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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가 집으로 들어온 날’…방문진료 현장 속으로

■르포 - 방문구강진료 현장을 가다
부천분회 ‘방문구강진료 우리집 건강주치의’ 시범 운영
“관련 수가 체계·제도 마련 필요” 참여 치의 한목소리


“요즘은 잘 씹는 게 제일 걱정이에요.”


여기저기 붙어 있는 메모 스티커와 약 봉투, 냉장고 옆 각종 건강식품들. 현관문을 열자 어르신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치과의사는 진료 가방을 내려놓고 준비한 기구들을 차례로 꺼낸다.


내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방문구강진료의 현실을 확인하는 현장은 이렇게 시작됐다. 부천분회가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부천시와 함께 진행한 ‘방문구강진료 우리집 건강주치의’ 사업이다.


신흥식 부천분회장을 비롯한 강동림·김상희·민경민·오재권·이희용·정 욱·최유성·최희수 원장은 총 17명의 돌봄통합 대상 노인의 자택을 직접 방문해 방문구강진료를 시행하면서 현장을 세세히 살폈다. 현장에는 소사보건소 소속 치과위생사 1명과 담당 주무관 1명이 동행해 대상자 준비, 일정 관리, 현장 실무 등을 지원했다.


방문 진료는 검진, 상담, 교육 중심으로 운영됐다. 한 어르신은 허리 부상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지만, 최근 제작한 상악 부분틀니에는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었다. 치과의사는 어르신 이야기를 먼저 듣고, 틀니 상태와 구강검사 결과를 차분히 설명했다. 잘 관리되고 있다는 말에 어르신의 표정이 한결 누그러졌다.


또 다른 어르신은 상악 전치부 지대치가 파절된 국소의치를 본드로 임시 고정해 사용 중이었다. 방송에서 본 임플란트 이야기를 꺼내며 “예전처럼 다시 하고 싶다”는 바람도 조심스레 전했다. 즉각적인 치료가 어려운 상황에서 치과의사는 전동칫솔을 꺼내 손목 힘이 약한 어르신에게 적합한 양치 방법부터 안내했다. 소독된 골무형 기구로 잇몸을 마사지하자, 어르신은 “시원하네”라고 말했다.


어르신들의 구강건강 상태는 천차만별이었다. 치아 파절 및 치아 상실까지 다양했다. 문제는 치과 접근성의 한계가 구강건강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여러 이유로 치과에 방문하지 못해 상태가 장기화되며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결국 전반적인 삶의 질도 떨어트려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었다.


특히 제도적 한계와 장비 제약으로 인해 충치 치료, 발치 등 본격적 치료는 현장에서 진행되기 어려웠다. 다만 정 욱 원장은 “포터블 로우스피드나 최소한의 의치 조정 장비만 갖춰지더라도 간단한 조정이나 불편 완화는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향후 제도 정비 시 현장 대응 범위가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 어르신 “고맙다” 연신 감사 전해
진료 도중 오간 이야기는 삶의 대화로도 이어지기도 했다. 중국으로 취업했다가 임금을 받지 못한 아들의 사정, 틀니와 임플란트 비용에 대한 고민 등. 몇 번이나 반복되는 “고맙다”는 말이 겹쳤다. 방문구강진료는 의료 서비스는 물론 돌봄의 역할도 하고 있었다.


현장에 동행한 치과위생사들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 치과위생사는 어르신과 의료진 사이에서 말의 온도를 조절했다. 민경민 원장은 “일본처럼 국내 방문구강관리 역시 치과위생사와 동반한 기능 중심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현장을 직접 겪은 이들은 제도·체계 마련의 중요성에 입을 모았다.


신흥식 원장은 “방문구강관리 사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방문 자체에 대한 비용과 행위에 따른 진료 수가가 반드시 제도적으로 책정돼야 한다. 실비 수준의 지원이나 봉사 개념으로는 장기적 운영이 어렵다”며 “이번 대상자들은 대부분 혼자 생활하거나 보호자의 도움을 받으면 일정 수준의 거동이 가능한 분들이었다. 이 같은 분들의 경우 여러 행정·의료 경로를 통해 치과 내원을 유도하고, 거동이 어려운 분들을 중심으로 방문진료가 이뤄지는 방향이 더욱 합리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재권 원장은 “의과·한의과 방문진료가 먼저 제도적으로 운영되고 그 뒤를 이어 치과 방문진료가 논의되는 상황”이라며 “다른 돌봄 사업 주체들과 함께하는 다학제 회의에서 각 직역의 역할에 대한 충분한 조율을 통해 환자가 실제로 필요한 처치를 받고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욱 원장은 “방문구강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대상자 선정 기준, 전문 인력의 역할, 수가 체계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점”이라며 “현장을 직접 겪은 이들의 의견이 제도 설계 과정에 충실히 반영된다면 방문구강관리는 일회성 사업을 넘어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 안에서 지속 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서비스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