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저자
책을 읽다보면 무슨 뜻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말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사례를 생각해보고 사전을 찾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해 봐도 행간의 숨은 뜻에 쉽게 접근할 수가 없는 경우 말입니다. 이것은 그 당시의 사고로는 아무리 고민을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즉 정신적, 경험적인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견하는 생소한 문구들은 같은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지 않으면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슈타인도 “그 시대의 문제는 그 시대의 관념이나 지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책을 읽다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너무 골머리 앓지 말고 넘어가는 것도 책읽기에 있어서 중요한 방법입니다. 자칫 이해가 불가능한 것에 집착해서 ‘나는 안 된다’는 패배의식이 책읽기에 생기게 되면 책 읽는 것이 싫어지게 되니까요. ‘언젠가는 이해되겠지’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무시하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대신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사고를 확장하고 연습해서 경험치를 높여놓도록 합시다. 그것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아니 내가 전에는 왜 이걸 이해 못했을까?”라고 얘기할 때가 오게 됩니다.
걷는 사회학자 정수복
‘둥지철학’ 박이문을 만나다
『삶을 긍정하는 허무주의』 알마, 2013
지난 한해에는 폴란드 태생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열풍이 있었습니다. 아흔의 연륜에서 나오는 그의 철학적 가르침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문득 우리나라에도 이런 연륜의 철학적 메시지를 전해주는 사람이 어디 없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둥지의 철학’이라는 책을 찾아서 읽게 되었는데 솔직하게 말해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많은 내용을 그냥 넘어가면서 읽었습니다. 아쉬움이 많이 남던 차에 ‘걷는 사회학자 정수복이 둥지철학자 박이문을 만나다’란 부재로 이 책이 나왔습니다. 사회학자의 시각으로 철학적 탐구를 대담형식으로 풀어가는 책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읽기가 수월하고 박이문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그의 둥지철학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맞았습니다. 이 책은 박이문을 아주 잘 이해하고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저자는 심도 깊은 인터뷰를 바탕으로 세계인, 철학자, 시인, 종교인, 작가, 지식인으로서의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박이문의 면모를 촘촘히 정리하여, 1부 ‘풍요로운 창조’에서는 그의 철학을, 2부 ‘하나만의 선택’에서는 그의 삶을 펼쳐냅니다.
이를 통해 지적 투명성, 감성적 열정, 도덕적 진실성에 대한 박이문의 천착이 시와 수필, 철학논문 등의 다작을 거쳐 ‘둥지의 철학’으로 모이는 철학자의 일생을 입체적으로 살펴봅니다. 한번 읽고 싶은 책 제목 아닙니까?
30여개국 인형 통해
그 나라의 삶과 문화 엿보기
『갖고 싶은 세계의 인형』 바다출판사, 2013
집에 인형 하나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신은 인간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인형을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인형에 대한 인간의 집착과 애정은 전 세계적입니다. 외국에 여행을 다녀오더라도 그 나라의 전통 인형이나 동물 인형을 사게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런데 막상 그 인형에 담긴 역사적 기원과 의미 등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은 30여 개 국의 60여 개의 인형을 통해 각 나라와 사람들의 고유한 삶과 문화를 농축해 안내하는 흥미로운 세계 역사문화서입니다. 인형을 가지고 이런 이야기를 풀어낸 것도 놀라울뿐더러 이런 책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기쁩니다. 사람들은 인형으로 독특한 생활 풍습을 재현하기도 하고, 아픔과 기쁨의 역사를 기억하기도 하며, 때론 따뜻한 친구로, 때론 상징적으로, 일상의 멋과 향기를 매력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다양하고 입체적인 기록을 보여주는 훌륭한 매체로써의 인형을 길잡이해줍니다.
가나의 ‘토킹 드럼 인형’은 북으로 소통하고 분쟁을 중재하는 역사의 기록을 보여주고, 과테말라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걱정과 공포로부터 안심시키기 위해 걱정인형을 만들어 주어 마음을 치유하는 따뜻한 친구가 되어줍니다. 필리핀의 ‘바롱 타갈로그’를 입고 있는 인형은 식민지 시대의 아픈 역사를 대변하는 의상이었지만 지금은 필리핀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상징하면서 남성의 대표적 정장을 재현하였습니다. 수리남의 교토미시 인형은 최대한 뚱뚱하고 못생기게 보일 수밖에 없었던 노예들의 역사적 아픔을 담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 책은 인형이 풀어내는 다양하고 넓고 깊은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선물한 인형이 뭔지 아십니까? 그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부자되기 비법은
주식·투자가 아닌 ‘이것’
『지금 시작하는 부자공부』 가디언, 2014
‘새해에는 부자 되세요’라는 말을 이번 설에도 많이 하고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그만큼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모두 한가지입니다. 그런데 막상 부자가 되기 위해서 얼마나 공부를 했고 또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너무나 원하는 것에 비해서 공부는 잘 안하는 것이 바로 ‘부자 되는 법’이 아닐까요? 이 책은 부자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아니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경제지 기자로 20년간 국내외 자본시장을 누빈 저자가 부자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었는지를 분석·통찰한 책입니다. 주말이면 최대 포털의 ‘많이 읽은 뉴스’란에 어김없이 올라오는 인기 칼럼 ‘줄리아 투자노트’가 바로 이 책의 모태입니다.
저자는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로 대박 내는 법이 아닌 부자가 되기 위한 마음가짐과 태도를 단련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부자가 되려면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존심을 버리지 않는 ‘멘탈 갑’이 돼야 한다는 것. 저자는 “좋든 싫든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 이긴다”고 말합니다. 태도가 달라지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너무 평범한 소리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여러 자기계발서를 짜깁기해 ‘희망’으로 포장한 통상의 책들과 다릅니다. 기자로서 한국의 자본시장과 뉴욕의 월스트리트를 누비며 생생하게 보고 느낀 사례와 통찰이 탄탄한 바탕을 이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부자들의 특징과 진짜 부자들의 투자 조언, 부자가 되기 위한 습관과 부자로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조근조근한 말투로 들려줍니다. “부자의 그릇을 만들어라. 그릇이 커지면 돈은 제 발로 들어온다”
소통의 첫걸음은 ‘잡담’
30초만에 어색함이 사라져
『잡담이 능력이다』 위즈덤하우스, 2014
치과에서 직원들에게 항상 환자분과의 스몰토크(small talk)를 강조합니다. 짧은 시간에 환자와의 교감을 형성하는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별 말이 아닌 이 스몰토크가 잘 안됩니다. 그 이유는 어색함 때문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나더라도 아무 얘기 없이 층이 변하는 것만 쳐다보는 우리들입니다. 모두 잡담하기 싫어하거나 잡담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인 것이죠.
이 책은 일본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사이토 다카시가 ‘잡담’에 주목하여, 잡담의 숨은 본질을 밝히고, 몇 가지 간단한 원칙과 요령만으로 누구나 쉽게 잡담에 능해지는 방법을 소개한 책입니다. 저자는 30초의 대수롭지 않은 잡담 속에 그 사람의 인간성과 사회성이 응축되어 있으며, 잠깐의 잡담을 통해 상대의 속마음을 간파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총 6파트로 구성하여, 잡담의 의의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잡담력을 키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과 원칙을 정리하였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이웃과 대화하는 것이 뻘쭘하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