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어귀마다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주민들의 무사귀환을 배웅하고 맞아주는 나무가 있었습니다.
마을 잔치 때면 액막이 소원글이 매달리도록 새끼줄이 걸리고,
주민 모두가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돌았지요.
아이들에겐 목말을 태워주는 놀이터가 되어 주었고,
고민 많은 젊은 청춘의 혼잣말 상담을 해주고,
가족들의 팔에 빙 둘려 안겨보기도 하고,
연인의 이름이 새겨지는 아픔쯤은 기쁘게 감내하였습니다.
세월이 흐른 만큼 동내 풍경도 바뀐 지금.
서로 높은 자리에 오를 완장을 차겠다고 다툼을 하고,
우러름을 먼저 받아보겠다는 허세로 가득한 도시를
말없이 바라봅니다.
가끔 힘겨운 아버지들의 처진 어깨와 등을 어루만져주고,
인생을 반추하는 노년에게 그늘 쉼터가 되어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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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는 나무 한그루를 품고 삽니다.
거리낌 없이 오르고 기대고 말을 나눠줄 나무를 품고 살아갑니다.
늘 든든한 버팀이 되어 주고 응원해 주는 어른 나무를 품고 삽니다.
오늘도 그리움의 언덕에 서서 어른을 기다려봅니다.
나도 누군가의 나무가 될 수 있을까, 꿈을 꾸어봅니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