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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자 양극화의 그늘, 치과계가 신음한다

Editor Column

​대한민국 개원가에 K자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기업형 사무장 치과는 초저가 덤핑으로 호황을 누리는 반면, 대다수 동네 치과는 환자 감소와 경영난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 기형적인 양극화의 주범은 단연 임플란트 덤핑이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을 미끼로 던지는 그들의 행태는 의료를 인술이 아닌 최저가 입찰 상품으로 전락시켰다.

 

가격 파괴는 필연적으로 의료의 공장화를 부른다. 최근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모 임플란트 치과 사망 사건은 공장형 진료 시스템이 낳은 예고된 비극이었다. 박리다매를 위해 환자를 컨베이어 벨트 위 부품처럼 취급하고, 무리한 스케줄을 강행하는 도떼기시장 같은 환경에서 환자의 안전은 설 자리가 없었다. 덤핑은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가 된 것이다.

 

​덤핑의 끝은 결국 먹튀라는 파국이다. 소위 돌려막기식 운영이 한계에 봉착하면 치과는 문을 닫고, 치료가 중단된 환자들의 고통과 불신은 고스란히 선량한 동네 치과들이 떠안게 된다. 독일과 프랑스 등 의료 선진국들이 적정 수가를 법으로 보장하고 저가 유인 행위를 엄벌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나친 저수가는 곧 의료 질 하락과 환자 피해로 직결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 무너진 의료 생태계를 복원하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형 공정경쟁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환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위해 제정된 비급여 진료비 보고제도는 본래 취지와 달리 가격 비교의 도구로 전락했으며, 심지어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무분별한 의료광고의 폐해까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첨단 기술이 환자를 현혹하고 교묘한 사기 행각을 포장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의료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 당국에 강력히 건의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이 도입된다면 의료비를 좀먹는 사무장 병원뿐만 아니라, 인간을 가격 기준으로 매기고 상품으로만 취급하는 병의원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아울러 다음과 같은 정부 주도의 시스템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첫째, 무분별한 덤핑을 막을 최소 진료비 가이드라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는 이익 추구가 아닌,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둘째, 치과의사협회에 실질적인 자율징계권을 부여해야 한다.
행정 처분이 지연되거나 시정 권고 등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다수인 현실에서 풀뿌리 동네치과의 개원 생태계는 절망의 신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악이 선을 구축하는 악순환을 전문가 단체의 자정 작용으로 끊어내야 한다.

 

​셋째, 미끼용 불법 의료광고 및 AI를 악용한 변칙 광고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의료소비자 책임도 중요하지만 공급자의 허위, 과장 광고의 문은 좁고 높여서 그 책임도 무겁게 해야 한다.


​K자 양극화의 틈새로 추락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건강권이다. 정부와 치과계는 머리를 맞대고 가격이 아닌 가치로 경쟁하는 공정한 의료 환경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