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책 읽기 좋은 계절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가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 선선한 바람이 불고 생각도 깊어지는 가을이기 때문에 확실히 책이 어울리는 계절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뭐든지 생각하기 나름인지라 책읽기 좋다는 계절인 가을은 놀러 다니기에도 좋은 계절입니다. 방구석에서 책을 읽는 것 보다는 밖으로 나가서 자연을 친구삼아 노는 것이 더 좋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책을 읽기 싫으면 봄은 졸려서, 여름은 더워서, 가을은 놀러가야 하니까 겨울은 추워서 읽기 싫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싶다면 봄은 따뜻한 햇살아래 잔디에 앉아 읽기 좋고, 여름은 긴 장맛비 소리를 들으며 읽기 좋고 가을은 계절의 깊이를 느끼면서 읽고 싶고, 겨울은 따뜻한 아랫목에서 옛 추억을 되살리며 읽기 좋은 계절입니다. 따라서 긍정적인 책읽기의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춘곤증으로 책만 펼치면 졸음이 온다는 분들은 잘 생각해 보세요. 여름은 더워서, 가을은 놀러가야 하니까 겨울은 추워서 읽기 싫다고 하시지는 않았는지. 책 읽기 좋지 않은 계절은 없답니다.
이 시대 느리게 걷기는
삶을 방해하는 생각들 가지치기
『느리게 걷는 즐거움』 북라이프, 2014
‘내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내 생각도 흐르기 시작한다’ 는 H. 데이비드 소로우의 말처럼 걷는 것은 우리의 생각을 유연하게 해주고 헝클어진 생각의 실타래를 풀어주는 신비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걷는 것을 즐겨하시는 분들은 모두 이 말에 동의하시는 듯합니다. 봄은 걷기에도 좋은 계절이라 주말이면 늘 걷는 길과 산행 길은 초만원입니다. 최근 국내의 대표적인 걷는 길인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등은 그 인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국내뿐만이 아니라 산티아고 순례길, 규슈 올레, 네팔 트레킹 등 사람들은 걸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서 떠나고 있습니다. 계단보다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선호하고 동네 마트를 갈 때에도 자동차를 타고 가는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오직 자신의 몸에만 의존해야 하는 원시적이고 불편한 여행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시대에 걷기는 ‘삶을 방해하는 생각들의 가지치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지럽고 자극적인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차단시켜 오직 자신만의 속도에 맞춰 일부러 고독해지기 위해, 또 기분 좋은 피로감을 느끼기 위해 걷는다고 합니다. 걷기는 사회가 요구하는‘가면’을 벗어던지고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되찾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저자인 다비드 르 브르통은 다시 한 번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작품들을 다시 읽으며 10년 전 그 길을 걸으며 그때와는 사뭇 달라진 풍경과 새롭게 느낀 걷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길 위에서 탄생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혼자 떠난 걷기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 예상치 못했던 날씨 때문에 겪었던 사건, 별이 수놓은 듯한 밤하늘, 낯선 마을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변수 등 당시에는 매우 당혹스럽고 고되게 만들었던 일들이 다시금 즐거움이 되어 우리를 계속해서 걷게 만드는 이유라고 말합니다. 걷기 좋은 봄입니다. 사랑하는 아내, 남편, 아이들, 부모님과 함께 걸어 봅시다.
돈 앞에 바로 서면
자녀 앞에 바로 설 수 있다
『아빠! 얼마 벌어?』 엘컴퍼니, 2014
‘돈에 관해 자식을 교육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부모가 돈이 없는 것이다.’라고 케서린 화이트혼은 얘기했습니다. 이래저래 풍족한 세상에서 부족한 것 없이 지내는 아이들에게 경제 개념을 심어주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입니다. 초등학생들만 해도 요즘은 자신들의 집이 몇 평인지, 차는 무슨 차인지 서로 이야기 한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부자인 것을 자랑하고 적어도 자신이 가난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불쑥 “아빠, 얼마 벌어?”라고 물었다면 여러분은 어떨까요? 어린 것이 그런 질문을 한다고 혼을 낼 수도 있고, 얼마를 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도 있고, 실제로 버는 돈보다 과장해서 얘기할 수도 있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돈을 좋아합니다. 돈을 싫어한다는 사람은 본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돈을 많이 버는 것에만 집중했지, 막상 돈에 대해서는 어리석거나, 집착하거나 무지합니다. 이 책은 돈은 자식 키우듯 어루만지고 다스려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나는 대충 대충 살면서 자식 잘 크라고 기대할 수 없듯이, 내가 돈에 대해 별 생각이 없으면서 풍요롭게 살길 바라는 것은 분별없는 마음일 뿐입니다. “아빠! 얼마 벌어?” 아이의 질문에 당황할 필요 없습니다. 돈 앞에 바로 서면, 자녀 앞에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돈에 관한 재미난 경영학 수업입니다.
