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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수필]정상과 이상의 중간쯤에 있는 ‘그’와 살아가기/김영호

일화 1 :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 사는 주부인 그는 넉넉한 수입을 가져다주는 신랑과 공부를 잘 하는 아들을 두었다. 그러나 그는 그보다 더 잘 사는 사람들을 질투를 넘어 편하게 대하지를 못하고, 아들보다 공부를 더 잘하는 아이와 그 부모들에게는 적개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아울러 그보다 못살거나 사회적으로 아래라고 판단되는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무시하여 대화를 하거나 어울리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생각하며 피한다. 


일화 2 : 사장인 그는 외부적으로는 카리스마가 있고 멋있어 보인다. 그러나 직원들이나 주위 사람들과 대화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상대방이 들으면 크게 상처 받을 만한 말을 아주 편하게 하고 극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와 1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은 대부분 마음의 상처로 그날 밤에 잠을 못 이루지만, 그는 다른 이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었는지 알지 못할뿐더러 관심도 없다.

 

위의 두 가지 일화를 읽을 때에 혹시 그대는 마음속에 떠오르는 ‘그"가 있는가? 그런 ‘그’가 없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경우 ‘그’와 유사한 사람이 한 사람쯤은 주위에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런 ‘그’를 생각만 해도 그대는 답답할 것이다. 왜 ‘그’는 그렇게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일까? 살아가다 보면 만나면 만날수록 사람들을 괴롭히는 ‘그’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작 본인은 주위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느낌도 가지지 않으며, 또한 우리가 예측하는 반응과 전혀 다른 방향의 말과 행동을 보여서 당황스럽게 만든다. 직장에서나 사회생활을 하며 대하게 되는 이런 부류의 사람도 혹시 비정상은 아닐까?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평소에 일도 잘하고 정상적으로 지내는 사람이 때때로 비정상으로 보이는 말과 행동을 한다면 혹시 이 사람이 정상과 이상의 경계선쯤에 있지 않은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예를 들어 ‘경계성 인격 장애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도 이 범주에 들 수 있겠고, 이와 같은 진단명이 아니더라도 ‘중간쯤’ 혹은 ‘살짝 맛이 간’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설정된 테두리 안에 ‘그’를 분류해 두면 오히려 동정심이 들고, 완전 정상은 아니다 라고 판단하게 되어 적당히 피하는 요령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를 정상으로 끌어들이는 노력도 의미가 있지만 그 상태를 인정하고 대응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다. 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갖게 되는 지혜이지만, 간혹 상황에 대한 배려 없이 날뛰며 지내는 사람을 보면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지만 소가 있으면 그 힘으로 얻는 것이 많을 것’이라는 심정으로 바라보라. 구유 안에 있는 ‘문제의 소’가 미친 듯이 드나들 때에 구경하는 심정으로 보면 오히려 즐겁고 안쓰럽다. ‘문제의 소’같은 ‘그’가 때로는 돌아다니며 일을 잘 처리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의 강점을 사랑하고 같이 살아가면 된다. ‘문제의 소’가 갖는 문제는 결국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나 내가 응징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정당한 대가를 받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주위에 있는 ‘그’를 떠올리며 지혜를 구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간혹 주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라고 여겨지는 때가 있지는 않는가? 하는 행동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며 나를 진심으로 대해주지 않는 것 같은 ‘그’들을 이상하게 생각하기 전에 먼저 짚어볼 일이 있다 -‘혹시 내가 그들이 두려워하는 바로 ‘그’는 아닌가?’ 영화 ‘식스 센스(The Sixth Sense)’의 정신과 의사 말콤 크로우 (Malcolm Crowe : 브루스 윌리스 분)처럼 알고 보니 자신이 귀신인 것을 깨닫는 통찰이 바로 내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히 주위를 둘러보아야 할 수도 있다. 난 극히 정상이라고 믿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지혜라면 주위 사람이 ‘그’인지 바로 우리 자신이 ‘그’인지 쉽게 단정하면 안 된다는 것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