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보건에 대한 높아진 관심 속 다양한 치약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무(無)불소’를 내세워 과도한 마케팅을 하는 일부 제품들이 불소 함유 치약에 대한 대중의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불소가 함유된 치약은 전 세계에 걸쳐 충치의 발생률을 감소시키는 데 가장 유용한 도구 중 하나로 입증된 만큼, 이와 관련한 과학적 근거와 올바른 사용법을 대중에 알리는 데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등 전문가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예방치과·구강보건학회(회장 마득상) 산하 예방치과연구회(회장 정승화·이하 연구회)가 지난 9월 30일 줌을 통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불소치약 사용에 대한 치의학적 근거’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정승화 연구회 회장(부산치대 예방치과학교실 교수), 조현재 교수(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예방치학교실), 박창진 원장(미소를만드는치과의원), 박성숙 교수(대구과학대 치위생과) 등이 참석했다.
정승화 회장은 “식약처 인증을 받아 시중에 유통되는 불소 함유 치약은 우식에 효과적이고 전신건강에 해가 없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업체들이 불소에 대한 공포 마케팅으로 대중에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공중구강보건산업을 저해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무불소 치약’, ‘불소가 함유돼 있지 않아 안전하다’ 등과 같은 광고 문구를 통해 대중에게 불소의 효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전하고 있는 경우를 지적한 것인데, 일부 제품은 치과의사나 치대 교수 등 전문가의 권위를 내세워 무불소를 홍보하는 경우도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각에서 임플란트 시술 환자에 있어 불소치약을 사용하면 부식의 우려가 있다고 잘못된 정보를 마케팅에 내세우고 있는 상황의 문제점을 짚었다. 관련 논문에서 실험실 상 사용한 불소의 농도와 실제 불소치약에 함유된 불소 농도에는 큰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연구에서는 불소치약이 티타늄 표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연구회는 불소치약의 효과적인 사용법도 함께 제시했다. 치약의 사용량을 만 0~3세까지는 쌀알 크기, 3세 이상은 완두콩 크기로 사용해야 하며 치약 사용 후에는 잔존 불소를 오래 지속하기 위해 물로 입을 과도하게 헹궈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승화 연구회 회장은 “WHO와 FDI에서도 불소 함유 치약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특히 FDI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불소 농도 1000~1500ppm 치약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불소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오해에 대해 전문가들이 더 적극 나서 홍보하는데 힘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현재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치약을 너무 많이 짜고, 많이 쓰고, 많이 헹구는 것이 문제”라며 “화학 성분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적정 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