평가하는 속도가 빠를수록
유능한 직원이 무능한 직원으로
『확신의 덫』 위즈덤하우스, 2014
제가 아는 치과의사 중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면접만 한번 하면 이 치위생사가 능력이 어떤지 몇 년을 버틸지 안다는 것입니다. 그 능력을 자랑할 정도니 2년을 버틸 거라고 예상한 직원에 대해서 딱 그 정도에 나갈 수 있게 해준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의 장 프랑수아 만초니 교수는 '필패 신드롬(Set-up-to Fail syndrome)'이라는 정의를 보고했습니다. "성과가 낮은 직원으로 낙인찍힌 직원들은 상사의 낮은 기대치에 맞는 성과를 내게끔 유도되고, 결국에는 개인도 조직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역학구도"가 된다는 이론입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부정적인 평판을 받은 사람이 실제로 그렇게 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낙인효과'의 직장 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초니 교수는 지난 15년 동안 현장에 있는 리더 3000명을 대상으로 무수히 많은 '필패 신드롬'을 전해 듣게 됐습니다. 이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책이 신간 '확신의 덫'입니다. 이 책의 부제 '유능한 사람이 왜 무능한 사람이 되는가'는 오늘날 많은 조직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저자가 만난 리더들은 사람을 평가하는데 10분, 혹은 6개월이면 충분하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꼬리표 붙이는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유능한 직원이 무능한 직원으로 전락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또 '유능한 직원'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직원에게도 이 상황은 환영할만하지 않습니다. "상사로부터 지나친 신뢰를 받아 다른 직원의 일까지 떠맡아야 하지만 지원은 받지 못하는 상황"이 달가울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도 진료실에서 이 꼬리표 붙이기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스스로의 확신이 덫이 될 수도 있다는 깨달음과 해결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유능한 사람을 바로 알아보는 능력, 무능한 사람을 유능하게 끌어줄 수 있는 능력자가 되었으면 하지만 그러지 못하기에 이런 책이라도 읽습니다.
미술은 이제 교양이 아닌
창의와 상상을 이끌어내는 보관소
『스티브잡스가 반한 피카소』 새빛북스, 2014
스티브 잡스는 창의력의 원천으로 인문학, 특히 미술을 꼽았습니다. 그리고 ‘창조미술로 역사를 바꾼 혁명가 피카소’를 여러 차례 언급했을 정도로 피카소에 매료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왜 많은 예술장르 중에 하필 미술, 그리고 많은 예술작가 중 왜 피카소를 두고 창의력(creation)을 논했을까요? 두 천재의 공통점은 모방을 통한 창조적 조합 능력의 귀재였다는 것입니다. 입체파를 미술사에 탄생시킨 피카소의《아비뇽의 처녀들》은 르네상스 이후 500년이나 유지돼 오던 원근법을 무너뜨린 파괴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복잡하지 않으며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가전제품 같은 컴퓨터, 친근하면서도 우아한 컴퓨터’를 만들고 싶어 했던 스티브 잡스는 평소 백화점의 주방용품 코너를 둘러보는 게 취미였다고 합니다. 그는 퀴진아트 믹서기를 보고 매킨토시를 만들었습니다. 직관적인 아이콘 형태의 운영 체제를 가진 매킨토시는 제록스가 만들어놓은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활용한 것이고, 여기에 터치 기술을 더해 아이패드를 개발했습니다. 그는 휴학 중 우연히 수강한 캘리그라피 교양 미술수업이 자신의 인생을 바꾼 전환점이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술은 이제 교양이 아닌, 창의와 상상을 이끌어내는 현대의 보관소입니다.
이 책은 인간 중심의 예술 시대를 연 르네상스부터 비주얼 아트로 대표되는 현대 미술까지 창의, 상상 그리고 소통을 중심으로 미술이 가진 힘을 알기 쉽게 풀어냈습니다. 감상이나 여가, 교양을 위한 미술을 넘어 미적 체험을 통한 소통이 창의와 상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 합니다. 특히 이 책은 대부분이 좋아하는 영화와 함께 미술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맛있는 퓨전음식처럼 장르를 잘 퓨전해서 재미있게 풀어가는 저자의 글 솜씨가 뛰어납니다. 모처럼 맛있는 퓨전음식점에서 잘 먹은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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