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비급여 진료비 통제에 대해 치과계가 강력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와 질타가 이어졌다.
기존 의료계 뿐 아니라 이번에는 국회 차원에서도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만큼 이후 논의 방향에 새로운 변곡점이 될지 주목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용인시병)이 최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관련 서면질의에서 총 5개의 질문을 통해 현재 정부 비급여 진료비 통제 정책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우선 정춘숙 의원은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로 국민이 의료기관을 단순히 저수가 만으로 선택하고 의료 질은 무시돼 이로 인한 국민 피해가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의료현장의 자율성, 환자의 개인 선택까지 정부가 통제하는 것으로 전 의료기관 자료제출 요구는 과도한 행정낭비”라며 “단순한 비용만 공개하는 것에 따른 왜곡된 정보제공, 환자와 의료기관 간의 신뢰관계 훼손, 불법광고 및 가격덤핑을 통한 미끼상품 양산 등의 의료 영리화 문제가 우려된다”고 지적, 정부의 구체적 대책을 따져 물었다.
#“몰아붙이기식 시행 혼란 우려”
이어 정 의원은 “비급여 항목의 표준화 및 분류체계의 개편을 선행한 이후 단계적으로 비급여 공개제도 시행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 할 수는 없었느냐”며 “몰아붙이기식으로 전 의료기관 대상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가 시행된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질타했다.
또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항목, 기준, 진료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해 조사 분석 후 그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환자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냐”고 질의했다.
정 의원의 질의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최근 서면답변을 통해 이 같은 문제 지적에 공감하며, 향후 의료계 협의체 등에서 적극적인 의견 수렴을 하겠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복지부는 “비급여 공개로 국민들이 의료 질이 아닌 단순 가격으로 의료기관을 선택해 국민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의료현장의 자율성, 과도한 행정낭비, 왜곡된 정보제공, 신뢰관계 훼손, 의료 영리화 문제 등 여러 가지 우려에 대해 공감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 구체적인 정책 방향에 관해서는 “다양한 의료기관의 수용성 높은 제출방법의 정립과 행정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비급여 진료내역 등 보고의무 신설에 따른 정부의 시행계획을 소비자, 학계, 의료계와의 협의체 등을 통해 충실히 의견을 수렴해 마련토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 치과계 우려 강력 전달
정춘숙 의원이 이번 보건복지부 국감을 통해 질의한 내용들은 그 동안 치과계가 강조해 온 문제 제기와 맥락이 같다.
앞서 박태근 협회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8월 10일 정춘숙 의원을 예방한 자리에서 이 같은 비급여 진료비 통제 정책에 대한 치과계의 분노와 우려를 상세히 전달했다.
박 협회장은 “치과의사 회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바로 의료광고 업체들이 공개된 데이터로 어플을 만들어 나열할 경우 환자들이 저수가 의료기관으로 쏠리는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라며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사실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공개됐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들을 규제할 수 있는 ‘브레이크’가 절실하다”고 대안 마련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정춘숙 의원은 박 협회장의 설명을 자세히 듣고 난 다음 “입법 취지에서 벗어난 부분들이 있는지 시행령, 시행규칙을 확인해 보고, 치협의 의견도 듣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춘숙 의원은 비례대표로 제20대 국회에 입성한 이후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경기 용인시병’지역구에서 당선된 재선의원으로, 제21대 국회 전반기 보건복지위원회에 소속 돼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정 의원의 지적에 대한 복지부의 답변 역시 최근 치협의 연이은 복지부 방문 및 협조 요청에 따른 언급들과 궤를 같이 한다.
특히 지난 13일 박태근 협회장을 비롯한 치협 임원진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류근혁 복지부 차관은 “현재 비급여 공개방식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향후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