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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플랫폼 불법 의료광고 홍수 “우리치과 어떡해”

자본력 동원 저수가 폭격에 동네치과 절망감 팽배 해결책 마련 시급
창간 특집Ⅲ - 독해지는 불법 광고

 

강남의 한 지하철역. 개찰구를 나와 지상으로 나가는 동선이 치과 광고로 도배돼 있다. 화려한 색감의 강렬한 인상을 주는 간판. 이미지만으로 가장 비싼 상권에서 가장 트렌디한 진료를 하겠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미인들의 얼굴이 가득한 성형외과 광고에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자랑스러워해야 할까?


69, 52, 49, 38, 27...... 이게 뭐라고 가슴이 쫄깃해지는 느낌이다. 100만 회 이상 다운로드수를 기록한 병원정보앱에서 검색한 치과진료비. 처음 뜬 69만원 임플란트가 저렴하다고 생각했는데, 스크롤을 내릴수록 점점 더 낮아지는 가격에 ‘60만 원 주고 임플란트 하면 호구(?)되겠다’는 생각이 엄습한다. 개원가 관행수가를 반영한 건보적용 임플란트가 120여만 원 수준. 플랫폼의 수가광고는 치과의사와 환자 모두를 혼돈에 빠트린다. 

 

이제 블로그, 카페 등은 다소 뒤쳐진 매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진출해야 앞서 나가는 치과광고다. 겨울시즌이 됐는지 예상했던 겨울방학 이벤트 50% 할인, 수능 수험생 수험표 지참 시 30% 할인, OO시술 체험단 모집...... 학생 본인에게 할인을 해주겠다는 것은 그나마 이해해도, 가족과 친구까지 할인대상이다. 개중 설문에 응답만 해도 추가 할인이 들어간다는 링크도 눈에 띈다. 이쯤 되면 진료 잘하는 치과 찾기는 잊은 지 오래다. 더 싸게 하는 데는 어딜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치과를 찾는 목적 자체가 왜곡되기 시작한다. 

 

치과 의료광고의 범람 시대. 광고매체의 다변화를 법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치과의사와 환자 모두가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아우성이다.  환자들은 양심적으로 좋은 진료를 하는 치과를 찾겠다는 처음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더 낮은 저수가 만을 찾아 헤매는 자신을 발견한다.


일선 동네치과 개원의들은 ‘80만 원 임플란트’ 스티커가 붙은 물티슈에 분개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환자에게 무작위로 노출되는 27만 원 임플란트, 49% 할인 광고에 저항할 의지를 상실했다.      

 

영등포에 개원하고 있는 A원장은 “주변에 들어서는 신규 개원 치과들과 수가 문제로 각을 세우다 이제는 포기 상태다. 병원 주변에서 판촉물 배포는 물론이고 온라인을 통해서도 다들 광고를 하는 추세인데 우리 치과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원장은 “시대가 시대니 만큼 광고대행 업체를 통해 월 50만 원 정도 비용으로 블로그와 카페 홍보를 진행했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다른 광고들과 같은 수가를 맞출 수 없고, 매체력에서도 뒤떨어지는 것을 느끼다 보니 효과가 없는 것 같아 얼마 하지 못했다. 일반 치과에서는 다양한 매체에 화려한 수가 광고를 내세우는 치과를 따라 갈 수 없다”고 했다. 

 

결국은 가격 경쟁인데, 수가도 낮추고 마케팅 비용까지 추가로 감당하는 것은 동네치과로선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일반 개원의들이 당황해 하고 있는 것은 온라인 광고매체의 확장성. 기존엔 그나마 네이버 플레이스, 블로그, 포털의 키워드 광고 등이 신경 쓰였다면, 지금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각종 의료정보 플랫폼, 심지어 당근마켓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 마케팅 업체가 지난 10월 안드로이드 OS 데이터를 기준으로 순 이용자수, 총 이용시간 등을 집계해 분석한 매체력을 보면 포털에서는 아직도 네이버가 압도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를 뛰어넘는 게 유튜브로 집계 됐다. SNS에서는 인스타그램, 네이버 밴드, 페이스북, 네이버 카페 순이었다.  

 

개원 현장 마케팅 전문가의 얘기를 들어보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새로운 온라인 매체의 광고 효과는 입증됐다는 평. 그러나 그 내용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문제점을 제기했다.

 

한 대형 치과병원의 마케팅실장은 “각 매체가 끌어들이는 환자 층이 다르다. 자체 평가하기에 유튜브의 효과가 좋고, 의외로 SNS는 이용 연령층의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형 병원의 경우 일간지 지면 광고도 진행하는데, 전통적인 매체를 통한 환자 유입도 상당하다. 그러나 이는 일반 동네치과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라며 “결국은 새로운 온라인 매체를 계속 발굴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나가는 광고가 저수가 일변도고, 이에 대한 규제 기준도 명확치 않은 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새로운 매체에 광고를 할 때는 병원 입장에서도 어디까지 되나 줄타기를 하며 상황을 보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기는 광고심의 기준” “나는 불법 광고” 속수무책

전문가들 불법 광고 빠져나갈 구멍 많다 지적 “강력한 처벌 판례 나와야”

 

#불법 의료광고, 온라인 절대 다수 
실제 2018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불법 의료광고로 적발된 건수는 397건. 이 중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의료기관 홈페이지 등 온라인 매체에서 발생한 불법 의료광고가 260건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이 외 현수막과 전단 등을 통한 옥외광고물은 100건, 전광판 7건, 정기간행물 1건순으로 집계됐다. 


