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는 10여 년 전을 기점으로 그 이후와 그 이전으로 나눠지는 것 같다. 과거 치과계는 상식이 있었다. 대학 동문 간의 선후배 동료 관계나 각 지역에서의 선후배 동료 관계, 협회를 비롯한 각 치과 관련 단체 내에서의 선후배 동료 관계 등 어디서나 믿음이 있었고 신뢰가 있었고 존중이 있었다. 그런 과거를 회상하며 지금 현재를 보면, 선후배 간의 믿음과 신뢰는 어디로 갔는지 갈갈이 찢어져 가는 느낌이고 단합이란 말이 이젠 새롭게 들릴 정도로 서로가 분열되어 있고 갈등은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십수 년 전부터 특정 대학의 세력화로 인한 힘 자랑이 심해지면서 시작된 이러한 갈등과 분열양상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심해져 갔다. 특히 이러한 양상은 협회장 선거와 맞물려 그 정도가 심화되어 갔고 어느 집행부가 들어서든 간에 세력화된 부류들이 마음에 안 드는 집행부가 들어설 경우 3년 내내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상황이 지속되어 왔다.
이러한 추세가 다른 의료인단체에서는 이미 비일비재할 정도로 심하게 일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굳이 우리 치과계가 그러한 악습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 우리 치과계는 이미 그런 갈등과 분열의 시대에 들어섰고 일부 세력을 추종하는 또 다른 세력들이 붙으면서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은 그저 희망으로만 남게 된 것 같다.
그러나 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과계의 근간을 위협하는 이러한 악습 행태들을 점차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큰 이벤트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 조금씩만 노력하면 될 것 같다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칼럼에서 거론되었던 사건이지만, 모 특별위원회 위원장의 진퇴에 대한 법정다툼 사건을 다시 꺼내고자 한다. 이 사건을 또다시 반추하는 것은 현재의 치과계 갈등관계를 잘 나타내 주는 사건인 데다가 이 사건 내용 안에 갈등을 없애는 해법 또한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항소심에서 최종 협회승소로 확정되었던 이 사건은 어찌 보면 잠시 이의를 제기하다가 서로 조용하게 처리했었을 문제를 일부 세력들에 의해 너무 키워졌다는 느낌이기에 마치 현재의 치과계 분열양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처럼 보였다. 또 그 해결 과정에서 몇몇 전임 협회장들이 직접 나서서 현직 협회장을 곤란하게 할 수 있는 확인서를 법정에 제출함으로써 분열양상을 더 키웠다는 점에서, 여타 분열적 사건보다 그 심각성이 도를 넘어섰던 사건이었다.
사실 이 사건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것은 사건 내용 자체보다 전임 협회장들의 참여였다. 민사소송을 건 위원장과 함께하는 세력권의 협회장들만이 참여한 것도 눈에 띠지만 전임 협회장 6명이나 한 특별위원장의 해촉을 두고 ‘협회는 틀렸다, 해당 특별위원장은 억울하다’는 식으로 노골적으로 편을 들고 나온 사례가 치협 역사상 유일했다는 점이 특이했다. 이들이 주장한 확인서 내용은 누가 써준 동일한 내용으로 자신들이 재임했을 때는 ‘임원을 임명, 해임, 변경을 할 때 당사자의 의견에 반하여 처리한 적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해당 위원회가 설립되기 전에 재임했던 이들도 있었고 재임기간이 불과 1년밖에 안되는 이도 있었으며, 자신이 재임했을 당시 ‘당사자 의견에 반하여’ 모 부회장의 담당 위원회 관할권을 해지한 적이 있던 이도 있었다는 사실을 볼 때 사실과 다르거나 해당이 안되는 전임 협회장들이 무작정 확인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욱이 이들 전임 협회장들은 재임시 직전 집행부에서 선임한 임원이나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단 한 명도 없었고 모두 자신이 새로 임명했다는 사실을 볼 때, 전임 집행부에서 임명했던 특별위원장을 새로 선출된 집행부에서도 계속 그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옳으냐 하는 문제를 자신들의 임기내 경험으로 등치시킨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
단언컨대 전임 협회장들, 즉 치협 고문들은 전혀 고문답지 않은 행동을 한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이들 가운데는 20~30여년 전에 협회장을 지낸 이들도 있었다. 후배 협회장이 설령 대정부 대회원에 대해 잘못을 했더라도 감싸 안아야 할 위치에 있는 치과계의 원로들이다. 설령 현직 협회장과 정적 관계에 있었을지라도 자신들도 협회를 이끌어 온 경험자들이었기에 포용과 아량으로 중재와 타협을 권하되 한 발 앞으로 나서는 일에 대해서는 삼갔어야 했다.
그로 인해 치과계가 단합이 잘 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전임 협회장, 그 가운데 20년 전, 30년 전에 재임했던 원로 협회장까지 나서서 특별위원장의 해촉에 대해 그르다 맞다 하는 간섭 자체도 잘 못 됐지만, 아예 한쪽 편에 서서 적극 개입하는 모양새는 전혀 치과계 어른답지가 않았다.
그 결과는 치과계 분열이 갈 데까지 갔구나 하는 자괴감밖에 들지 않으니 혹시 그것을 바랬던 것이라면 그들의 한발 앞으로 나선 모양새는 성공한 것이다. 대신 3만여 회원들의 심장에는 고문들까지 나선 이 비루한 법정 다툼에서 치과계의 미래를 잃은 참담함만이 비수로 꽂혔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러나 필자는 치과계가 이런 식으로 무너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이들 치과계 어른들에게 고언(苦言)을 드리고자 한다. 이미 저질러 논 일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이번 일을 거울삼아 앞으로 치과계의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는 자들에 대해서는 엄중 경고하고 그들을 멀리해 주었으면 한다. 이 간단한 행동이 치과계 어른들에 의해 시작될 때 치과계는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찰 수 있다. 작은 행동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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