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에 진로를 고민하여 마침내 치과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이 앞날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다가, 6년간의 공부를 마칠 즈음 오랜만에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예전에 수련할 임상과를 선택하는 것은 그야말로 주위 사람들의 영향이 컸다. 평소에 잘 지내던 선배가 자기가 전공하던 과를 권유하거나, 성적이 좋은데 기존의 성적 좋은 선배들이 선호하는 과를 따라 하다가 보니, 또는 실습을 돌아보니 교수나 선배가 일하는 것이 멋있어 보여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즈음 학생들은 단순히 전공의 과정이 편하다고 해서, 전공의 월급을 더 받는다고 선택하지는 않는다.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전공은 1) 수련 후 기대하는 수입이 많고, 2) 워라벨이 보장되는 전공이며, 3) 수련과정을 거친 자체가 영예스럽고, 4) 수련 후의 진료범위가 광범위하다고 생각이 될 때, 5) 지원자는 많은데 수련할 자리가 한정되어 있는 전공이다. 지금 치과 전문의 수련의 경우, 인기과와 비인기과의 양극화가 고착화 되어가고 있다. 의과 전공의의 경우 보험 수가 또는 최근 개원가의 페이닥터와 병원 봉직의 수급 동향에 따라 전공별 지원율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한 치과의료의 새로운 트렌드나 진료방식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전공인지의 여부가 요즈음 학생들에게 중요하다.
필자가 전공하는 구강악안면외과의 경우, 인기가 상당히 높았다가 중환자와 당직에 대한 부담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지원자가 줄어들어 전공의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해도 있었다. 최근에는 다시 지원자가 늘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이것은 의사 전공의 파업으로 인하여 응급실과 수술실 운영이 어려워져서 상대적으로 입원환자에 대한 과중한 부담이 줄었고, 최근 노인 환자의 급증으로 인한 전신질환자의 치료가 치과치료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 것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에 매년 200명 정도의 구강악안면외과 전공의가 선발되었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150명 정도로 지원자가 급감하였다. 수련의가 적으니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들이 은퇴하고 나면 새로운 교수들로 충원되지 않는 악순환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여 학문의 후속세대 양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었다.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2024년 현재 미국 구강악안면외과 신규 전공의 모집 정원은 264명이며, 구강악안면외과를 하고자 하는 지원자는 최근 들어 더 높아지는 경쟁을 뚫어야 한다.
2019년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 구강악안면외과의 경우, 1년 차 전공의 선발에 미국 전역에서 200명 정도가 서류 전형에 지원하였고, 이중 40명을 추려서 하루 종일 면접시험을 시행한 후 최종적으로 4명의 전공의를 선발하였다. 20년 전에 구강악안면외과 수련교육의 완전한 위기(perfect strom)라고 하였던 것이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미국 구강악안면외과에서 기관별로 다르지만 4년 수련(Single Degree OMS Programs)과 6년 수련(Dual Degree OMS Programs), 이렇게 두 종류의 트랙을 제공하고 있으며 두 트랙이 차지하는 비율은 비슷하다. 4년 수련과정은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하지만, 6년 수련과정에는 수련의 2년 차 및 3년 차에 의대 편입하여 2년 동안 의사면허를 취득하게 하였다.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 6년 수련과정을 거친 수련의들이 각 대학병원에 스탭으로 근무를 시작하게 되면서 수련병원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전공의 지원율도 함께 높아졌다.
그렇다고 하여 4년이 아니라 6년간의 수련과정을 거친 전공의들이 수련을 마치고 공직에 몸담는 경우가 더 많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개원가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경우 4년 수련과 6년 수련 후의 진료 영역은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제도가 있다는 자체가 미국 구강악안면외과 수련을 마친 후의 긍지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으며, 이는 수련과정동안 마치 육상 선수가 고산지대에서 마라톤 훈련을 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비유된다.
또한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 취득 직후 첫해에 봉직의 연봉이 25만달러(약 3억 3천만원) 정도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구강암 환자나 미세수술을 비롯한 수많은 힘든 중증환자 치료과정을 거친 후에 그러한 술식을 하지 않는 임플란트와 사랑니 발치 중심의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 개원을 하여도 지원자는 넘쳐난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수련과정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며, 쉬운 과정에서는 그 정도 수준에서 경험하는 만큼의 통찰력을 가지게 된다. 학생들을 무조건 많이 뽑으면 누군가가 비인기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며, 수련 과정이 수월하다고 해서, 당직비를 많이 지원해 준다고 해서 그 과를 전공하는 것도 아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약간의 변화는 있을지 모르나 학생들이 과목을 선택할 때는 수련 후의 기대 수익과 수련 후에 그 과정을 졸업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일차적인 관심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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