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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원장 6월의 추천도서

학습된 무력감 (Learned helplessness)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심리학자 셀리그만(Seligman)이 제창한 이 말은, 수많은 시도를 했는데 어떤 이유인지 실패를 반복하는 경우, 그 이유들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은 불가능하다고 스스로 결론을 내려 새롭게 시도하지 않으려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나는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무력감은 책읽기에서도 나타납니다. 책을 읽어도 내용이 별로 생각나지 않고, 잊혀져서 다시 읽어도 처음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때가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독서가 과연 필요한 걸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책을 읽은 경험이 오히려 책읽기가 필요 없다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하지만 책읽기를 통해 나타나는 변화는 ‘한순간’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변하게 됩니다. 지금 한권의 책이 이런 변화의 길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하고 촉매제가 되기도 하고 좋은 지도가 되기도 합니다. 욕심 부리지 말고 천천히 한권씩 꾸준하게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가 터지기 전까지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
『꿀꺽, 한 입의 과학』 을유문화사, 2014
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궁금했지만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코, 위, 대장, 항문 등의 소화기관을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타액과 냄새 등에 대해서는 치과의사에게도 전문적인 지식을 꽤 많이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위장관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다는 것을 의아하게 여기면서 소화와 배설 과정을 대화 주제로 올리기를 꺼리는 사람들의 위선을 꼬집습니다. 그는 음식물이 입으로 들어가 식도를 타고 들어가는 과정을 하나의 여행에 비유하며 이 단계들을 거치며 생기는 인간의 화학 현상, 영양분의 배분 등을 과학적 실험과 통계를 통해 자세히 소개합니다. 음식을 분해하는 위가 어떻게 온전한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 바삭한 음식이 왜 맛있는지, 위가 터지기 전까지 얼마나 먹을 수 있는지 등 사람들이 궁금해 했지만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한 이야기가 거침없이 다뤄집니다. 심지어 테러리스트가 왜 항문 등 소화기관에 폭탄을 숨기지 못하는지도 설명합니다. 저자가 독자에게 주문하는 바는 소박하게도 소화기관을 무조건 혐오스럽게 여기지는 말고 재미있게 봐달라는 것뿐이다. ‘달콤 살벌한 소화 기관 모험기’라는 부제에 걸맞게 껄끄러울 수 있는 내장기관에 대한 진실을 유쾌하게 풀었습니다. ‘총, 균, 쇠’란 베스트셀러 책 아시죠? 하지만 이 책은 ‘침, 균, 똥’에 대한 책이랍니다.


요절 시인들이 살아 있는
우리에게 주는 삶의 교훈
『시에 죽고, 시에 살다』 새움, 2014
이 시집은 유명 시인의 작품집이 아닙니다. 그래도 가끔은 시집을 사서 읽었던 저도 아는 시인이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잘 몰랐던 시인들의 삶과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시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요절한 시인들의 작품집이어서 그런지 이승에서의 삶에서 보이는 삶에 대한 치열함이 시 곳곳에 나타납니다. 그런 시의 한 구절 한 구절이 어쩜 그들을 기억하도록 만드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살기 위해 몸부림친 사람들입니다. 이것이 요절 시인들이 살아 있는 우리에게 주는 삶의 교훈이고, 그들의 시가 빛나는 이유이겠지요. 죽음의 언저리를 산책했던 예민한 영혼들의 치열했던 삶과 빛나는 시는, 오늘날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게 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득 또 다른 시집이 사고 싶습니다.


상사가 만들어내는 짜증에는
전력을 다해 싸우는 것이 옳다
『우리는 왜 짜증나는가』 문학동네, 2014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짜증이 납니다. 날씨, 소리, 냄새, 물건, 대화 등 주변 모든 것이 짜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짜증은 삶의 일부분이고 피할 수도 없고, 그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우리를 약 올리고, 판단력을 흐리게 하며, 눈앞에 당면한 일에서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겁니다. 저자는 짜증에 대해서 두 가지 극단적인 대응 방법이 있는 듯하다고 말합니다. 전력을 다해 짜증에 맞서 싸우는 것과, 짜증을 유발하는 요소에 조금도 개의치 않는 초월한 상태가 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앵앵거리는 파리 소리나 지독한 하수구 냄새는 피해 버리면 그만이고, 연인이나 배우자의 못 말리는 습관은, 헤어지거나 죽고 나면 추억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개의치 않으면 됩니다. 하지만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정치인이나, 유치하게 권위적인 직장 상사가 만들어내는 짜증에는 전력을 다해 맞서 싸우는 것이 옳다고 말합니다. 그들을 무시하면서 뒷담화나 하고 경멸하기만 해서는 그 위선과 가식, 부당한 권위를 결코 없애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말한다. 일단 전력을 다해 짜증에 맞서 싸우는 행동을 취하고 나면 더 이상 짜증스럽지 않게 된다고. 요즘 짜증나게 하는 일이 많죠? 가만히 있으라고요?


복잡하고 심란한 마음
이성적 사고로 다스리기
『깊은 마음의 생태학』 김영사, 2014
저는 마음이 너무 심란해지면 일부러 난해한 책을 찾아서 읽습니다. 나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책을 읽고 나면 어느덧 심란한 마음이 없어지고 묘한 해방감을 맛보기도 합니다. 일종의 책중독자의 카타르시스라고나 할까요? 세월호 사건 이후 내내 우울하고 심란한 마음을 추스를 수 없어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책장을 넘기기가 무척 어려웠고 어느덧 눈으로는 읽고 있는데 머리는 텅 비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한국 현대 인문학 사상 가장 깊고 넓고 독창적인 학자로 손꼽히는 김우창 교수의 책으로 2005년 저자가 ‘마음의 생태학’이라는 제목으로 행한 연속강좌와 저자의 에세이로 구성된 ‘이성’에 대한 저자의 오랜 사유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문학, 철학, 경제학, 사회학, 수학, 생물학 등을 망라하며 이성의 탄생과 진화를 살펴봄으로써, 이성과 마음의 문제를 생생하게 파헤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인간중심주의, 자기중심주의에 빠져 세계를 왜곡하고 조종하려는 오늘의 문명에서 ‘깊이’를 회복하고, ‘인간중심주의 이데올로기’를 극복하자고 이야기합니다.
 저자의 어려운 변증적 사유는 복잡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자의 복잡함은 깊은 이론의 성실성을 반영한 삶의 복잡함입니다. 물론 모든 지적 작업이 꼭 복잡해야 진실한 것은 아니겠죠. 모든 것에는 그 길이 있고 진리를 포함합니다. 하지만 모든 진실이 쉬운 것이 될 수는 없습니다. 스피노자는 ‘모든 고귀한 것은 드문 동시에 지극히 어려운 것’이라고 했습니다. 너무나 많은 것을 사색하고 또 알고 있는 저자로서는 ‘복잡함’ 자체가 진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진실은 꼭 단순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이 책으로 복잡함에 대한 이성적 사고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껴보지 않으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