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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을 안 맞겠다는 직원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의료윤리학자에게 물어본다 (29)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한창입니다. 치과의사도 의료인으로서 먼저 백신을 맞은 편에 속하고, 저를 포함해 많은 분이 백신을 맞았습니다. 이제 곧 2차 백신을 맞을 예정이고, 빨리 백신을 맞아 일상을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도 큽니다. 하지만, 의료인 또는 관계자라고 해서 꼭 백신을 맞아야 하는 건지, 그래서 내가 직원들에게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말해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물론 개인에게 선택권이 부여되지만 현 상황에서 안 맞기도 어려우니까요. 특히, 30세 이하 직원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외국에선 의료인에게 백신 의무 접종을 시행한 것을 놓고 소송도 벌어지고 있다는데,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익명


일단, 코로나19 백신 저항 운동(anti-vaxxer movement)과 개인의 망설임(vaccine hesitancy)을 구분하고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백신에 대한 괴담을 퍼뜨리거나, 여러 가지 논리로 백신을 맞으면 안 된다고 타인을 설득하며 심지어 백신 접종 과정을 방해하는 것이 백신 저항 운동이겠지요. 이런 운동은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 충분하다는 정도로 정리하고 일단 넘어갈게요.

 

문제는 후자입니다. 백신 접종을 망설이고 있는 개인이 있습니다. 분위기에 휩쓸려 안 맞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이상 반응이 걱정되어 다른 사람이 다 맞고 난 다음에 맞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쪽은 접종 지연 집단이라고 부르고요.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양심적 병역거부나 특정 종교 집단의 수혈 거부처럼 개인의 신념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쪽은 접종 거부 집단이라고 합니다.

 

접종 거부 집단의 마음을 돌리기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일단 윤리적으로 볼 때, 신념에 기반을 둔 거부는 예외로 처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종교적 예외(religious exemption)가 대표적이고요. 하지만 제 얕은 지식으로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 개인의 신념에 위반되는 경우는 찾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있긴 하겠죠. 하지만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아요. 더 깊이 들어가면 질병으로 인한 예외(medical exemption)를 살펴볼 수도 있겠지만, 짧은 지면에서 다 다루기엔 어렵네요.

 

남은 건 접종 지연 집단입니다. 이들은 설득할 수도 있겠고,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 접종하도록 끌어들일 수도 있을 겁니다. 이 집단의 접종 지연 사유는 합리적으로 타인에게 동의를 받기 어려운 것이라, 강제력을 지닌 조건을 설정할 수 있다면 이 집단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타당한 행위가 될 겁니다.

 

이때, 어떤 조건이 강제력을 띨 수 있을까요?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국가가 국민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것입니다. 감염병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1)은 필수예방접종을 명시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총 17종의 백신이 대상으로 선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거부한다고 하여 별도의 처벌 규정이 있진 않습니다. 이전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하여 필수예방접종을 제때 받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자는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처리되지 않았는데요. 이런 조항은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여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므로 입법되었다 해도 문제가 되었을 겁니다. 사실, 현행 제도처럼 필수예방접종을 의무화할 수 있으나, 국가가 이를 강제하여 따르지 않는 자를 처벌하는 것은 법적, 윤리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백신 접종을 강제할 수 없는 걸까요? 여러 학자는 기관이나 단체가 그 종사자에게 접종을 요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예컨대, 6월 7일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게재된 논문은 고등학교, 대학교, 회사가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 수 있는가에 관한 논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국가가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것은 문제가 되더라도, 개별 기관이 소속 성원에게 의무 접종을 요구하는 것은 가능한데 이는 기관이 구성원이 안전하게 생활하고 귀가하도록 보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논문은 아직 고등학교는 어렵지만(백신 안전성, 이득-위해의 비례 문제가 있으므로), 대학교와 회사에선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위에서 말한 신념에 의한 거부자가 아닌 한(이런 사람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을 엄격하게 지켜야 합니다) 기관과 구성원의 ‘안전한 출퇴근과 등하교, 기관 내 생활을 위해 백신 접종을 요구할 수 있다’라고 본 것이죠.

 

치과 병·의원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감염 위험이 무척 큰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기구에서 발생하는 에어로졸이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쉽고, 따라서 치과는 처음부터 감염 방지에 상당한 수준의 노력을 기울였지요. 안타깝게 운영을 잠시 중단한 치과들의 소식이 들렸지만, 대부분의 치과는 지금까지 큰 감염 확산 없이 진료해 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진료의 여건은 외나무다리를 건너고 있는 기분을 들게 하죠. 치과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되었을 때 정부가 챙겨주는 것도 아니고, 당분간 여파가 남아 환자 수가 줄어들 것을 생각하면 많은 선생님께 스트레스를 안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위에서 정리한 논의에 기초하여, 치과는 그 소속 구성원에게 백신 접종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맞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타당한 이유(앞서 살핀, 신념에 의한 거부)를 지니고 있지 않다면 말입니다.


물론, 이론적인 논의와 현실에서의 적용은 다르죠. 나는 싫어요, 라고 말하는 직원을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하지만, 백신 접종 자체가 개인에게 불공평한 기회를 제시하는 요인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우리는 백신 접종에 비용이 들지 않으므로, 이 조건은 이미 만족하고 있습니다) 기관장은 구성원에게 백신 접종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것은 기관 내 생활의 안전이라는 이유에서 윤리적으로 타당하다고 말씀드릴 수는 있습니다. 이런 정리가, 백신을 안 맞겠다고 하는 직원에게 치과 운영을 위해 백신을 권해야 하는 원장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선생님이 진료하시거나 치과의사로 생활하시면서 가지셨던 윤리와 관련한 질문을 기다립니다. dentalethicist@gmail.com으로 보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