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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간소화법’ 의료기관 옥죄는 “악법”

치협 “개인정보보호법·의료법 위반 소지 보험사만 이익”
“행정부담 가중 데이터 악용 우려”…의료계·시민단체 비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국민 편의를 빌미로 의료기관을 옥죄는 악법이다.”

 

이른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라고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지난 5월 국회 정무위원회를 넘어 국회 본회의의 문턱인 법제사법위원회까지 도달했다. 이번 개정안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문서를 전자적으로 대체하는 것이 주된 골자로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등이 보험금 청구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보험사에 전송토록 요청할 경우, 요양기관은 의무적으로 이에 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민간보험사의 이익에 편향된 법안으로 갖은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어 의료계뿐 아니라 시민계까지 무려 14년간 줄곧 반대 입장을 견지해 온 문제다. 특히 해당 법안은 의료인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고 이미 과중한 병·의원의 행정 업무 및 비용 부담을 더욱 가중할 수 있는 악법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정부와 국회는 법안 추진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의료계는 지난 7일 정부, 시민단체, 법조계와 함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를 열고 “보험사의 이익만을 위해 국민과 의료인이 피해를 봐야 하는 악법을 저지해야 한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 보험업법 개정안 필요성 “납득 불가”

토론회는 2개 발제와 토론의 순으로 진행됐다. 첫 발제자로 나선 최청희 의협 법제이사 겸 보험이사는 이번 개정안이 ▲체계정당성의 원리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포괄위임입법 금지 원칙 등에 위배되며 ▲의료인의 직업 수행 자유를 제한한다고 봤다.

 

특히 이 가운데 체계정당성의 원리적 측면에서 볼 때 이번 법안은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케 하거나 사본을 내줘서는 안 된다’는 의료법 제21조 제2항 등 기존 법 질서와 상충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번 개정안에는 ‘의료법 제21조에도 불구하고’란 예외 허용적 문구가 삽입됐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예외 규정을 신설할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두 번째 발제에는 전진옥 의료IT산업협의회 대표가 나섰다. 김 대표는 ‘실손보험 청구 현황 및 개선안’을 주제로 실손보험 청구 현황과 사례를 정리했다. 특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경우 핀테크(fintech·금융기술서비스) 등 이미 대안이 가동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무엇보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의료계뿐 아니라 법조계와 시민계까지 입을 모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각계는 전송된 데이터의 악용 우려를 강력 제기했다. 아울러 정보 전송 범위 한정, 정보 제공 주체 확인 불확실, 건강보험 보장 범위 축소 등의 우려도 빗발쳤다.

 

지정토론에 나선 조희흔 참여연대 간사는 “보험사가 실손보험 미청구율 감소를 빌미로 환자의 민감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가입자의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정혜승 법무법인 반우 대표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은 의료시설에 의무를 부과하는 등 문제가 있는 법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실손보험은 기업이 이익에 맞춰 만든 상품이다. 이 점에 기초해서 법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 측에서는 법안 추진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임혜성 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장은 “소비자 편의를 증진하면서도 이해관계자인 의료계 등의 의견도 잘 반영해, 법안이 안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신상훈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이번 법안은 자료에 대한 집적 활용은 하지 않으므로 민감정보에 관한 이슈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의료계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을 내놨다.

 

이와 관련, 치협 또한 이번 개정안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이날 참석한 이민정 치협 부회장은 “이번 개정안은 민간보험사의 이익 추구에 악용될 여지가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법 및 의료법에도 위배될 수 있는 법안”이라며 “특히 치과계는 비급여 헌법 소원 당시에도 환자의 민감정보 유출에 관해 강한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이번 개정안 또한 마찬가지다. 환자의 편의를 빌미로 민감정보가 유출되면 본질이 흐려진다.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서는 이미 과중한 행정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