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칸에 한 사람씩 이름을 채워본다
가족 친구…… 문턱 낮추고 왕래한 사람들……
누구를 빼고 누구를 넣을까
고민과 불면을 바꾼 시간이
내 관계의 삶을 만들었는데
내밀한 것들은 어느 칸에 적을까
나에게 꽃을 달아준 사람
부를 수 없는 이름은 어디쯤에 끼워 넣을까
화이트리스트는 점점 짧아지고
블랙리스트는 자꾸만 길어져
나 두서없이 어두워지는데
화이트리스트 맨 위 칸에 슬며시
그를 앉힌다
비밀한 죄 하나 받아 평생 속죄하고 싶은데
나는 과연 그의 어느 리스트 어디쯤 올라있는지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 넣고 빼고 수정하며
사랑의 꿈보다 달콤한 꿈에 빠져보기도 하는데
앳 리스트(At least), 최소한
내 사랑하는 이들
잔금 많은 두 손바닥 명부 칸칸에
삭제되지 않는 등본으로 새기고픈 마음
잠시 내려놓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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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리스트의 <사랑의 꿈>
이영혜 원장
-2008 《불교문예》 등단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창과 졸업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초빙 부교수
-박앤이서울치과의원 원장
-시집 《식물성 남자를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