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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침투한 덤핑치과 환자 유인 개원가 분노

전용 홍보 점포 차려 놓고 “어르신 ‘만 원’ 임플란트 하세요”
65세 이상 노인 임플란트 1만 원 시술 행사 홍보 논란 커져
부천지역 시장서 타 지역 소재 치과 환자 유인·알선 눈살
보건소는 솜방망이 조치…자율징계권 필요 치과계 한목소리

 

“어르신, 건강보험공단 지원금으로 임플란트 1만 원에 받아보세요!”

 

최근 경기도 부천시 소재의 재래시장에서 이 같은 환자 유인 행각이 벌어져 논란을 빚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전용 점포를 개설하고 대대적으로 불법 홍보를 펼쳤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관련 치과의 소재지가 홍보 점포가 위치한 부천시가 아닌 서울시와 인천시라는 점에서도 이전까지의 불법 홍보 및 환자 유인 양상과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 ‘치과’에서 한다는데…상인들은 신뢰

해당 홍보 점포는 지난 7월 중순경 부천시의 재래시장에 입점해 영업을 개시했으며, 보름여 만인 지난 3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관할 보건소에 의해 철거됐다. 당시 점포에서는 만 65세 이상 환자의 보장성 임플란트를 본인부담금 1만 원에 시술해주겠다는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고 호객 행위를 펼쳤다. 또 이때 모집된 환자를 서울 및 인천 소재의 치과 2곳에 알선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의료법 제27조 3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등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이를 어길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및 의료인 자격정지 2개월에 처하도록 한다.

 

이 같은 상황에 인근 상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신뢰를 바탕에 둔 ‘의료기관’인 ‘치과’에서 불법 환자 유인을 벌였을 리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문제의 홍보 점포 인근의 상인들은 “임플란트를 단돈 1만 원에 시술해준다니 좋다고만 생각했다”며 “공단의 국가사업이라고 명시된 데다 치과명에 원장 얼굴까지 공개돼 있어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불법이었다니 충격이다”고 일관된 목소리를 냈다.

 

# 일회성은 처벌 어렵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 관련 치과들은 “위탁 업체의 일방적인 홍보”라는 주장을 내놨다.

 

인천시의 A치과는 “해당 업체가 치과와 제휴 관계인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단, 보장성 임플란트를 1만 원에 시술해준다는 것은 홍보 업체 측의 일방적인 마케팅이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서울시의 B치과에서는 ‘무단 홍보’라는 입장이다. B치과 관계자는 “문제의 업체에 홍보 의뢰조차 하지 않았으며 치과와 무관하다”며 “해당 업체를 상대로 무단 홍보에 관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응대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소의 미온적인 대처도 치과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관할 보건소 측에서는 “관련 치과 및 해당 업체의 불법 홍보 행위 적발 이력이 없다”며 “업체의 경우, 해당 사안이 의료법 위반이라는 인지조차 없었다. 고의성이나 빈발성이 없다고 봐, 행정지도를 펼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주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치과계는 이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정부기관의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될 경우, 불법 환자 유인·알선 행각이 더욱더 만연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실태에 치과계에서는 자율징계권 부여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즉, 이번 사건과 같은 사례를 미연에 방지하고 의료질서를 바로잡으려면 치과계에 자율징계권을 부여해, 공동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진균 치협 법제이사는 “이 같은 사건이 횡행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지역 보건소에만 의존하기보다 치협에 자율징계권을 부여해, 함께 문제 시설을 계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보다 올바른 의료질서가 확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