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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수필]이병태/금강산 하이 스토리 (상)


1. 외동딸 도라지의 애틋한 사연

금강산 외금강 옥류동(玉流洞)에는 노인 도씨와 아리따운 외동딸 라지가 살고 있었다. 도씨는 하는 일마다 되는 것도 없었지만 빌어다 쓴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어느덧 나이도 들어서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빚쟁이들이 와서 들끓었다. 도 노인은 별 도리 없었다.
도라지는 자신을 사가라고 하여 아버지는 빚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도라지는 팔려가고 있었다.
고개에서 잠시 쉬게 되었는데 그 밑은 깎아지른 절벽, 낭떠러지였다.
이때였다.
도라지는 몸을 던져 자살하였다.
도라지가 세상을 떠나자 도라지 어머니 묘 옆에 묘 하나 생겨나더니 그 묘 옆에 하얀꽃이 피어나 있었다.


도라지 꽃은 파란 것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흰꽃은 도라지의 영혼이 세상에 피어난 것이라고 믿었다.
백도라지.
가난에 찌들고 무능한 아버지를 위해 목숨까지 아끼지 않은 숭고한 금강산 소녀의 결단은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명절이나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 도라지, 백도라지는 단순한 나물만은 아니다.
아, 도라지 백도라지.

 

 

2. 도라지의 순결

금강산 기슭, 한 초가집에서 라지는 도씨의 늦둥이로 태어났다. 귀여움을 받던 것도 잠시, 라지가 태어 난지 100일도 되지 않아 엄마는 죽고 말았다. 라지는 아버지 등에 업혀 동냥젖을 먹어야 했으니 얼마나 어렵게 컸겠는가.
세월이 흘렀다. 어느덧 라지는 처녀가 되었다. 라지는 한 마을에 사는 총각을 만나 사귀게 되었다. 건강하고 효성이 지극한 젊은이에게 라지는 정도 들었다. 둘은 장래를 약속할 만큼 가까워졌다.
마을에는 악명 높은 관리가 왔다. 이게 웬일인지 라지의 마음과 몸가짐을 탐을 냈고 드디어는 농락하려고 하였다.
그 악질관리가 아무리 유혹해도 응하질 않았다. 그러자 악질관리는 라지를 죽여 버려야겠다고 결정하였다. 끝내 라지는 죽게 되었다.
형틀에 죽어가면서 라지는 유언하였다.


“저는 이렇게 죽어갑니다. 제가 죽으면 제 몸은 그이가 다니는 길가에 묻어 주십시오.”
아버지와 동네사람들은 한 없이 원통해 했다. 서럽고 안타깝기 그지없는 마음에 눈물을 흘렸지만 라지는 죽고 만 후였다. 유언대로 나무꾼 총각이 다니는 고갯마루에 묻어주었다.
이런 일이 벌어졌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나무꾼은 나무를 하고 돌아와 쉬고 있었다. 산천경개에 심취해 있고 마음속에 라지를 그리고 있던 나무꾼 총각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왔다.
순정을 지키려다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단숨에 라지가 묻혔다는 곳으로 달려갔다. 묘는 자기가 늘 나무를 하러다니던 고개였고 양지 바른 곳이었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하얀 꽃이 피어 있었다. 총각은 그 꽃을 보자마자 외마디처럼 외쳤다.
“아, 도라지.”
이럴 수가 있는가. 순결을 지키고 자기를 생각하며 죽어간 낭자 도라지를 잊을 수 없었다. 총각은 다음해에 도라지 꽃의 씨를 받아 금강산 곳곳에 뿌렸다.
이래서 절개와 순결을 뜻하는 백도라지가 금강산과 강원도에 퍼지게 되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