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憂鬱, depression)이란 심한 스트레스에 의한 뇌 안의 신경전달물질이나 노화에 따른 호르몬의 분비 변화로 기분이 저하되는 상태를 말한다. 매사에 흥미나 즐거움이 사라지는 등의 의욕 저하와 집중력 및 기억력이 감소하며 초조나 좌불안석으로 불면이 나타난다. 더 진행되면 식욕과 체중 변화는 물론 원인 모를 신체적 통증과 낮은 자존감에 따른 죄의식으로 자살 충동의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대개 이러한 우울은 성인기 초입에서 시작되며 재발 빈도가 높다. 국내 노인의 우울 비율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점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우울이 노인의 구강관리를 포함한 일상생활습관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하지만 노인에서 우울과 구강건강의 상호작용에 구체적인 연구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에 노인 우울과 구강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한 최근의 몇 가지 보고들을 고찰하면서 약간의 지견을 약술하고자 한다.
노인 우울: 구강질환 악화
먼저 노인에서 우울이 구강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울이 구강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이는 칫솔질이나 치과치료를 제때 못하게 하여 구강건강을 방치하게 하거나 심지어 의료진조차도 이 둘의 상관관계를 등한시하기 때문이다. 노인에서 우울은 체내 호르몬 분비의 변화와 함께 탄수화물 섭취량을 증가시킨다. 게다가 그들의 구강점막은 스트레스, 불안, 초조, 좌불안석 등의 감정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울한 노인에서 구강편평태선, 재발성 아프타성 구내염, 구강작열감증후군 등 구강점막 질환이 잘 발생하는 이유이다(Valter 등 2013, Suresh 등 2015). 또한 우울은 면역세포의 수와 기능에 악영향을 주어 면역기능을 저하시키기에 구강감염이 빈발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불어 우울은 음주, 흡연, 식생활 등 일상생활습관의 변화를 초래해 구강위생을 제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게 함으로 불결한 구강상태에 따른 광범위한 치아 우식의 발생과 치주염의 발생 위험 및 빈도를 높이기도 한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치근 우식이 깊어지면서 치관 파절로 뿌리만 남게 되거나 기존 치주염이 더 악화되면서 치아가 스스로 빠지기도 한다. 이것이 우울한 노인에서 광범위한 치아 우식과 만성 치주염 등 구강질환 발생 위험과 빈도가 높게 나타나는 이유이자 우울 같은 감정 기복에 따라 이들 질환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제7기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스트레스와 우울이 잇몸병과 임플란트 주위염의 발생 위험을 높였다고 보고하였다. 설상가상으로 그들이 복용하는 항우울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Citalopram 등), 비전형적(Bupropion 등), 삼환성 항우울제(Amitriptyline 등) 등이 침샘염증과 구강건조, 구내염과 치주염, 입맛의 변화 및 연하곤란 등의 부작용을 초래해 구강질환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한다. 요약하면 노인에서 노화에 따른 호르몬의 변화와 우울로 인한 면역세포의 활동 감소와 염증성 싸이토카인에 따른 치주면역-마이크로바이옴 불균형 초래 및 항우울제 복용이 구강질환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우울 노인에서 더 세심한 구강관리가 필요한 이유이다.
노인 구강질환: 우울 심화 초래
최근까지도 노인의 구강건강 악화에 따른 우울 발생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드물었다. 음식 섭취와 의사소통에 중요한 구강건강이 우울 발생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노인의 좋지 않은 구강건강 수준이 우울 발생을 높인다는 아래의 보고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영국 전역의 성인 6만 4379명 코호트 조사에서 65세 이상 70% 노인이 치주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 치주질환이 불안, 우울 등 정신건강 상태와 가장 뚜렷한 연관성을 보였다는 점이다.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 보고에서도 우울 등 정신건강 문제가, 비록 다원적인 요소에 의해 발생할지라도, 잇몸질환자의 37%에서 나타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쓰러지거나 흔들리는 치아, 이로 인한 치아 상실 등을 야기하는 치주염이 식사와 통증과 관련된 구강기능적 문제와 관련되어 우울을 초래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나이가 들면서 잔존 치아 수가 감소하고, 이로 인한 씹는 능력의 저하 등 구강건강이 악화되면서 일상생활의 제약과 이로 인한 삶의 질 저하로 우울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만성질환치료제의 장기적인 복용에 따른 구강건조와 구취 등이 대인관계에서 소통(사교) 능력 저하와 자신감 상실 등 개인적인 심리에 영향을 미쳐 우울로 이어지게 한다는 점이다.
흥미롭게도 노인의 우울 증상 여부가 칫솔질의 횟수와 관련이 있다는 보고로 이는 우울 노인에서 칫솔질의 횟수 감소가 구강상태를 나쁘게 해 우울을 야기하거나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강건강 저하에 따른 노인 우울은 구강건강관리를 통해서 예방할 수 있다. 생애주기별 국가건강검진에 75세 이상 노년기 구강관리 프로그램 도입이 반드시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요약하면 우울 노인에서 노년기 구강관리 프로그램 도입과 집단적 구강관리교육을 통해 구강질환 대처가 용이해지면 노인 우울 예방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인 우울과 구강질환 악순환: 정신-전신질환 발생 가중
심신의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우울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흔한 질환이다. 오랜 기간 방치하면 만성 피로를 넘어 신체적 고통까지도 야기하기 때문이다. 국내 노인의 구강건강상태와 우울 증상과의 관련 연구에 따르면 우울 증상 유병률이 ‘낮은 사회경제적 수준, 복합 만성질환, 낮은 건강수준, 좋지 않은 건강행태, 저작 및 발음 불편’ 등의 여러 인자가 복합적일수록 높게 나타났다. 또 우울을 겪을 가능성이, 남자 노인의 저작불편 호소 군에서 1.45배, 발음 불편 호소 군에서 1.97배로, 여자 노인의 저작불편 호소 군에서 1.50배, 발음 불편 호소 군에서 1.55배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발음하기가 불편한 남자 노인에서 우울이 더 유의미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그들에게는 우울 예방을 위한 저작 및 발음에 대한 불편 해소가 대단히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제7차 고령화연구패널조사에서도 구강건강 상태가 악화되면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고, 잇몸건강이 나쁘면 정신건강 문제를 비롯한 자가면역질환과 심혈관질환 등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보고하였다.
부가적으로 영국 버밍엄대의 1차 의료기관의 자료 분석에서도, 3년간 치은염이나 치주염을 앓았던 대상과 치주질환 병력이 없는 건강한 대상자를 비교했을 때 치주질환을 앓았던 그룹에서 각각 정신질환 발생률 37%, 자가면역질환(류마티스 관절염, 제1형 당뇨병, 관절염 등) 발생률 33%,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 26%, 심혈관질환 발생률 18%, 심장대사 질환 발생률 7% 증가를 보였다는 점이다(Zemedikun 등. BMJ Open. 2021 Dec 19;11). 지난 시론의 노인 불면-구강건강의 높은 상관관계처럼 우울-구강건강 관계도 거의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이는 우울 노인의 80%에서 불면이 우울과 선후로 혹은 동시에 발생하기에 그들의 구강건강 악화가 가속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요약하면 노인 코호트에서 매우 흔한 치주질환이 심혈관, 심장대사, 자가면역질환 및 정신질환 발생 위험을 높여 공중보건의 짐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우울이 불면과 선후로 혹은 동시에 자주 발생하는 75세 이상 후기 노인에서 생애주기별 국가건강검진 구강관리 프로그램에 노년기 단계를 도입하는 것이 급선무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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