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합력(咬合力)은 씹는 힘으로 저작근(咀嚼筋) 수축에 의해 위아래 치아가 맞물릴 때 발생한다. 이때 빰과 혀가 교합력 발생의 도우미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교합력은 악구강계와 뇌신경계의 섬세한 조절 및 통합 작용에 의해 일어난다. 그러므로 위아래 맞물리는 치아 수가 부족하거나 입술 주변 및 혀의 근력이 위축되면, 음식을 제대로 씹거나 삼키기가 어렵다. 이것이 여러 개의 치아 소실과 함께 뇌병변을 가진 돌봄 노인에서 교합력이 저하되는 이유이다. 문제는 이런 교합력 저하가 역학적으로 노인의 영양부족, 신체기능 감소, 낙상, 노쇠 및 기능적 장애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에 필자는 교합력 저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돌봄 노인에서 교합력 저하를 평가할 수 있는 두 가지 근거와 그 의미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 교합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교합력은 턱얼굴 형태, 성별, 나이와 치주질환, 잔존치아 수, 보철물 수복 형태와 위아래 치아의 맞물림(occlusal support) 양상 등 치아 상태, 그리고 저작근 강도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교합력은 각진(square) 얼굴과 남성에서 높고, 대략 50세가 지나면서 줄어든다. 또 치주인대와 치근막 수용체의 역치 수준이 감소하는 치주질환자에서는 치아의 단위 면적당 받는 힘이 증가하기 때문에 교합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는 만성치주염 환자군에서 정상군보다 교합력이 저하되어있는 것으로 보아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잔존치아 수는 교합력 발생에 매우 중요한 인자이다. 잔존치아 수가 적을수록 교합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연치열의 교합력이 인접치아나 임플란트에 의해 지지되는 고정성 보철물의 그것보다 유의미하게 높음을 알 수 있다.
또 완전 틀니를 오랜 기간 사용한 군에서 처음 6개월 사용한 군보다 교합력이 약간 증가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위턱에는 완전 틀니를, 아래턱에는 임플란트 지지형 피개 틀니를 사용한 군에서의 교합력이 위아래 모두 완전 틀니를 사용한 군보다 대략 2배 이상이었다. 요약하면 자연치열 군에서의 교합력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고정성 보철, 부분 틀니, 완전 틀니 군에서의 그것은 각각 80, 40, 15~20 정도임을 알 수 있다. 이는 교합력이 치주염 여부, 잔존치아 수 및 보철물 수복 형태와 위아래 치아의 맞물리는 양상에 의해 차이가 남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비록 잔존치아 수, 보철물 수복 형태 및 위아래 치아의 맞물림 양상이 양호하더라도, 뇌병변이나 파킨슨병, 조현병 등 특정 약제를 장기 투여받는 돌봄 노인에서는 입술 주변과 혀의 근력이 약화되거나 조율되지 않아 교합력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 최대 교합력 측정과 평가
최대 교합력은 Dental Prescale, Innobyte 등 교합력 측정기에 의해 전치열에서 측정된 총 교합력을 의미한다. 일본치과의사협회에서는 교합력 감소의 평가 기준으로 최대 교합력이 Dental Prescale 200N 이하를 제시하였다. 일반적으로 70세 남성과 여성의 최대 교합력은 각각 약 600N, 500N인데도 불구하고 약 17%에서는 200N 이하를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80세가 되면 더 많이 줄어들어 300N 정도 되는데, 이들 중 대략 36%가 200N 이하를 보인다는 점이다. 문제는 90세가 되면서 최대 교합력이 급격히 감소하여 200N 이하로 떨어지게 되며, 여기에 나이와 상관없이 완전 무치악 노인들의 평균 최대 교합력은 167N으로 아예 200N 이하가 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최대 교합력이 200N 이하인 노인과 잔존치아가 없는 완전 틀니 장착자는 바짝 구운 전병도 먹지 못할 정도로 구강 주변 및 혀의 근력이 위축되어 있다.
더불어 기능적 장애 발생의 위험도가 높은 최대 교합력 예측치는 264.6N이었는데, 이로 보아 최대 교합력이 200N 이하인 노인들과 완전 틀니 장착자 대부분은 기능적 장애 발생 위험이 더 높을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요약하면 최대 교합력이 200N 이하인 경우에는 음식물 섭취가 어렵고 기능적 장에 발생에 따른 사망률이 높다는 점이다. 참고로 일본 지역사회 70세 이상 노인에서 평균 192N의 최대 교합력을 가진 군의 잔존치아 평균 수는 13.8개이었다.
# 맞물리는 잔존치아 수와 평가
여기서 잔존치아 수란 맞물리지 않는 잔존 치근이나 심한 동요도를 보이는 치주염 이환치아는 제외된 치아 수이다. 제4기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 분석(김한나 등, 2015년)에 의하면, 만 55∼69세군의 잔존치아 수는 평균 24.07개였고, 만55∼84세군에서는 평균 19.04개였다. 이는 70세를 기점으로 치아 상실이 더욱 증가됨을 의미한다. 또 잔존치아 수는 남성에서 여성보다 1.12개 적었고, 부정치과진료 경험자에서 비경험자보다 2.43개 적게 나타났다. 특히, 씹기가 매우 불편한 경우의 잔존치아 수는 14.4개로 나타났는데, 이는 기능적 장애 발생의 위험 평가를 위한 근거인 최대 교합력 200N이 잔존치아 수 14개와 거의 등가(等價)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유의미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일본치과의사협회에서는 교합력 감소의 기준치로 최대 교합력 200N 이하와 등가인 잔존치아 수 14개가 아닌 20개 미만(19개 이하)을 제시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으로 여겨진다. 먼저 교합력에는 잔존치아 수 외에도 턱얼굴 형태, 치주염, 치아 수복 상태와 맞물림 양상 및 저작근 강도 등 여러 요인들이 관여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잔존치아 수가 20개 이상이면 거의 모든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도(sensitivity)가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능적 장애 발생과 영양실조(malnutrition)의 가장 정확한 예측 지표로 잔존치아 수가 각각 19개와 19.5개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최대 교합력을 측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럽의 “단축치열(shortened dental arch)” 개념도 고려하였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것이 1989년 이후로 일본치과의사협회와 후생노동성에서 제시한 노인구강건강의 목표인 “8020 캠페인(여든에도 자기 치아 스무개)”의 구체적인 내용이자 잔존치아 기준이 20개가 된 근거이다.
이상에서 교합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교합력 저하의 두 기준 즉 최대 교합력 200N 이하와 잔존치아 수 20개 미만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초고령사회가 코앞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노인 구강건강에 대한 새로운 목표 설정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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