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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경영,진료, 구인까지 "새해도 원장님은 슈퍼맨"

‘리더의 삶’ 치과 원장 애환 24시 올해도 달린다
직원 분위기 눈치 보며 좋은 병원 만들기 전전긍긍 일상화
환자 컴플레인 묵묵히 참고 힘들어도 잘 따라와 준 직원들에 감사


진년(甲辰年) 새해에도 동네치과의 일상은 쭉~ 계속된다. 원장과 직원들이 지난 한해 하루하루 어떤 일상을 보내왔는지, 또 서로의 모습들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었는지 개원가 일선의 원장과 스텝들로부터 들어봤다. 그리고 가상의 원장과 스텝의 1인칭 시점으로 치과의 하루를 정리했다.<편집자 주>


18년째 계속되는 나의 일상은 요즘 아침 7시부터 시작된다. 통학을 시키는 중2 아들을 깨우는 게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이다. 최근 새로 이사를 했는데, 아들은 집과 학교가 멀어졌다며 짜증을 내곤 한다. 졸린 눈을 비비며 비몽사몽하는 아들을 달래 학교에 데려다주고 출근길에 오르는데 거래하는 치과기공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평소 보철 제작에 직접 참여하다 보니 조율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가 있는데, 통화가 길어진 탓에 치과에 10분 정도 지각했다. 대기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환자들과 직원들의 얼굴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오늘은 아침부터 귀여운 진상(?) 환자가 나를 귀찮게 한다. 나이가 지긋한 환자로 사업을 한다고 하는데, 강남의 저수가 치과에서 임플란트 3개를 하고 우리 병원에 왔다. 우리 치과에서는 엔도를 했는데, 몇 달 말도 없이 사라졌다가 또 새로운 임플란트를 하고 나타났다. 유튜브를 보고 양심 치과를 찾아 지방까지 갔다가 새 임플란트를 하고 왔다. 매번 치과에 올 때마다 치료에 관한 설명을 몇 번이나 하는데도 언제 얘기했냐며 따진다.

 

치료에 항상 불문이 많은 환자인데, 그래도 우리 치과가 제일 마음에 든다고 계속 진료받게 해 달라고 조르는 환자다. 그러면서도 임플란트 진료는 다른 저렴한 치과를 찾아다니는데 왠지 밉지가 않다. 이 환자와 씨름하다 보니 오전이 금세 지나갔다.

 

오전 진료는 그렇게 끝나나 했는데 정오가 넘어갈 즈음 신환이 왔다. 환자 상태 보고, 상담 좀 하려고 하니 점심시간을 넘길 것 같다. 직원들에게 나 혼자 할 수 있으니 먼저들 나가서 점심을 먹으라고 했다. 그러나 한 명도 나가는 직원은 없다. 점심시간이 12시30분부터인데 1시를 넘겨 진료가 끝났다. 직원들 입이 삐죽 나와 있다. 직원들에게 오랜만에 초밥을 쏘겠다고 했다. 직원들 기분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다.

 

# 점심후 토막잠시간도 없어 ‘바쁘다 바빠’

 

점심을 먹고 들어오니 오후 2시 진료까지 10여 분 정도가 남았다. 원장실에서 잠시나마 눈을 붙이려는데, 치과 재료 업체 직원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잠시 티타임을 가지며 제품 품질 개선에 관한 의견을 나눴는데, 내 평가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에 마음이 짠하다. 재료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평에는 긴장감이 역력하고, 동료들과 공동구매 평가가 좋다는 얘기에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오래 거래해 대표와도 잘 아는 업체이니 앞으로도 계속 거래할 마음이다. 언제 점심시간 맞춰오라는 얘기를 남기고 돌려보내니 또 오후 진료가 늦어졌다.

 

요즈음 연말이라 그런지 스케일링 받으러 온 환자들이 꽤 있다. 예약 환자 외 신환까지 몇 명 찾아와 쉴 틈 없이 오후를 보냈다. 모처럼 환자가 많아 기분이 좋다. 저녁에 직원들에게 치킨 쿠폰을 하나씩 보내줄 생각이다.

