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조랑말은 나를 태우고도 기회만 되면 멈춰 서서 풀을 뜯었다
양과 염소들도 깨어 있는 내내 대지에 고개 숙여 풀을 먹는다
저 먹이활동이 즐거운 휴식인지 마지못한 노동인지 궁금했다
식사=휴식이라는 통념은 늘 옳은 걸까
핸드폰 속 세상을 끊임없이 두리번거리며 빵 한 조각 허겁지겁 베물고 일어
서는 인간의 식사도 있다
혀의 쾌락도 없이 위루관으로 뱃속에 죽을 욱여넣던 루게릭병 친구
휴식도 노동도 아닌 그 순간
눈망울은 말보다 낙타보다 크고 글썽했다
더 이상 고개를 숙이지도 못하니 자연의 섭리를 넘어선 걸까
허기가 인류의 문명을 여기까지 끌고 왔다는 명제를 되새김질해 본다
고개를 숙이지 않고도 엄마 품에 안겨 당당히 허기를 채우던 첫 밥의 힘이
지상의 식사를 끌고 간다
이영혜 원장
-2008 《불교문예》 등단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창과 졸업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초빙 부교수
-박앤이서울치과의원 원장
-시집 《식물성 남자를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