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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audit, 監査)

시론

최근 치과계에 협회 감사(audit, 監査)의 문제로 논란이 있었다. 대의원총회 의결까지 가는 상황이 되었는데, 평소 별 문제가 없는 집단에서 감사(監査)와 이를 수행하는 사람(auditor, 監事)의 역할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지만, 갈등과 시시비비가 많은 집단에서 감사의 역할은 때로는 매우 중요하게 된다. 평소 법적인 내용에 취약한 의료인들의 상식을 넓히는 차원에서 감사(監査)의 정의와 역할에 대하여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민법과 상법에 따른 감사의 정의와 직무범위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감사는 사무나 업무의 집행 또는 재산의 상황, 회계의 진실성을 검사하며, 그 정당성 여부를 조사하는 일을 의미한다. 이를 집행하는 사람, 기관을 동음 이의어로 감사(auditor, 監事)라고 하며, 법적 문건이 아닌 경우 두 단어 구분이 의미전달에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아 본 기고에서는 두 단어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도록 하겠다. 감사의 주요한 직무권한은 상기 언급한 재산과 업무의 감독사항 외에 감사 대상인 조직에 부정, 불비한 것이 있음을 발견한 경우 총회 또는 주무 관청에 보고하여야 하고, 필요한 경우 총회 소집 등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감사는 스스로도 직무를 충실히 해야 할 의무를 가지며, 이 의무를 게을리 한 감사는 조직에 손해가 발생시 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기도 할 만큼 중요한 자리이다. 아울러 감독기관이라는 성질상 감사가 여러 명 있는 경우에도 각자 단독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참고로 일반 법인에서의 감사와 유사한 개념으로 건설분야에 있어 감리(superintendence, 監理)라는 개념도 있는데, 이는 건설공사가 관계법령이나, 기준, 설계도에 따라 적정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관리하거나, 기술지도를 하는 업무를 말한다. 부실 시공으로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적절하게 감리가 되었는지 따지게 되고, 만일 감리의 책임이 있을 경우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 


그럼 이러한 감사의 개념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꽤 오래전 삼국시대로부터 이러한 역할에 대한 개념이 있었던 듯 한데, 국가 이하의 작은 단체에서의 기록은 남아있지 않고, 가장 큰 권력인 왕과 재상들의 권력을 견제하는 기관에 대한 기록은 비교적 상세하게 남아있다. 역사 기록 상 신라 때 사정부라고 하는 감사기관이 태종무열왕 시기(659년)에 설립되었고, 고구려, 백제에도 관리들을 감찰하여 처벌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감사기관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고려시대에 와서는 어사대라는 감사기관을 두었고, 왕은 관리를 임명하거나, 법을 제정할 때 어사대의 동의를 받아야 할 정도의 막강한 권한이 있었다. 이는 후에 조선시대까지 이어지는 삼사로 개편이 된다. 조선시대로 오면,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을 두었는데, 사헌부는 왕과, 관리가 법을 어기지 않는지,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지 조사하였고, 이는 오늘날 감사원에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사간원은 절대 권력인 왕에게 공식적으로 정책에 대한 거부권이나,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게끔 하던 기관이며, 홍문관은 그 외 학술적인 자문을 하는 기관이었다고 한다. 최근의 정국을 보면, 오히려 요즈음 보다 낫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서양에 있어서는 영어로 감사를 “Audit”이라고 하는데 이는 라틴어로 듣다(hear)는 뜻인 “Audire”로부터 나온 말이라고 한다. 현대적 개념의 감사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주식회사의 성장과 함께 빠르게 발전하고 성장한다. 기업의 소유주인 주주들은 직원인 이사회가 관리하는 회사의 회계에 대한 확실한 검증이 필요하였고, 감사라는 독립적인 전문가의 보고서가 필요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감사에 대한 고대의 역사기록은 매우 부족하나, 중국, 이집트, 그리스의 고대 문명의 자료에서 간접적인 흔적이 발견된다고 한다. 그리스(기원전 350년경)에서 발견된 자료가 오늘날의 감사 활동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보이는데, 횡령이 입증된 사람은 누구나 유죄 판결을 받고, 도난당한 것으로 밝혀진 금액의 10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법원에서 선고받았다고 한다. 비슷한 종류의 감사활동이 중세 영국의 자료에서도 발견되었는데, 헨리 1세(1100~1135)의 통치 기간 동안 수입 및 지출 거래가 적절하게 회계 처리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감사부서를 설립하고, 특별 감사관이 임명되었다고 한다.