의료법에서는 국민의 보건과 건전한 의료경쟁 질서 유지를 위해 환자 유인·알선(제27조제3항), 거짓·과장광고(제56조제2항) 등으로 인한 과도한 환자유인 및 마케팅을 금지하고 있는데, 정부 집계 결과 인터넷 의료광고 중 27.4%(4693건 중 1286건)가 이러한 거짓, 과장 등을 통한 환자 유인으로 의료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불법 의료광고의 구체적 유형으로는 환자 유인성 광고가 88.2%, 거짓·과장광고가 5.2%였으며, 매체별로는 의료전문 소셜커머스 내 광고의 89.5%가 불법광고였으며, 앱 광고는 19.3%, 의료기관 홈페이지는 12%가 불법광고였다.   

 

이와 관련 정부는 대표적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불법 의료광고의 유형을 ▲비급여 진료항목에 관해 50% 이상을 할인하는 과도한 가격할인 ▲치료 지원금액을 제시하는 금품제공 ▲각종 검사나 시술 등을 무료로 추가 제공하는 끼워팔기 ▲가족이나 친구 등과 함께 의료기관을 방문 시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제3자 유인 ▲선착순 혜택을 부여하는 조건할인 ▲지나치게 짧은 치료시간이나 회복기간 등을 내세우는 거짓·과장 등으로 정의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지만 그 판별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불만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광고매체의 다변화에 따라 플랫폼이나 SNS 등 온라인 광고에 대한 제재 기준이 현실을 못 따라가고 있는 상황인데, 현행 의료법은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 간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 명 이상인 사회 관계망 서비스를 제공하는 광고매체를 심의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이용자 수를 정확히 측정할 수단이 마련되지 못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또 이 외에도 의료인의 권위를 내세우는 기사형 광고나 과장 광고 등도 끊임없이 지적을 받는 광고유형이다. 
의료법 제56조(의료광고의 금지 등) 제2항의 규제내용을 보면 신문, 방송, 잡지 등을 이용한 기사 또는 전문가의 의견 형태로 표현되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는데, 특정 시술이나 구강건강관리법을 소개하는 것처럼 기사를 구성하지만 특정 기관, 의료인을 노출시키는 기사형 광고가 심의 기준이 모호한 광고 유형으로 자주 지적되고 있다. 특히, 여기 등장하는 의료인의 경력이나 학력 등이 소비자에게 혼돈을 주게 작성된 경우가 상당수다.

 

이 외에도 환자에 관한 치료경험담 등으로 치료 효과를 오인하게 하는 경우, 시술행위를 노출하는 경우 등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광고를 의료기관 홈페이지에 게재할 시 그 위법성 판단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제재가 쉽지 않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치과 의료광고의 문제점과 관련 한 법률 전문가는 “매체의 다변화로 의료광고 심의 대상 자체인지에 대한 판단이 모호한 경우, 또 심의한다면 위법성 정도를 임의로 판단해야 하는 구간이 많은 부분 등에 의료광고 규제의 문제점이 있다”며 “정부가 가이드 하고 있는 과도한 가격할인의 기준이 50%인데, 그렇다면 45% 할인의 과도성 여부는 어떻게 볼 것인가. 또 특정 SNS의 경우 그 이용자수가 천문학적이라고 예상되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증빙할 수 있는 자료는 구할 수 없다는 것 등 불법 광고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강력 처벌 판례 정부·치협 협력 요구
실제 치협에서는 매월 정기적으로 불법 의료광고로 모니터링된 광고들에 대해 관할 보건소에 고발조치를 하고 있지만, 해당 기관에서의 규제는 미미한 실정이다. 또 치협 의료광고심의위에서 매월 450여 건의 의료광고를 심의하고 있지만, 심의대상을 벗어나는 광고 매체들이 계속해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에서는 2023년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방안을 최근 발표하며, 의료플랫폼에 의료소비자들이 자신이 경험한 의료기관 이용후기를 더 자유롭게 게시하거나 공유할 수 있게 한다는 정책 기조를 밝혔다. 의료정보 플랫폼을 규제의 대상보다는 신산업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단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한 치과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 개원의가 SNS 상 불법 의료광고를 신고하자는 캠페인을 벌여 커뮤니티 회원들에게 작은 파장을 줬다. 익명의 개원의는 SNS 상 불법의료광고를 일일이 다 캡처하고 공유하며 이를 신고하자는 주장을 펼쳤는데, 이에 공감하는 댓글이 줄을 이은 것이다. 

 

이에 지지의사를 보이고 동참했다는 한 개원의는 “고발이 통하든 안 통하든 관련 기관에 불법 의료광고에 대한 치과의사들의 불만과 문제제기를 계속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확실한 것은 이들 불법 의료광고에 대한 강력한 처벌 판례가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치협과 정부가 이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