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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원장 5월의 추천도서

시대를 읽다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책이 가지는 가장 큰 가치중 하나는 그 시대를 대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책은 출판된 의도와는 상관없이 대부분 그 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잘 대변해 주는 책을 찾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세월호의 비극을 통해서 우리가 흔히 접하고 있는 신문, 잡지, TV 등이 사실과는 많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미디어에 익숙해진 우리들이 과연 현 시대를 올바르게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워졌습니다. 잘못된 과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우리의 모습은 어찌 보면 우리의 모습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일까요? 아니면 파묻혀 버리는 걸까요? 이제는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 정말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그 전에 제대로 된 ‘앎’에 대한 욕구가 우리에게 있어야 합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악몽에 갇혀…

『옹호자들』 궁리, 2014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수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이유로 일일이 다 기억을 못하거나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외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몇 년 지나지도 않았는데 잊혀지고 있는 최근의 굵은 사건에 대한 솔직한 책이 나왔습니다. 말 못 하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로 살고자 한 사람들, 그들이 지켜낸 이 오만한 시대의 정의로운 순간들을 담은 책입니다. 이 책은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과 싸웠던 변호사들이 육성으로 남긴 기록을 담은 책입니다. 사라져야 할 검찰과 정치권력의 폭력, 우리를 슬프게 했던 지난 5년간의 한국 현대사를 낱낱이 밝혀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2008년부터 2013년, 지난 5년간의 짧지만 강렬한 한국 현대사를 조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각 원고 끝부분에는 해당 사건의 당사자들을 다시 인터뷰하며 시간이 흐른 지금의 그들의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미네르바를 제외한 정연주 전 KBS 사장, 김보슬 MBC PD, 박지웅 변호사,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엄민용 전 전교조 대변인, 정진후 전 전교조 위원장, 이충연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 등이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 의미 있는 메시지들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들은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무엇 하나 바뀐 것이 없이 그 악몽 같은 시간에 갇혀 사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전 또다시 반복될 역사가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도 지난 역사와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처칠은 말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일어나서는 안 될 사건들이 어떻게 일어났고 결국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분노가 치밀어 오실 수도 있습니다. 아지만 꼭꼭 묻어둘 수만은 없는 우리의 역사입니다. 역사를 통해 배우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 시작은 진실을 ‘아는’ 것입니다.


한국전쟁에 숨겨진
국가권력의 무능.이기심 폭로

『국민은 적이 아니다』 헤르츠나인, 2014

한국전쟁이 어느덧 60여 년 전의 일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그 때의 일을 생생하게 우리에게 전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국전쟁에 숨겨져 있는 많은 진실들 또한 묻히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책은 아주 민감한 문제일 수 있는 한국전쟁과 민간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북한에 의한 것이 아닌 학살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무능하고 이기적이며 악랄하기까지 한 국가권력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전쟁이라는 국난을 틈타 아무 죄도 없는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밀었으며, 이유조차 알지 못한 그들을 죽음의 구덩이로 밀어 넣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국민을 적으로 아는’ 국가권력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전쟁은 대부분 ‘전쟁사(戰爭史)’로서의 한국전쟁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다른 각도에서 한국전쟁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바로 민중이 겪은 비참하고 이해할 수 없는 전쟁으로서 말입니다. 그동안 절대적 권위를 누려오던 국방부에서 편찬한 [한국전쟁사]와 이른바 ‘전쟁영웅’들의 기록들을 치밀하게 분석하여, 그 속에 내재된 오류를 자체 논리로 하나하나 비판해 나갑니다. 그러면서 그는 민간인집단학살에 이르게 되는 배경으로 당시 국가권력의 무능과 이기심을 폭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쟁에 패해 후퇴를 하면서도 치밀하게 자기 국민을 집단 학살한 사실을 사단별 후퇴경로를 추적하며 밝혀내고 있습니다. 알고 싶지 않은 한국전쟁의 숨겨진 비극을 알게 되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고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묻혀서는 안 되는 진실은 밝혀져야 합니다.


아동빈곤 개인 책임 강요하는
한국 사회구조 비판

『우리 아이들이 굶고 있어요』 미래를소유한사람들, 2014

얼마 전인 2014년 2월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서울 석촌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세 모녀가 유서 한 장만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참담한 소식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존에 만들어 놓은 복지 시스템을 잘 이용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했고 이용하기에는 벽이 너무나 높은 우리나라의 복지 시스템에 대한 고발도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서울마저 ‘빈곤의 절벽’에 대책 없이 노출돼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예라고 하겠습니다. 누군가는 쌓이는 부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사람과 가까운 곳 어디에서는 극심한 빈곤에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사회구조.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실만은 아닙니다. 미국 거대 금융기업의 도산으로 여파가 동아시아까지 이어지는 이 글로벌한 신자유주의 체제는 날이 갈수록 공고해지고 그로 인한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더 큰 문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를 심도 있게 이야기 하고 있는 책입니다. 일본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이야기와 너무나 닮아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이 대부분 일본을 모델로 하고 있는 것이 많은 이유이기도 한 듯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먹는 것’에 대한 문제는 아이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함은 물론 학습과 발달의 권리를 현저히 침해하고, 심지어 취업과 생계유지의 길조차 막아버리게 됩니다. 아동 빈곤은 결코 개인의 책임이 아닙니다. 하지만 사회구조가 그러한 논리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책임론’은 사회적 책임을 교묘히 회피하려는 권력의 장치라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입니다. 이처럼 일본 사회가 처한 ‘빈곤의 연쇄사슬’은 한국 사회 역시 마찬가지로 직면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유사한 양상으로 복지와 신자유주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서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우리의 모습을 바로 보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어느 정도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제대로 된 복지를 물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덜 미안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