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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치과의사에게

Relay Essay 제2551번째

수년 전 어느날 오랜만에 의사 친구가 불쑥 찾아왔다.

그의 아들이 곧 치과의사로 첫걸음을 시작하는데, 아들을 보낼 테니 선배로서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부탁한다고 했다.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부족한 내 자신이 주제 넘은 것 같아서 사양하며 교수님들께서 어련히 잘 지도하셨겠냐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50년의 치과의사 삶을 정리하고 은퇴를 앞둔 마당에 너무 무책임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선배님들의 혜택을 누린 사람으로서 첫걸음을 떼는 후배들에게 뭔가 도움이 될 권면으로 보답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담감이 생겼다.

 

내 자신이 부끄럽고 부족했다고 자책하는 부분이라도 전해주어 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것이 선배의 도리가 아닐까 한다.

우선 ‘남과 비교하지 마세요.’

 

치열한 경쟁을 통해 지금의 자리에 있지요. 그래서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어느덧 습관처럼 되었지요. 더 빠른 승진, 더 많은 환자, 더 좋은 차와 집, 심지어 골프 실력까지… 늘 비교합니다.

 

친구들의 SNS방에는 고급 차, 비싼 좌석 비행기 여행, 최고급 호텔 숙박 체험 등을 올리는 친구도 생기지요.

남과 비교하면서 살다 보면 내 것이 너무 초라해 보이고 내가 하찮아 보일 때가 있어요. 비교하는 마음은 우리를 끝없는 경쟁으로 밀어 넣고 쉴새 없이 피곤하게 만들어요.

 

탈무드에서는 사람의 행, 불행을 좌우하는 것이 비교의식이라고 합니다.

객관적으로 풍부한 수준에 놓여 있어도, 그 자신은 결핍 가운데 살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탐욕이 주는 무서움입니다.

 

괴테는 ‘자기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어요.

다음은 ‘최선을 다하는 의사가 되세요.’

우리는 누구나 최고가 되려 하나, 모두가 최고가 될 수는 없지요.

세상에는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좋은 의사가 더 필요해요.

 

‘좋은 의사는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인정 많은 의사’라고 폴 투르니에는 말했어요.

사람들은 의사를 찾아오기까지 몇 번을 망설이고 무서워하면서 큰 용기를 내야 해요.

그러나 의사를 만나 대화하고, 진단과 치료의 과정을 거치면서 불안감이 사라지고 기쁨과 평안을 누리기를 바라고 있지요.

 

의사는 몸의 건강만 돌봐줄 뿐만 아니라 마음속에 희망을 심어줘야 해요.

현재의 질병을 치유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관리하면서 질병의 늪에 다시 빠지지 않도록 권면해야 합니다.

의사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으면 마음의 평안을 얻기는 어려워요.

학문적 스승이나 멘토의 잔소리를 벗어나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은 천국이 아니에요.

새 이론, 기술, 재료의 습득에 게으르지 마세요.

하늘이 맡겨준 나만의 소명에 성실하고,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데 필요한 내 몫을 감당하는 것에 충실하세요.

 

제 경험으로는 최선을 다해도 모든 환자에게 칭찬받기는 어려워요. 불평하는 환자를 미워하지 마세요. 나를 더욱 겸손하게 만드는 스승이니까요.

후배에게 더 좋은 치과의사 공동체를 물려줄 책임도 잘 감당하세요.

마지막으로 ‘뒷모습이 아름다운 의료인이 되세요.’

여러분도 언젠가는 은퇴할 때가 옵니다.

낙엽은 새순이 나오기 시작하면 나무에서 떨어져 사라져야 해요.

그것이 인생입니다.

 

은퇴할 즈음 자신이 지나온 발자국을 뒤돌아볼 때, 후회와 부끄러움이 적은 삶, 떠나는 나를 아쉬워하는 환자가 있다면 보람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지요. 임종 때 남에게 더 베풀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요. 그러니 너무 이기적으로 살지 마세요. 자기만 사랑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에요.

 

우리 인생이 결코 완벽해야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에요. 다소 부족해도 모든 것에 감사하며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면 됩니다. 존경받는 의사로 살 것인가, 돈만 많이 번 의료업자로 마감할 것인가는 지금 어떻게 방향을 잡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노력보다 방향이 더 중요해요.

부디 후회 없는 행복한 치과의사로 살아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