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이 또다시 치과 개원가를 이간질하고 있다. 네이버가 떠난 자리에 이제 구글이 등장했다.
얼마 전 서울의 A치과 원장은 구글 지도에 노출된 치과 별점이 큰 폭으로 추락한 것을 발견했다. 환자가 1점짜리 후기를 남긴 탓이었다. 최근 진료나 응대에서 부족한 지점이 있었는지를 복기하기도 잠시, 본문을 확인한 A원장은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온통 인신공격성 내용인 데다, 진료를 받았다는 시기도 최근 1, 2년 새가 아닌 십여 년 전이라는 것이다.
곧이어 A원장은 ‘테러’라는 두 글자를 떠올렸다. 마케팅 업체 또는 인근 경쟁 치과에서 벌인 비방이 틀림없었다. A원장은 “평소 환자 응대부터 진료까지 친절을 모토로 진료했다. 특히 최근에는 환자와 어떤 사소한 갈등도 빚은 기억이 없다”며 “해당 리뷰는 인근 경쟁 치과에서 벌인 테러가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비논리적인 후기가 달릴 이유가 없다”고 성토했다.
# 구글 리뷰서 비방글 삭제도 어려워
이처럼 구글 지도를 통해 무분별하게 매겨지는 ‘별점’으로 최근 치과 개원가에 경직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온라인 포털이 제공하는 리뷰 서비스는 과거에도 한 차례 치과 개원가에 깊은 상흔을 남긴 바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별점 리뷰는 소비자 갑질이나 과도한 마케팅의 도구로 악용되며, 개원가의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네이버 별점 리뷰가 성행하던 당시, 일부 마케팅 업체가 이른바 ‘댓글 알바’를 고용해 별점을 조작하고 경쟁 치과에 비방성 글을 남기는 등 불법 행위를 일삼은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또 치과 간 보복성 리뷰를 주고받다가 끝내는 소송전으로 비화한 사례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
하지만 다행히 지난 2021년 네이버가 별점 리뷰를 폐지하며, 이른바 ‘별들의 전쟁’은 휴전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그 병폐가 최근 들어 구글 지도에서 다시금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구글은 네이버에 이은 국내 포털 검색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그 격차가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 파급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개원가로서는 구글 리뷰를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구글 리뷰만의 개방성과 삭제의 어려움이다. 영수증 등으로 한 단계 거름망을 설치하고 있는 타 포털 리뷰와 달리, 구글 리뷰는 실제 이용 여부 인증 없이 누구든 시설에 별점을 매기고 후기를 작성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전면 개방하고 있다. 개원가 간 ‘테러’ 의심이 발생하는 배경이다.
피해 시설의 리뷰 삭제가 어렵다는 문제도 크다. 구글은 신고를 통한 리뷰 삭제 정책을 도입하고 있지만, 신고를 접수하더라도 삭제되지 않는 경우가 다수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별도 비용을 투자해 전문 관리 업체를 찾거나, 당사자가 시설 정보 자체를 구글 지도에서 삭제하는 수밖에 없다. 이에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일본 의료계가 지도상 악성 리뷰 방치에 따른 영업권 침해를 근거로 구글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번 사건을 겪은 A원장은 “나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구글 지도 리뷰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동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