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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로 글을 2번쓰다

박병기 칼럼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알면, 능히 스승이 될 만하다.(논어 ‘위정편’)

 

이슬은 마치 아름다운 거미줄과 같다. 마냥 빛나고 반짝인다.

이른 새벽녘 이슬은 살이 있는 모든 것들 속으로 살금살금 기어든다.

그 누구도 이슬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찬란하지 않은가?

햇살이 그 이슬 위로 내리칠 때는 그러나 어느새 사라져 버린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콜럼버스 악수’가 이루어진 후에도 초원에서 살았던 아메리카 인디언 추장의 연설 중에서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인디언 연설문집) 출판사 : 더 숲)

 

인디언 추장의 연설문을 읽으며 나는 이슬의 아름다움과 사라짐에서 애잔함을 느끼지 못한다. 거미줄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고 이슬이 살금살금 들어오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글이란 과거의 경험과 현실의 고민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누군가는 책, 음악, 여행, 영화, 그림 등을 통해 경험을 얻는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한다. 자연인에게 인디언 추장의 연설문은 어떻게 다가갈까?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 문장을 가지고 2016년 11월에 B4 한 장의 글을 썼다. 2020년부터 2주에 한번 논어 문장을 가지고 다양한 직업의 5명이 오전 7시에 만나 1시간동안 서로 대화를 나눈다. 대화를 마치고 다시 논어 글쓰기를 한다. 2022년 11월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로 대화를 하며 6년 만에 같은 문장을 가지고 글을 써보았다. 그리고 6년 전 썼던 글을 읽어보았다.

 

2016년 11월 썼던 글의 핵심은 師(스승 사)였다.

師(스승 사)는 원래 2,500명의 병사로 이루어진 군대의 편제(사단(師團))를 의미하였으며 그 뜻이 확장되어 사단의 전략가, 군사적 조언가, 지도자, 장수 의미로 사용되었으나 스승, 모범 등의 뜻이 나왔고 醫師(의사)에서처럼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 사람을 부르는 말로 쓰인다.

 

스승이란 무엇인가? 스승은 과거에 자신이 배우고 익혔(學習)던 것을 성숙된 시각을 가지고 과거에 배울 때는 미처 알지 못하였던 것을 학습(學習)하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정리하여 배움을 주는 것이다. 스승은 자신의 후학들과 경쟁하지 않고 후학들이 배움의 강을 건널 때 디디고 건널 징검다리가 되어 주는 것이다.

 

‘동료 치과의사들이 나를 알게 됨으로서 과거 내가 하였던 고민과 동일한 고민을 하지 않도록 지식을 공유하며 지식을 자료화 하겠다’. 1997년 12월에 작성한 나의 사명서 중의 한 문장이다. 치과를 개원하며 내원 하는 환자와 치료에 대해 상담 자료가 없음에 답답함을 느껴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였던 자료가 1998년 환자와 함께 하는 치과이야기가 되어 나왔다. 치과계에서 상담관련 자료를 만들어 보급하는데 師(선구자)가 되고자 노력하겠다.

 

2022년 12월 쓴글의 핵심 단어는 溫故(온고)이다.

溫(따뜻할 원)이라는 글자는 죄인(囚 죄인 수)에게 그릇(皿 그릇 명)에 밥을 주는 따뜻한 인간 본성의 마음을 뜻한다.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난다. 공자가 ‘익힐 습(習)’자를 쓰지 않고 애써 ‘따뜻할 온(溫)’자를 썼을까? (온화할 온)에 水(물 수)가 붙어서 溫(따뜻할 온)이 되었다. 溫은 ‘익힌다’라는 의미로 작은 불로 천천히 익힌다는 의미이다. 옛것을 그냥 배우는 것(習)에 그치지 않고 물에 넣고 삶아서(溫), 새로운 것으로 태어나게 만든다(再創造 재창조)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공자는 제자들이 자신의 가르침을 천천히 이해하고 익힌 뒤,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를 바랐다.

 

故(옛 고)는 古(옛 고)와 攵(칠 복)이 합쳐져서 만들어 졌다. 온고(溫古)가 아니라 왜 온고(溫故)라고 하였을까? 논어는 공자님의 제자들이 그들의 제자들에게 공자님의 말씀을 전하며 한 글자 하나하나에 인문학적인 고민 속에서 만들어졌다. (故)는 단순히 과거의 한 시점의 행위(行)가 아니라 그 행위를 하게 된 근본이라 생각한다. 84년 치과대학을 입학하여 치과의사 윤리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1993년 대덕치과를 개원하며 내원하시는 환자분이 ‘치아를 살리는 대덕치과’라는 이미지를 갖게 하기 위해 치료 계획을 세우고 치료하였다. 임플란트가 없던 시절 하나의 치아가 상실되면 Cr&Br를 하였다. 그리고 편측 부분의치 그리고 양측 부분의치.... 임플란트는 치아상실에 대한 환자의 고민을 해결해 주었다. 치료를 하여도 질환이 계속되는 것에 대한 치과의사의 자괴감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진료 본질보다는 경제적인 목적을 위해 개원을 하는 치과의사들이 등장하였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문구가 생각난다. ‘진료는 쇼핑몰이 아닙니다. 진료는 믿음과 신뢰입니다’. ‘치과의사 윤리란 무엇인가?’ ‘지금 나는 윤리 교육을 받았던 당시의 마음(故)을 간직하고 진료하고 있는가?’ 자문해 본다.

 

한 달전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들이 치아가 깨졌다고 전화가 왔다. 말을 들어보니 상악 소구치 설측에 부분파절이 있는 것 같았다. 일단 아프지 않다고 하기에 곧 방학이니 방학하면 광주에 있는 아빠 치과로 오라고 했다. 동료 치과원장들이 상식적인 범위에서 진료를 한다는 믿음이 있던 과거에는 가까운 치과에 가보라고 하였을 것이다. Crown보다 저렴한 임플란트 치료비를 외치는 치과. 동료 치과의사를 믿지 못하는 치과의사인 내 자신에게 자괴감(自愧感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는 마음)이 든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