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노인은 요양시설, 재택, 요양병원 중 어느 한 곳에 거주한다. 이들의 치과(완화)진료와 구강관리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과 통합돌봄법 및 의료법에 근거하여 가능하다. 하지만 사실상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치과계약의사 제도의 현실적인 한계, 갓 제정된 통합돌봄법 그리고 치과의사가 요양병원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의료법 조항 때문이다. 이에 사실상 돌봄이 의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던 현 상황에서 방문 치과(완화)진료와 구강관리가 체계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치과의료의 특성을 고려한 실효적인 토대 구축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구강학 관점의 돌봄 노인치의학 정립
치과 진료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치학(odontology, dentistry) 관점과 구강학(stomatology) 관점이 있다. 지금까지 치과를 치학 관점으로 바라본 것은 분자생물학과 면역학적 지식이 부족했던 시기에 항생제의 출현과 발전에 의해 전신질환과는 별개로 구강질환 치료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즉 구강질환을 구강에 한정된 독립된 질환으로 이해해 왔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분자생물학과 면역학적 지식의 눈부신 발전으로 구강질환이 전신질환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다시 말해 구강위생, 구강질환, 구강기능 등 구강관리와 유지가 전신질환 예방과 향상에 중요하다는 구강학 관점이 서서히 주목을 받고 있다. 이것이 돌봄 노인이 점증하는 초고령사회에서 바로 노인치의학이 구강학 관점의 돌봄 치의학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제 치과계도 의료-복지-주거 등 모든 직역이 협업으로 지역사회 요양시설, 재가, 요양병원의 돌봄 노인들을 방문하여 통합 돌봄을 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 앞에 마주서게 되었다. 건강한 노인이나 아니면 기저질환으로 복합투약 중에 있는 쇠약한 노인일지라도 치과에 내원한 노인만 치료해 왔던 지금까지의 치과의사(geriatric dentist, dental geriatrician)의 역할을 넘어서야 할 필요성이 당위적 명제로 다가 오고 있다. 바로 뇌졸중, 치매, 파킨슨 질환 등을 앓고 있는 거동불편 노인이나 와상(臥牀) 노인을 찾아가 치과(완화)진료와 구강관리를 하는 public oral health provider의 역할까지 담당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그들의 건조하고 불결한 구강환경이 높은 흡인성 폐렴 발생과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그들의 전신 및 구강 상황(어눌한 손놀림, 심한 입마름, 삼킴 장애와 흡인 위험, 개구장애, 설태 등)에 맞춘 진전된 혹은 전문적 구강관리는 다른 직역이 대신할 수도 없다. 아울러 구강관리는 요양재원 일수 및 사망률 등에서도 감소를 보이기에 중환자 관리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게다가 그들의 구강질환(특히 치주염)은 만성질환 발생과 높은 연관성 즉 만성질환의 합병증 혹은 도화선 역할을 하며, 뾰족한 치근을 부드럽게 해 주는 등의 가벼운 완화치료만으로도 섭식과 삼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구강장애 판정을 위한 구강노쇠 병명 도입
노인요양시설에서 구강관리가 가능한 치과계약의사는 대략 2000명이지만 그 중 1%인 20명이 겨우 활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재택 노인들을 위한 방문 치과진료와 구강관리가 도입되었기에 이제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협회) 차원에서도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에 협회 내에 이러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발, 홍보, 지원하기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은 물론 내년 대의원 총회의 의결을 거쳐 상설기구화 한다는 소식이다. 다시 말해 일차의료에서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 비전염성질환(NCD) 관리 전략에 치주질환을 포함시키기 위한 지원, 노인 의료-돌봄에서 방문 치과(완화)진료와 구강관리 활성화를 위한 지원, 노인요양시설에서의 치과의사 역할 확대 등을 위해 협회 내 윤리위원회와 같은 상설기구로 운영한다는 의미이다.
