을 하는 거니! 고양이가 말할 리가 없잖아. 민수와 지영이 엄마랑 상담하느라 너무 피곤했었나? 이젠 환청이 다 들리네.’


애써 태연한 척하며 핸드백을 둘러메고 교실 문을 나서려는 순간에 서늘한 목소리가 다시 지우의 옷자락을 붙들었다.


“차 타고 가면 안 돼.”
고양이는 꼬리를 한껏 부풀리며 말했다.


“지금 나한테 하는 말이니?”
“그럼 여기 당신 말고 또 누가 있는데……”


지우는 차마 뒤를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시선은 출입문 손잡이에 고정한 채 언제든지 비명을 지르며 복도로 뛰어나갈 기세였다.


“왜 차를 타고 가면 안 되는데?”
“왜냐면, 오늘 차를 타고 가다가는 사고를 크게 당할 거거든.”


“뭐? 차 사고가 크게 날 것이라고?”
“그렇다니까.”
고양이는 귀찮은 듯 크게 하품을 해댔다.


“근데, 너 이름이 뭐야?”
“이름? 원래 이름은 비체. 하지만 언젠가부터 블루 데블이라고 불렸지.”
“비체라고?”


“통성명도 했으니, 후후, 블루 데블을 불러내는 방법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들어 볼까! 나는 내가 태어난 1971년에 제작된 동전을 매우 좋아하거든.”


반쯤 열린 교실 앞문을 다시 닫았다. 문틀이 틀어져서 ‘끼익’하는 불협화음이 평소보다 귀를 예민하게 자극했다.


“내가 너를 불러냈다고?”
“네 소원을 들어달라고 동전을 굴린 거잖아. 까다롭게 구는 학년 부장 선생이 계단에서 넘어졌으면 좋겠다든가, 급식 때마다 안 먹겠다고 투정 부리는 녀석에게 장염이 걸리게 한다든가, 시시때때로 간섭하려 드는 학부모의 아이를 다른 학교로 전학 가게 만들어 줄 수 있지.”


“그런 부탁을 네가 번번이 들어주었단 말이지.”
“물론이지.”
지우는 심호흡을 하고 돌아서서 핸드백을 교탁 위에 내려놓았다.


“비체랬지! 너는 언제부터 여기에 살았어?”
“글쎄,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한 30년 전쯤?”


“30년이라고? 말도 안 돼. 어떻게 고양이가 30년을 살 수 있어?”
지우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자, 블루 데블의 목소리 톤이 한층 높아졌다.


“태어난 지 6개월쯤 됐을 때, 들고양이처럼 배가 고파서 늘 학교 주변을 맴돌았거든. 그때는 이렇게 교실 바닥에 숨어 살지 않아도 됐는데…….”


“그때도 지금처럼 혼자였구나.”
“엄마가 음주운전 차에 치여서 갑자기 돌아가셨거든. 배는 고픈데 갈 곳이 없었어. 고양이들을 닥치는 대로 물어 죽이는 무서운 들개들이 학교 주변에 돌아다녔거든. 그러다가 지은파 선생님을 만나게 됐어. 내게 비체라는 이름을 지어 준 선생님이셔. 언제나 ‘비체야~ 이리 온.’이라며 다정하게 불러주셨어.”

 

 

<다음에 계속 이어집니다> 

 

임용철 원장

 

선치과의원
<한맥문학> 단편소설 ‘약속’으로 신인상 등단
대한치과의사문인회 총무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2013 치의신보 올해의 수필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