산업혁명이후 사회가 복잡해지고, 사람들이 나쁜 의미로도 영리(?)해 짐에 따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여, 행정상 혹은 재무상 비리를 저지르는 경우가 늘어 나게 되었다. 이러한 부정(不正)의 역사를 오래 겪어 오며 이를 방지하는 제도를 발전시켜 온 선진국에 비해, 특히 규범이 치밀하고, 철저하지 못한 개발도상국에서 이러한 문제는 더 빈번한데, 그럴수록 감사의 역할은 지대하다. 역사적으로도 감사를 담당하는 관리는 학식이 뛰어나고, 공명정대하며, 주변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인품을 가진 사람을 뽑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그래야 누구나 감사의 결과에 쉽게 승복할 수 있고, 또 서슬 퍼런 절대 권력자 조차 자신에 대한 비판에도 감사를 좀 더 존중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 분야에서 과연 옳은 감사의 역할이란 무엇일까? 다른 단체와는 달리 그간 우리 주변의 감사는 동료 중에 누군가가 형식적으로 해왔던 직책이었던 듯 하다. 언뜻 드는 생각으로 감사는 궁극적으로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업무를 해야 하므로, 조직에 기본적인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 할 듯 하고, 조직원들과 어느 정도의 동료 의식도 있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애정과 동료의식 때문에 늘 듣기 좋은 소리만을 하거나, 문제가 있음에도 가만히 입다물고 있는 것은 옳은 감사의 역할이 아닐 것이다. 물론 감사의 직위를 이용하여 고의적으로 조직에 문제를 만들기 위한 태도 역시 옳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옳은 감사는 아무리 동료들에 의해 선임된 지위에 있더라도, 위에 열거한 감정적인(emotional) 부분이 없는 냉철하고, 오로지 법규에 의거한 엄정한 관리 감독을 시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는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감안한 철저하고 치밀한 규정 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감사의 주관적 판단을 최소화 하고, 감사 결과에 대한 주변의 분란을 줄일 수 있다. 필자가 볼 때 아직도 우리가 많이 부족한 것이 이러한 부분인데, 모든 분야에 있어 규정이 많이 허술하다. 허술한 규정은 사람에 따라 해석이 분분해지고, 늘 분란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번 협회에서의 감사 논란 역시 만일 규정이 더욱 세세하고 치밀했으면 발생되지 않았을 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서구 열강에 비해 고단한 20세기를 보냈기에 자생적인 근대화의 시작이 많이 늦었다. 따라서 스스로 겪어왔어야 할 근대제도의 시행착오 역사가 짧고, 이러한 이유로 조금 먹고 살만해진 지금도 먼저 앞서간 선진국들과 달리 아직까지 세세한 매뉴얼적 법령으로 돌아가는 사회가 아닌, 사람에 따라 그때 그때 임기응변으로 결정되는 것이 너무 많은 사회에 머무르고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빠른 발전을 이룬 것을 보면 잠재력은 대단한 듯 한데, 이제 한 번 더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철저하고 냉철한 감사, 감리제도 확립 및 시대에 맞는 보다 철저한 매뉴얼 사회(전통적 의미의 치밀한 매뉴얼에 더하여 빠른 현대 사회발전에 바로 반응할 수 있는 매뉴얼이어야 함)가 되어야 할 듯 하다. 철저한 매뉴얼에 의거한 사회가 다소 느리고, 인간미도 좀 떨어지고, 지금보다 더 각박하기는 할 테지만 아직도 종종 발생하는 황당한 “순살” 아파트 논란과, 사회 곳곳에서 쓸데없는 감정적 논란으로 낭비되는 에너지를 보며, 우리는 조금 더 강박해져도 괜찮을 듯 싶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