사실 자립 노년기의 만성질환관리에 치주질환이 포함되어 관리되는 것에서부터 요양시설, 재택, 요양병원 돌봄 노인을 위한 방문 치과(완화)진료와 구강관리가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까지도 구강학 관점의 돌봄 치의학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앞장서 왔던 노년치의학회로서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정말 다행이라고 여겨진다. 특히 뇌졸중, 치매 등 뇌병변을 가진 돌봄 노인의 방치된 구강위생 및 구강질환과 연계하여 뇌병변에 따른 “구강노쇠(구강기능저하)”는 이들의 신체 노쇠를 가속화하고 요양 시기를 앞당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신체장애등급평가 항목에 구강장애평가 항목은 빠져 있고, 이로 인해 치과의사는 장기요양급여심사와 요양장애등급판정 등 장기요양 운영에 있어서 구색 맞추기 아니면 아예 참여가 불가능하였다. 이것이 한국형 ”구강노쇠” 병명을 도입하고자 하는 이유이자 어쩌면 돌봄 노인 구강관리를 위한 기본 전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협회도 병명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정부 지원 노인요양시설의 인증기준이나 요양병원 운영 지침에 구강관리도 가산점 부여 항목 중의 하나로 매김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어야 하지 않을까?
돌봄 노인과의 첫 만남을 위한 연계 체제 확립
필자가 돌봄 노인의 치과(완화)진료와 구강관리에 참여하면서 경험한 첫 번째 문제점은 치과의사가 요양시설, 재택, 요양병원 돌봄 노인과의 첫 만남을 하기 위한 연계 고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는 이들 노인들이 지역사회 의료원의 재택의료센터(방문형 의료·복지 통합 돌봄 센터), 보건소 건강증진센터, 의료사회적 협동조합 산하 의원 등에서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재택의료센터나 돌봄 관련 일차의원과 연계되어 있는 프리랜서 치과위생사를 통해 이들 돌봄 노인들과 첫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므로 먼저 협회 산하 각 지부에 요양시설 치과계약의사, 재택 방문 치과의사, 요양병원 협력 치과의사를 통합적으로 연계 및 지원할 수 있는 담당 부서를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지역 의료원 내 재택의료센터의 간호사, 지역사회 일차의료에서 양성 중인 다학제 케어코디네이터(간호사, 사회복지사), 가정 및 경로당 어르신의 건강관리를 위한 보건소 방문건강관리 간호사 및 기초의료수급자 노인을 담당하는 의료급여관리사(간호사) 등이 직접 협회 산하 각 지부의 담당 부서와 연계하는 등의 일률적인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 현재 협회 산하 각 지부 내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요양시설 치과계약의사 추천위원회를 확대 개편하여 활용한다면 크게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이후의 모든 절차는 방문 치과의사와 돌봄 노인의 보호자, 요양보호사, 간병인 등을 통해 진행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돌봄 인력들과 원활한 연계를 위해서는 다음 항목이 포함된 설문 조사와 이들 항목에 대한 사전 교육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거동(휠체어, 와상), 의사소통(인지), 양치질(손놀림 둔화, 흡인 위험, 개구장애), 입안 건조(투약), 저작 불편(치통, 의치성 통증) 등.
무엇보다도 돌봄 노인과의 첫 만남에서 어려운 부분은 동료 치과의사들이 요양시설, 재택, 요양병원 방문 진료에 수동적으로 임하게 되는 여건이다. 이에 필자는 당장 방문 진료수가의 현실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전향적인 검토를 거쳐 학술대회에 적용하는 보수교육 점수를 방문 구강관리에도 부여하는 방식으로 동료 치과의사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은 어떨지 제언해 본다.
이상에서 돌봄 노인의 체계적인 구강관리를 위한 실효적인 토대 구축은 돌봄 치의학이라는 노인치의학의 정체성 확립과 구강노쇠 병명 도입을 통한 구강장애판정 및 이들 노인과의 첫 연계를 일률적으로 담당할 협회 산하 지부 내 담당 부서 설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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