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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들어 입 벌려 소리 질러

임철중 칼럼

배구는 미국이 농구 다음으로 발명한(1895) 구기(球技)다. 같은 겨울철 실내경기라도 농구는 몸을 부딪치며 자리다툼 하는 격투기에 가까운데, 배구는 공을 떨어뜨리지 않은 채 세 번의 터치 이내에 네트 넘어 상대 코트에 넘기는, 비교적 점잖은 양반(?) 스포츠다. 키 2m에 체중 100kg은 넘어야 밀리지 않는 농구는 몸집이 작은 동양인에게 매우 불공평하지만, 신체접촉이 없고 두 시간 이상 계속 뛰어올라 몸통을 탄력 있게 굴신할 지구력을 요구하는 배구라면 승산이 있다.

 

일본 남녀배구가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이 이를 증명한다. 다른 스포츠처럼 여러 차례 경기규칙을 발전시켜 오늘에 이른 ‘6인제 배구’를 한국에 정착시킨 일등 공로자는, 국제대회 첫 출전에서(1956년 제3회 아시안게임) 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한 한국대표팀의 고 선우양국 코치다. 맞다. 치과 재료학의 선구자 바로 그분이다. 서울대 치과대학의 전국 배구대회 우승을 위해 ‘유급’을 자청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최강의 라이트공격수요, 최고의 수비수는 바로 고 지헌택 교수였다. 지 교수님은 훗날 올림픽 선수촌장까지 역임하셨다.
 
도쿄올림픽 동메달을 놓친 한국여자배구대표팀에 전 국민이 열광하고, 그 인기는 V-리그 여자배구의 압도적인 시청률로 이어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이재영 다영 쌍둥이 자매의 선수자격 박탈로, 최강의 세터와 공격의 한쪽 날개를 한꺼번에 잃어 절망적이었던 대표팀이, 정신력으로 똘똘 뭉쳐 망외의 4강에 오른 과정이 감동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거기에는 세계적인 스타 김연경의 카리스마에 넘치는 리더십이 있었고, 라바리니 감독의 데이터에 기반한 냉정한 족집게 작전이 있었다.

 

도대체 여자배구의 인기가 이렇게 높은 까닭은 무엇일까? 첫째, 배구 네트의 높이는 체격과 근력 점프력을 고려하여 남녀 각각 243과 224cm으로, 19cm 차이가 난다(아마추어는 238 대 215). 대학 시절에 장신의 외국팀과 시합을 앞둔 여자 대표팀이 남자 고교팀과 연습하는 것을 몇 번 보았다. 아마도 이런 관례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줄로 안다.

 

둘째 남자배구는 힘차고 빨라서 랠리(rally)가 서너 번에 끝나지만, 여자배구의 메가(mega) 랠리는 12,3회도 드물지 않다. 따라서 연타나 푸싱과 같은 변칙적 플레이나 디그(dig, 강한 spike에 대한 super save)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셋째 190을 넘나드는 미녀 스타의 깜찍한(?) 득점 세리모니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넷째, 경기 외적 조건에 따른 기복이 심하다. 분위기가 갈아앉으면 감독이 호령이나 달래기로 업(Up) 시킨다. “고개 들어, 입 벌려, 소리 질러!”를 외치고, 선수는 “아자 아자, 가자!”로 화답한다.

 

현대배구는 엄청나게 빠르고 강해져서, 눈 깜빡할 사이에 끝나는 남자배구는 패턴플레이보다 개인 능력이 돋보이지만, 여자배구는 끈질긴 수비와 긴장감 넘치는 메가 랠리나 슈퍼 랠리의 묘미가 살아 숨쉬기에, 똘똘 뭉친 조직력과 정신력에 관중이나 시청자들은 열광하는 것이다.

 

협회장 직선제 후유증이 가시지 않아, 협회장 사퇴와 후보 1인 출마라는 변칙적인 재선거 끝에, 늦게나마 이사회를 구성하고 궤도에 오른 집행부에 축하를 보낸다.


그 어느 때보다도 회원들의 위기의식이 팽배해있는 시점에 집행부 내부, 그리고 집행부와 지부 및 회원들 사이의 소통과 화합에 힘을 모아 동력을 회복해야 한다.

 

전 집행부 출신과의 이질감, 그리고 사퇴 원인의 하나였던 직원 노조와의 어색한 관계 등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시간적 여유는 없다. 소통의 시작은 ‘만남’이다.

 

그러나 딱딱한 공식 회의는 대화에 한계가 있다. 운동, 이를테면 배구는 어떨까?
프로의 엔트리가 20명이니 9인제 아마추어는 팀당 30명도 로테이션이 가능하다.
임원을 2팀으로 나누거나, 임원과 직원, 임원과 지부장들 간에 한 시간 남짓 함께 땀을 흘리고 뒤풀이를 하는 동안에, 조직에는 소통이 흐르고 화합은 찾아올 것이다.


선배들이 사회에 봉사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쌓았던 전통을 찾는 길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 한시바삐 ‘고개 들고 입 벌려 소리치며’ 함께 뛰자.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