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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에 치대 신설? 치과의료 실태 외면한 이기주의 비판

한국교통대, 충북도 국립 치대 유치 정책토론회 개최
토론회 취지 무색, 치과계 의견은 배제 일방적 설파 
도 의원 “치과계 의견은 소수, 도민 여론 우선” 밝혀 


극심한 저출생과 학령 인구 저하로 일부 대학의 존립 위기론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돌파구를 치과대학 신설로 찾겠다는 움직임이 충청북도의 한 대학에서 포착됐다. 이는 과포화 상태인 국내 치과의료 실태를 외면한 이기주의적 행태가 아니냐는 비판이다.


국립한국교통대학교(이하 교통대)는 지난 5월 28일 치과대학 유치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국립 치과대학 설립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 같은 교통대의 행보에 치과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충북도의 치대 신설 요구는 지금까지 수차례 제기와 좌초를 반복해 왔다. 하지만 교통대가 전면에 나선 전례는 없었다. 지난해 11월 충북도가 치과대학 등 설립을 위한 민관정 위원회를 출범시킬 당시에도 교통대는 외부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이는 당시 교통대에 국립치대 유치 타당성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교통대가 이번 국립치대 신설 계획을 들고 나선 배경에는 충북대학교가 있다. 교통대와 충북대는 2027년 3월까지 통합대학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즉, 의과대학 및 병원을 보유한 충북대와 통합이 이뤄지면, 국립치대를 유치할 수 있는 외적 타당성이 발생한다고 교통대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재 충북대병원은 교통대가 위치한 충주시 분원 건립을 진행 중이다. 교통대는 충북대병원 충주분원이 신설되면, 이를 활용해 국립치대를 유치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발제자로 나선 박성영 교통대 교수(화공생물공학과)는 충북대병원 분원 설립을 부지에 치과대학과 치과병원 부지를 각각 9000㎡, 1만㎡ 추가해, 이른바 ‘통합대학 충주의료클러스터’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교통대와 충북대가) 통합이 된다고 하면 충북대병원이 충주로 내려오게 돼 있다”며 “그 병원이 설립되면 특별한 대통령령이라든지 법령 없이 교육부의 요청 서류 절차에 의해서만 쉽게 증원만 받아서 하면 될 것 같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고 교육부의 관계자를 통해서도 비공식적으로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언과 달리, 교육부 인가는 국립치대 신설 과정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고등교육기관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치의학 교육과정 운영 개시를 위해서는 한국치의학교육평가원(이하 치평원)의 평가 인증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또 정원 배정 등은 보건복지부와 협의해야 한다. 이 밖에도 운영 조직과 교육 인재, 교육프로그램 등 수많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즉, 교육부 신청만으로 국립치대를 설립할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교육부와 치평원 등 기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명분은 ‘지역민’, 속내는 ‘대학 생존’
우선 교통대가 국립치대 설립 명분으로 삼은 것은 충북도의 ‘인구 고령화’와 ‘치과의료소외’다. 현재 충북도는 인구 고령화가 심각해 치과의료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 반해, 치과대학병원은 전무해 지역민이 치과의료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실태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치과계의 입장이다. 심평원이 지난해 밝힌 통계를 분석해보면, 충북도의 치과의사 1인당 인구는 2278명이다. 이는 같은 지표상 치과대학 및 병원이 설치된 경북도(2658명)보다 양호하다. 또 치과 병·의원 연평균 증감율에서도 충북도는 지난 2019~2022년 연평균 2.9%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보다 1.4%p 높다. 즉, 충북도의 치과의료가 소외됐다고 단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존립 위기에 처한 비수도권 대학이 치과대학을 명맥 유지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이를 추측할 수 있는 발언이 이뤄지기도 했다. 패널로 참석한 고민서 충주시의원은 “현재 우리나라는 학력 인구 감소와 서울과 경기권의 집중으로 지방대학의 위기가 가속하고 있다”며 “충주 시민은 의료불균형을 해결하고 충주의 국립대 유지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의대 증원과 함께 치과 의료 수요를 감당할 국립치대 설립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 “치과계는 특정 집단, 보편 아냐”
치과계 의견 수렴 배제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토론회와 관련해, 충북지부는 어떠한 협의 요청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상일 충북지부장은 “교통대에서 국립치대 신설을 요구하고 나서니 당황스러울 따름”이라며 “교통대와 충북도 어느 쪽에서도 의견 요청이나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 이는 치과계의 의견을 듣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또 한편에서는 지역이 치과계 의견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불거진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충북도의회의 모 의원은 “치과계의 입장은 이해한다. 하지만 (치과계는) 특정 집단이지 보편적 집단은 아니다. 정치를 하는 입장에서는 보편적 의견을 갖고 가야지, 특정 집단의 의견을 먼저 들을 수는 없지 않겠나.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이러한 가운데 치협은 교통대 등 충북도의 국립치대 신설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송종운 치협 치무이사는 “현재 치과의사는 공급 과잉으로 갖은 폐해가 일어나고 있다. 치과의료 체계는 수급 계획과 전망 등을 면밀히 분석해 구축해 나가야 한다. 대학 유치만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더욱이 충북도 내 치과의원 수는 적정 이상이다. 교통대의 국립치대 신설 계획은 지역 이기주의”라고 강력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