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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 제1856번째] 인도네시아 선교여행 회상 (상)

Relay Essay
제1856번째

 

인도네시아 선교여행 회상 (상)

  

얼마 전 대학동기인 J형을 만났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그간 J형의 근황을 들을 수 있었다. 교회에 선교후원금을 내서 필리핀에 교회를 건축한 일이며 컴패션(Compassion International; 기독교 기반의 국제 어린이 양육 단체로 1952년 한국 전쟁 당시 전쟁고아의 참상을 목격한 에버렛 스완슨 목사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2011년 현재 26개국 120만명을 후원하고 있는 단체)을 통해 의료봉사를 다녀왔다고 했다. 그는 지인들에게 ‘왜 우리나라에도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데 굳이 멀리 외국에까지 나가서 교회를 세우고 의료봉사를 하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았지만 명쾌한 답변을 듣지 못하다가 ‘국내에서는 그것이 삶의 질에 관한 문제이겠지만 해외선교지에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J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다보니 자연스레 지난 인도네시아 선교여행을 떠올리게 되었다.


의료팀, 약품팀 그리고 이·미용팀과 더불어 인도네시아 어린이들을 섬기는 어린이팀으로 구성된 한사랑교회 단기선교팀과 함께 6박 7일간의 인도네시아 선교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발리와 같은 휴양지에서 아내와 두 아이들과 함께 의료봉사를 하는 것만큼 멋진 일이 있을까 싶어, 고향에 계신 어머님과 가족들에게 추석연휴기간 중에 의료봉사를 다녀오겠노라며 양해를 구하고 떠나는 여행이었다.


동남아시아에 널리 퍼져 있는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세계 최대 도서국가 인도네시아의 전체인구는 2억 3000만 명이며 인구수로는 세계 4위이다. 자바섬에 1억 3500만 명이 거주하고 수마트라섬에는 50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우리의 일정은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의 발리를 거쳐 세마랑으로 이동하며 봉사하는 선교여행이었다.


나보다 2개월 앞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 반다르람풍 지역으로 선교여행을 다녀온 친구 K의 말로는 태어나서 평생 치과의사를 한 번도 못 본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본인을 ‘독떠르 기기’(dokter gigi, 치과의사)라고 소개하자 많은 사람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놀램과 존경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고 했다.


발리공항에 처음 도착하고 입국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약품팀에서 준비해간 가방들안에 약들을 문제삼았다. 가방을 일일이 열어보면서 무슨 약인지 설명해주기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열대성 몬순기후로 고온다습한 기후 때문에 공항 안이 후텁지근한데다 입국심사원들과의 실랑이로 인해 인내심은 여지없이 바닥을 드러내었다.


온갖 풍토병을 비롯한 많은 질병과 그 질병으로 인해 교육의 기회마저 잃게 되고 가난으로 인해 굶주리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 버린 지구촌 이웃들에게 다양한 경로를 통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나라들이 많지만 정작 이를 외면하는 정부의 무관심과 무능 그리고 부정부패로 인해 후원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음날  우리 선교팀 일행이 도착한 곳은  넓은 잔디 정원과 작은 야외 수영장이 있는 발리의 해변가에 위치한 한 호텔이었다.


 의료봉사를 나와서 경험하게 되는 머피의 법칙은 열심히 필요한 재료며 기구를 준비해간다고 해도 꼭 빠진 재료나 기구가 있기 마련이고 그런 날은 꼭 그 재료나 기구가 필요한 환자가 온다는 점이다.


치과용이동식체어가 컴팩트형이다 보니 필요한 재료와 기구들를 올려놓다보면 금새 뒤죽박죽이 된다. 진료실에서 모든 걸 갖추어 놓고 직원들의 보조를 받으며 진료하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각 팀의 봉사가 마무리되고 호텔정원에 뷔폐식으로 차려진 점심을 먹게 되었다. 음식을 접시에 담고 있는데 젊은 인도네시아 여성들이 훤칠한 키에 하얀 피부를 소유한 한국청년을 둘러싸고 같이 사진찍자고 야단들이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마르고 보통 키로 현지인과 매우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는 나로서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커다란 나무그늘아래 준비된 식탁에 둘러 앉아서 해변에서 불어오는 미풍을 맞으며 달콤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행복한 미소와 즐거운 웃음을 나누는 여기가 바로 지상낙원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용철
선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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