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 노란 봄이 왔다
산수유꽃들까지도
바이러스 왕관*을 쓰고 있었다
꽃구경 다녀간 사람들이 왕관에 감염되었다며
모든 꽃놀이를 금지한다고 했다
만개한 유채꽃밭을 트랙터가 갈아엎었다
천지는 더 노랗게 뜨거나 하얗게 질렸다
부고도 없이 바람에 떨어져 사라지는 혼들이
매일같이 봄밤을 흔들었다
비말처럼 기침처럼 혹은 각혈처럼
꽃잎들은 숨죽여 죄인처럼 피고 졌다
세기적 봄날들이
역사책에 붉은 꽃잎으로 각인되며
고개를 떨어트린 채 흘러갔다
* 코로나(Corona) : 라틴어로 crown(왕관) 혹은 halo(후광, 광배)를 의미한다.
이영혜 원장
-2008 《불교문예》 등단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창과 졸업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초빙 부교수
-박앤이서울치과의원 원장
-시집 《식물성 남자를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