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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만 하면 절세? 치과 노리는 연구소 컨설팅

세액공제 등 정부 혜택 빌미로 개원가 현혹
부실 운영 적발 시 환수부터 최대 세무조사

 

“기업부설연구소만 설립하면 직원을 공짜로 채용한 것과 같습니다.”


최근 일부 치과를 노린 기업부설연구소‧전담부서 설립 컨설팅 업체가 기승이다.
기업부설연구소‧전담부서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위탁해 운영하는 기업의 연구개발 촉진 제도다. 연구개발전담조직을 운영하려는 기업이 해당 제도에 지원해 심사를 통과하면 각종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의 경우 연구 및 인력 개발비의 25%, 설비 투자비의 10%가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된다.


문제는 치과의 연구소 설립이 아닌, 컨설팅 업체의 과도하고 무책임한 유치 전략이다. 일부 컨설팅 업체는 연구소 설립 후 “실제 성과가 없어도 괜찮다”며 치과를 현혹한다. 그러나 허위 또는 부정 설립, 관리 부실로 적발되면 ▲직권 취소 및 1년간 재신고 불가 ▲설립 후 공제된 세액의 환수 처벌을 받게 된다.


특히 이 경우에는 과중에 따라 벌금부터 세무조사, 심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당할 수 있으므로, 컨설팅 업체의 부추김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수천만 원 세제 혜택 검은 유혹
전라남도 광주시 소재 A치과원장도 지난해 컨설팅 업체로부터 기업부설연구소 설립 권유를 받았다. 해당 업체는 전국의 많은 치과가 기업부설연구소 설립으로 수천만 원의 세제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A원장에게 접근했다. 심지어 해당 업체에서는 연구소 설립 후 유지‧관리까지 처리해주겠다고 부추겼다.  이 같은 컨설팅 업체의 행태에 A원장은 “부정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년 기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의 기업부설연구소는 91곳이며, 전담부서는 180곳에 달했다. 특히 전담부서는 지난 2012년 대비 약 60배가 증가했다. 이 가운데 치과는 전국 90여 곳에 달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 분야 전체의 1/3을 차지했다.

 

 

#치과위생사 연구원 지정 ‘꼼수’
현재 인터넷에서는 ‘기업부설연구소’라는 키워드 검색만으로도 수십여 곳의 컨설팅 업체를 찾을 수 있다. 이 중 치과 컨설팅 경험이 있다고 공개한 한 업체에 직접 상담을 시도해봤다.


의료기관 기업부설연구소 컨설팅 전문을 내세우는 B업체는 설립부터 사후관리까지 이른바 ‘토털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해당 업체가 설명하는 ‘사후관리’란 매일 연구전담요원이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할 연구일지의 가이드라인 제시 및 검수다.

 

B업체는 이와 같은 컨설팅 비용으로 150만 원을 요구했다. 사후관리비는 별도로 책정됐으며, 금액은 매달 10만 원, 기한은 연구소 철수 전까지였다. 특히 B업체는 연구소를 운영한 인력 고용도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근무 중인 치과위생사를 연구전담요원으로 지정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 기업부설연구소의 연구전담요원 자격은 관련 분야 학사나 기술‧기능분야 기사 이상인 자다. 따라서 의료기사에 해당하는 치과위생사는 연구전담요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직원을 연구원으로 가장할 경우 적발 시 큰 제재 요인이 된다.


최근 이와 동일한 수법으로 적발된 국내 유명 디자인업체 D사는 세무조사가 예정됐으며, 형사 처벌까지 받을 전망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컨설팅 업체는 이 같은 적발 위험에 일종의 ‘꼼수’도 내놨다. 연구소 명의로 치의학 관련 특허만 구매하면 실사 위험이 지극히 낮아진다는 것이다.


B업체 관계자는 “물론 치과도 최소한의 관리는 나서야 한다. 하지만 컨설팅대로만 운영하면 문제의 소지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처럼 기업부설연구소‧전담부서 부정 설립 및 운영 사례가 빈발하자 당정에서도 관계법 개정 및 환수 계획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제도적 허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조 의원은 “기업의 연구개발 촉진을 위한 기업부설연구소 제도의 사후 검증 방법을 개선하고 불법 지급된 세액의 환수 및 추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