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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고통을 주었던 두려움(恐, 懼, 忌, 憚)

박병기 칼럼

인생 살다보면 끊임없이 머리를 내미는 두려움으로 인한 고통. 어느 정도 해결하였다 생각하면 또 다른 괴로움이 불쑥 머리를 내민다. 두더지 게임을 할 때 두더지를 망치로 때리면 또 다른 두더지가 불쑥 머리를 내민다. 두더지를 빨리 때릴수록 두더지는 더 빨리 머리를 내민다. 아무리 때려도 사라지지 않는 두더지. 우리 삶 또한 두더지처럼 두려움이 불쑥 불쑥 고개를 내민다. 하나하나의 두더지에 대응하느니 코드를 빼버리면 두더지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법륜 스님의 말씀에서 답을 찾아본다.

 

부처님께서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출가를 하셨다. 93세인 아버님은 한 달에 한번정도 집에 스님을 모시고 공부를 한다. 나 또한 불교에 관심이 있기에 관련 책을 읽고 아버님과 대화를 한다. 중용에는 불교 교리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중용 1장과 2장에 두려움에 관한 한자가 4개가 나온다.

 

1장 恐懼乎 其所不聞(공구호 기소물문 : 다른 사람이 듣지 않은 곳에서도 두려워한다)

2장 小人而 無忌憚也(소인이 무기탄야 : 소인은 꺼리낌이 없다)

 

恐(두려울 공) 懼(두려워할 구) 忌(꺼릴 기, 두려워하다, 미워하다, 질투하다,) 憚(꺼릴 탄, 두려워하다, 괴로워하다, 탐하다) 두려움에 대한 원인이 외부에 있을지라도 두려움을 느끼고 고통을 겪는 것은 내면의 마음일 것이다. 두려움과 관련된 한자 4개에는 心(마음 심)자가 있다. 내 삶에서의 두려움의 기억을 더듬어본다.

 

恐(두려울 공, 工(장인 공) 凡(무릇 범, 대강) 心(마음 심)) 장인(서비스 제공자)이 자신의 능력에 대해 스스로 만족을 하지 못할 때 자신이 만든 제품에 대한 고객의 반응에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벌써 20년이 지났다. 하악 46번을 스테리오스로 시술을 하였다. 시술을 하고 리콜 체크를 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예감했다. 그래도 어떻게 되겠지 라는 심정으로 보철까지 마무리를 했다. 보철을 하고 1달 정도 지나 환자분께서는 임플란트를 하면 원래 좀 흔들리냐며 내원하셨다. 올 것이 왔구나! 즉시 실패를 인정하기가 두려웠다. 파노라마를 촬영하고 1달 뒤 퇴근시간에 약속을 잡았다. 한 달은 나에게 고통이었다. 매일 환자에 대한 꿈을 꾸었다. 실패에 대해 뭐라 말을 해야 할까? 1달 뒤 퇴근 시간쯤에 맞추어 내원하신 환자분께 임플란트가 실패를 했다며 임플란트를 제거하고 치조골이 회복되면 다시 식립을 하여드린다고 말씀 드렸다. 왠지 눈물이 나왔다. 다시 수술을 한다고 하여 성공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 나의 눈물을 보신 환자분께서는 임플란트 수술을 하고 자신이 술을 마셨다며 주의사항을 지키지 못해 임플란트가 실패한 것 같다고 오히려 침울해 있는 나를 위로하신다. 2달 동안 간단한 임플란트 책 한권을 Copy하여 파워포인트로 정리했다. 다행히 2달 후 재 식립한 임플란트는 20년이 지나도 잘 사용하신다. 책에 있던 임상사진을 내 임상사진으로 바꾸었다. 자료정리가 끝나고 후배들과 임플란트 공부를 같이 하였다. 그 때 같이 공부하였던 후배와 동업을 하고 있다. 2018년 후배와 동업을 한 후로는 임플란트 시술을 하지 않는다.

 

懼(두려워할 구) 心 目(눈 목) 隹(새 추)) 새가 두 눈을 부릅뜨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을 인지하였을 때 곤충이 느끼는 두려움. 독수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도망가는 토끼에 관한 동영상이 생각난다. 아버님께서 중학교 입학 기념으로 1만2천원의 거금을 주고 손목시계를 사주셨다. 시계를 자랑하며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한참을 놀다보니 손목에 시계가 없었다. 같이 시계를 찾던 친구들은 하나둘 집으로 향했다. 아버님은 내가 기억이 없던 시절부터 손에 호두를 갖고 계셨는데 지금도 그 호두 2개를 만지작거리신다. 아버님께 시계를 분실했다고 꾸중들을 것을 생각하니 두려움이 앞섰다. 날이 어두워 더 이상 시계를 찾을 수 없었다. 갑자기 시계를 주운 사람은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이 사라졌다. 시계를 분실한 현 상황을 받아들였다. 현 상황을 받아들이고 8살 위 누나에게 SOS를 청하여 비슷한 시계를 구매하였다. 그 시계도 얼마 후에 분실하였다. 토끼는 육식동물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토끼 굴에만 있다면 육식동물의 위험에서는 벗어날 지라도 굶어 죽을 것이다.

 

忌(己(몸 기, 다스리다) 心) 국민교육 헌장의 첫 문장을 적어본다. 우리는 민족중흥에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내 자신이 민족중흥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되면 내 자신의 무능에 대해 너무 고통스럽다. 2013년부터 토행독에 가입하여 매주 한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9년이 지나 2022년 2월부터 토행독 책읽기를 중단하고 있다. 9년 동안 나에게 최대의 행복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었다. 다른 즐거움을 찾으려하지 않았다. 골프도 여행도 나에게는 즐겁지 않았다. 읽은 책들이 쌓이고 책을 정리한 노트가 쌓이는 재미만이 나에게 영원할 줄 알았다. 책읽기를 중단하면서부터 중용 글쓰기도 중단되었다. 책을 읽지 않으니 나오는 글도 없다. 10년이 넘는 새벽 9홀 골프 모임이 있다. 오전 8시에 진료를 시작하기에 5시 30분 티업이 시작되는 2주전부터 4씨 30분에 기상을 한다. 골프가 없는 날에도 5시에 기상을 하여 치과 옆 사무실로 출근을 한다. 4개월의 무기력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憚(心 單(오랑캐임금 선)) 외부의 강력한 힘에 굴종을 당할 때 느끼는 두려움이다. 임진왜란 때 조상들께서 느꼈던 마음일 것이다.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학기 초였다. 우리 반에 복학생이 있었다. 학기 초 2학년들이 반에 놀러와 인맥을 과시한다. 다른 반 1학년들도 교실에 와서 형님이라며 깍듯이 한다. 1교시가 시작하기 전 친구와 장난을 치고 있는데 복학생이 우리 둘을 불러서 1학년들이 등교하며 보고 있는데서 망신을 주었다. 복학생 개인이 아닌 주위 인맥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순종하게 만들었다. 그날 이후 인맥을 만들었다. 그 때 만난 친구들 5명은 지금도 만나고 있다. 우리 반에서 복학생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친구가 누구인가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친구와 인연을 맺었다. 그날 이후 3년 동안 나에게 두려움을 주는 대상은 없었다. 지금도 인맥을 만드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