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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한 투자

임철중 칼럼

우주인 1호를 소련 가가린에게 빼앗긴 미국 정부는, 우주개발사업을 항공우주국(NASA)에 집중하고, 차곡차곡 따라잡기 계획을 세운다. 먼저 한 사람 우주에 보내기 작전명(名)은 머큐리, 하늘에 보내는 인류의 전령(傳令)이다. 다음 추진력을 높여 두 사람 보내기는 쌍둥이 좌(座) 제미니.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계획은, 달 궤도를 선회할 모선에 하나와 착륙함에 둘, 세 사람을 태운다. 지구를 도는 태양의 신 아폴로의 수레에는 바퀴가 셋. 스푸트니크에 쇼크를 받아서 달나라만은 반드시 우리가 먼저 가겠다던 케네디의 약속은 지켜진다(1969. 7. 20). 일견 황당한 계획에 붙인 절묘한 이름 짓기(Naming) Mercury-Gemini-Apollo는, 전 세계를 매혹시켰을 뿐 아니라, 미국 국민은 문자 그대로 천문학적인 예산을 받아들였다(230조). 1995년의 치의신보 칼럼 ‘이름 짓기’를 다시 정리한 글이다. 과학에 문외한인 공무원 제임스 웹(최신 우주망원경 이름)의 추진력에, 칼럼니스트 칼 세이건과 영화감독 론 하워드의 헌신적인 후원에서 보듯, 전 국민이 투자를 지원해준 결과다.

 

1993년 대전 과학엑스포 당시 갑천 고수부지에서, 존재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신기전(神機箭)이 200m를 성공적으로 날았다. 화약통을 등에 업은 이 발사체는 초등학교 때부터 우주여행을 꿈꾼 소년 채연석이, 한화가 소장한 ‘병기도서’에서 1447년의 설계도를 찾아내어(개발은 세종 30년), 긴 연구 끝에 재현한 세계 최초의 2단 로켓이었다. 1989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창설에 우주추진기관 연구그룹장으로 참여한 채박사는, 처음부터 액체추진 로켓개발을 주장하였고, 2022. 6. 21 오후 4시,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는 목표궤도 700km에 진입하는 데에 성공하여(현재는 이상률 원장), 한국은 자력(自力)으로 발사에 성공한 세계 일곱 번째의 나라가 되었다.

 

과학기술인의 실버하우스 사이언스 빌리지에서는, 입주민이 현역시절 업적을 정리하여 ‘재능기부’ 형식으로 강의를 하는데, 발사 당일 KBS 해설을 맡았던 채박사가 기꺼이 강의(7월 5일)를 승락한 것이다. 고교 시절부터 꾸준히 기고하여 잘 알고 지내던 이서령 사장의 권유로 ‘로케트와 우주여행’이라는 책을 출판, 문교부 우량도서로 선정되자, 대학총장이 장학금을 주어 ‘신기전 연구’를 발표하게 되는 대목은 감동적이었다. 한길로 줄기차게 꿈을 좇아온 대학 1년생이 그 꿈을 이룰 계기를 만난 것이다. 그는 덧붙인다, “발사 성공까지 투자된 3조원은 우리나라 형편에 적은 돈이 아니지만, 최종목표인 달 탐사까지 얼마나 더 들어갈지 모릅니다. 물론 민간기업의 대거 참여가 필수적이지요.”

 

미국이 쏟아 부은 1960년대의 230조 원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그 당시 미국에서도 지나친 예산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미국 내 빈부격차 해소, 세계적인 기근 퇴치, 머나먼 우주보다 가까운 대륙과 바다를 탐사 - 개발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둥. 그러나 케네디의 결단이 없었더라면 과연 냉전시대에 힘의 균형이 가능했으며, 20년 뒤 레이건의 우주전쟁(Star Wars) 블러핑이 먹혀들어 소련 연방의 해체 및 국제평화가 가능했을까? 그보다 치과계가 경험한 부수적 효과를 찾아보자.

 

남북전쟁이 끝나갈 무렵 소총의 직진 성과 파괴력을 높이기 위하여, 총신 내부에 강선(Groove)을 파서 총알을 회전시키는 기술(Rifle)이 발명된다. 고압을 견디는 강철소재가 개발된 덕분이고, 이 기술로 치과 절삭용 핸드피스의 기능도 대폭 향상된다.

 

미·소의 미사일 경쟁으로 가볍고 강하며 내식(耐蝕)성 높은 티타늄 수요가 늘고 처리기술이 발달하였으며, 군축(de-tente)이 시작되자 시중에 공급이 풀린 것과, 의료용 기재 특히 치과 임플란트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사실과는 무관(無關)하지 않다.

 

우주왕복선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에 고열을 견디기 위하여 개발된 PFM(Porcelain Fused on Metal) 기술은, 심미 보철소재로서 구강보건에 크게 기여하였다. 누리호의 성공적인 발사가 당장 식량과 기름을 보태주지는 않지만, 뒤따르는 부수적인 효과는 기술력 과시라는 후광효과와 더불어, 국력을 모아 투자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