 

그런데 어째 직원들 분위기가 싸하다. 직원 간 불화가 있는 것 같은데 나한테는 이야기를 통 안 한다. 원장과 직원 사이 갈등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끼리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꽤 있었다. 서로 간 조율하고 일을 나눠야 하는 경우도 많다. 뭔가 분위기가 안 좋아 보이는 직원들 사이에서 오후 진료를 맞췄다. ‘설마 누가 그만두는 것은 아니겠지?’ 갑자기 식은땀이 흐른다. 나중에 슬쩍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야겠다.

 

진료가 끝나고 원장실에 잠시 남았다. 이제 곧 해가 바뀌는데 올해 직원 두세 명으로 치과를 운영하느라 여러모로 힘들었다. 새해에는 또 새 직원 구하는데 열심히 나서 보려 한다. 1년에서 3년차 사이 저연차 직원을 구하려고 한다. 요즘 신입 스텝들은 급여보다는 분위기가 엄하지 않으면서 교육시스템이 잘된 치과를 좋아한단 얘기를 들었다. 구인사이트에 ‘잘 웃고 긍정적인 직원이 제일 중요! 원장님이 모르는 건 가르쳐주지만 웃는 건 못 가르친답니다’, ‘많이 배우고 싶어 하는 직원, 학교성적 아~무 상관없음!’ 등의 글을 올렸다.

 

구인글을 올리고 한숨 돌려보니 컴퓨터 책상 너머로 1인 진료를 위해 산 석션 스탠드, 사 놓고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아령, 2~3번 연습해 본 기타, 책장에 끼워진 약간의 전공 서적, 널브러진 가운 등이 눈에 들어온다. 난장판이 된 이 공간을 언젠가는 한 번 치워야지 다짐하는데, 또 해가 넘어가게 생겼다. 올해가 가기 전 직원들과 꼭 대청소를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앞으로도 파이팅이다. 우리 가족들. 환자들이 다 가고, 직원들도 가면 치과의 마지막 불은 내가 끄고 나온다.

 

#묵묵히 참고 따라와 줘 고마워!

 

“올해 일이 바쁘고, 환자들이 컴플레인해도 묵묵히 참고 힘들어도 잘 따라와 준 직원들에게 너무 고맙습니다. 저도 디지털 안면스케너 사용법 등을 공부하고, 복잡한 치료도 간단히 할 수 있으면서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술식은 무엇이 있는지 도전하겠습니다. 내일도 우리 모두 아자!”



치료비 불만 등 민원 쇄도 일쑤 멘탈 붕괴 다반사


‘팔로우의 삶’ 직원 직업 정신 24시

 

“스텝 구하지 못하는 스트레스 직원들도 심해요”

퇴근후엔 말 할 힘도없어 어떨때는 남편에게 미안

원장 진상 환자 달래주는 모습에 애사심 ‘UP’ 무한충성


치과에 일찍 출근해 아침부터 의료기구 멸균 상태를 체크했다. 육아휴직 후 복귀한 지 얼마 안됐는데, 치과에 빨리 적응해야겠다는 마음에 아침부터 몸이 절로 움직여졌다. 일을 그만둘까 했지만, 직원들 배려하는 원장님을 보면 이만한 치과에 다시 취업하기 힘들 것 같아 힘을 내 복귀했다.

 

원장님의 장점은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게 없다는 것. 처음 치과 돌아가는 것만 한번 몸에 익히면 내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치과다. 진료 후 체어 정리까지 바쁘면 원장님이 직접 나서는 스타일이다. 솔선수범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우면서도 가끔은 살짝 피곤하기도 하다.

 

요즘 날씨가 추워서 그런가? 진상 환자가 올 때마다 뭔가 오한이 서리는 것 같다. 불독같은 표정하며, 삐죽 나온 입술까지. 아니나 다를까 한 진상 환자가 대기시간과 치료비 불만으로 욕과 함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런 환자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늘 당황스럽고, 또 무섭다. 환자의 고함소리를 듣고 원장님이 달려 나왔다. 원장님도 만만치 않다. 환자에게 “직원한테 소리치지 말고 나한테 얘기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원장실로 데리고 들어가서는 한참을 있다 온순해진 환자를 데리고 나왔다.

