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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의학 활용에 있어 주의해야 할 사항은?

의료윤리학자에게 물어본다 (38)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이제는 디지털 치의학이 대세라고 할 정도로 보철, 교정 등 많은 진료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와 더 좋은 치료를 쉽게 제공할 수 있기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혹시 생각하지 못한 윤리적 고려사항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궁금증도 듭니다. 혹시, 치과에서 디지털 치의학 관련해서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는지요? 익명

 

치의학의 미래를 생각하면 역시 디지털, 특히 구강 스캐너, CAD/CAM, 3D 프린터가 떠오릅니다. 제가 학생 때만 해도 기공 작업은 손으로 하는 게 당연했는데, 이제는 많은 부분이 디지털화가 되어 실제 임상에서 활용된 지도 꽤 되었음을 생각해보면 놀랍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아직 이런 디지털 치의학과 관련한 의료윤리적 고려사항은 문헌 등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어진 바가 드뭅니다. 외국에서 문헌을 검색해 보아도 잘 나오지 않지요. 관련 내용을 찾아보기가 어려우실 텐데요. 몇 가지 고려해보아야 할 사항을 여기에서 점검해 보는 것으로 출발해보려고 합니다. 구체적인 분석은 향후 논문 등에서 확장해 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첫째, 디지털 치의학 기술의 적용과 관련한 질문입니다. 우선, 디지털 기술의 의료 적용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것으로 기술 접근성이 있지요. 제 주변에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잘 다루시는 어르신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보통 노인층은 신기술, 특히 디지털 기술에 적응하고 이를 활용하는 데 있어 청장년층보다는 어려움을 겪는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의료기술 접근에 장벽을 만들고, 의도치 않게 노인층을 차별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치과 종사자와 환자의 특정 계층 모두, 디지털 치의학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디지털 치의학 관련해선 환자가 직접 다룰 부분은 많지 않기에 이런 문제가 그렇게까지 심각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이후 기공 작업 외에도 디지털 기술이 활용될 부분이 많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꽤 있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음, 디지털 기술로 인한 의료비용 상승의 문제가 있지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데는 당연히 비용이 듭니다. 잘 아시겠지만, 구강 스캐너나 CAD/CAM 장비를 구입하고 유지하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듭니다. 이전 파노라마-콘빔 CT 촬영 장비가 퍼질 때처럼, 구강 스캐너나 CAD/CAM 운용을 위한 장비가 일반화되면 이는 치과 운영비용에 그대로 포함될 것이고 이는 치과 의료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질 겁니다. 장비 도입의 적정선을 제시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장비 구입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자유이고 이를 제한하거나 할 수 없으므로 큰 의미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둘째, 디지털 치의학으로 획득한 데이터의 보안과 관련한 문제입니다. 이전 수술실 CCTV 논쟁을 기억하실까요? 수술실 CCTV로 촬영된 영상은 각 의료기관이 보관, 보호할 의무가 생기는데, 이미 병원 자료 보안에 관련한 준비가 되어 있는 병원이라면 문제가 없으나 대부분의 병·의원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에 관련 비용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데이터를 활용할 때도 마찬가지로, 디지털 치의학을 활용하는 치과 병·의원 또한 보안 관련 시스템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3D 모형 자료를 해킹당한다고 하여 별 문제가 되겠냐고 생각하시겠지만, 해당 자료는 개인 식별이 가능한 민감정보로 악용 가능성이 있기에 보안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병·의원에 부여됩니다.

 

현재 국내의 대형 병원들(치과병원 포함)이 이 부분에서 충분히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기 어려운데다가, 새로운 지출이 생기는 것이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이견이 많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소규모 치과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더 크게, 치과에는 점점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관리해야 하는 디지털 자료들이 쌓이고 있습니다. 전자 차트, 처방, 환자 사진 등 모든 것이 치과 컴퓨터에 저장됩니다. 그리고 이런 자료들의 보안은 아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요.

 

셋째, 디지털 치의학으로 획득한 데이터의 전송과 관련한 문제입니다. 구강 스캐너로 획득한 3D 스캔 자료가 기관 밖으로 나가려면 원칙적으로 환자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기공실에 전송하는 것은 채득한 인상 또는 모형을 기공실에 보내는 것과 같은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문제 소지가 덜합니다만, 구강 스캐너 회사에 전송되는 경우, 예컨대 회사의 클라우드 서버에 자동으로 업로드가 되는 것은 환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안입니다. 환자가 자료를 넘기기로 암묵적으로 동의한 곳은 치과이지 구강 스캐너 회사가 아니기에 동의 없이 자료가 구강 스캐너 회사로 넘어가고 이를 회사가 보관하여 분석, 활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스캔 자료를 환자와 직접 연결할 수 없는 경우라면 괜찮을까요? 이를테면 자료를 전송할 때 환자 정보는 없이 단지 자료만 보내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지요. 이것은 구강 스캐너의 재현도와 촬영 범위에 따라 결정이 될 것입니다. 구내 사진이나 파노라마 사진이 환자를 식별하는 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면, 3D 스캔 자료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에 이 부분에는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요. 특히, 전악 스캔을 한 경우가 그렇겠지요.

 

일단, 디지털 치의학 활용에서 발생 가능한 의료윤리적 문제를 개괄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위에서 다룬 접근성, 비용, 보안, 동의와 전송은 디지털 치의학 뿐만 아니라 의료 영역에서 디지털 기술 활용 시 따져봐야 할 윤리적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이런 문제에 있어 치과적 특성이 어떻게 드러나고, 추가적인 고려사항은 무엇인지 제 경험과 연구가 부족해 아직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서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앞으로 관련 내용을 더 보강하여 선생님들께서 디지털 치의학을 임상에서 문제없이 활용하실 수 있도록 미리 신경 쓰실 부분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선생님이 진료하시거나 치과의사로 생활하시면서 가지셨던 윤리와 관련한 질문을 기다립니다. dentalethicist@gmail.com으로 보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