 

나중에 들은 얘기는 원장님이 환자분께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며, 진료비도 더 저렴하게 해주겠다고 달랬다고 한다. 직원들에게만 문제 환자를 맡기는 치과도 있다고 하던데......내가 이 치과를 오래 다니는 이유다. 복귀전이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따라 환자들이 대기실에서 연신 기침을 많이 한다. 독감 유행이 심각하다. 최근 다른 직원 두 명이 독감에 걸려 몸져누웠는데, 업무가 배로 주어져 여간 고생을 한 게 아니었다. 그때 그나마 다행인 것이 아르바이트 한 명이 가까스로 구해진 것. 원장님은 아르바이트 한 명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면서 한숨을 쉬시는데, 슬프면서도 이해가 됐다. 그러나 점심은 원장님과 따로 먹는다. 점심만큼은 오롯이 나의 시간이다.

 

#연말 연초 스케일링 환자 바쁨모드

 

오후부터 갑작스레 환자가 밀리기 시작했다. 스케일링 환자가 대부분인데, 평소 2~3명 대기하던 환자가 오늘은 10명이 넘도록 대기실에 앉아있다. 차례로 접수를 빠르게 받고, 스케일링까지 하다 보니 땀이 절로 나는데, 화장이 지워지는 줄도 몰랐다. 원장님 얼굴에 절로 미소가 그려지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힘든 만큼 나는 미소를 지을 수 없는 오후다.

 

오늘따라 환자들이 계속 오다 보니 예약안내마저 지친다. 가끔 하루 종일 환자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거나 안내를 하다 보면, 입 밖으로 아무런 말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퇴근 후에는 집에 가서 아무 말도 안 하는데 그게 오늘인가 보다. 남편이 가끔 화가 난 줄 알고 오해하는데, 이것도 직업병이리라. 오늘도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남편의 얼굴을 떠올리며 힘을 내본다. 다른 직원들도 환자 케어 하느라 힘들어서 표정이 안 좋은데, 원장님은 우리가 싸운 줄로 알고 오해하신 것 같다. 나는 지금 싸울 힘도 없다.

 

환자들도 다 가고, 퇴근 시간이 다가온다. 원장님은 오늘도 구인 글을 올리겠다면서 원장실로 스윽 들어가셨다. 스텝이 안 구해지는 스트레스는 나도 마찬가지다. 원장님은 궁여지책으로 스텝이 추가로 구해질 때까지 직원들 월급을 한시적으로 50만 원씩 올려준다고 했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많은 환자보다는 직원이 부족하다보니 연차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것이 힘들다. 이제 육아까지 해야 하니 이 부분이 고민이다.

 

한번 환자와 상담을 시작하면 밀리는 다음 환자들을 생각 안하고 시간이 늘어지는 것도 불만. 그러나 이건 원장님의 장점이기도 하다. 환자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치과라 생각한다.

 

원장님이 원장실에서 스윽 나오시더니 이번에는 치위생학과를 갓 졸업한 신입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사람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만 한숨이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경력이 있는 스텝을 더 선호한다. 신입 직원은 임상 교육까지 신경 써줘야 하는데, 따로 시간을 내 임상 교육을 하면 업무랑 병행하기 힘들다면서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임상 교육을 안하면 또 배울 게 없다고 나간다.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직원을 구해주신다니 다행이고 감사하다.

 

퇴근길 음악을 들으며 걷다 보니, 요즘 유튜브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던데 ‘내년에는 프로 N잡러가 돼 볼까?’ 딴 생각을 해 봤다. 오늘 남편과 함께 저녁은 뭘 먹을지 미처 생각 못 했다. 가는 길에 마트나 들러 요깃거릴 찾아봐야겠다.

 

#회식 다음날도 열일 충성!

 

“어젯밤 단체 회식으로 술 먹고 택시 타고 오다가 갑작스레 멀미가 나 혼났긴 했지만, 그래도 잘 들어가서 자고 오늘 아침부터 출근해서 열일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원장님께 무한 충성하고 있는 만큼 저희 직원들도 여러 가지 많이 신경써주세요! 항상 건강하시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