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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인 부대사업 “동네치과 위협 우려”

메디텔에 치과입주 불보듯…주변 개원가 경쟁


지난 9월 18일 오후 3시 30분. 평일 낮임에도 ‘커피 전문점’과 ‘마트’, ‘멀티플라자’ 주변으로 사람들이 북적였다. 백화점을 연상케 하는 이곳은 다름 아닌 A병원 지하 1층.

멀티플라자 안에 들어서자 화장품을 비롯한 의류, 구두, 도서 등을 판매하는 매장이 가득 들어차 있다. 심지어 유명 등산복 매장도 눈에 띈다.


걸음을 옮겨 마트 앞으로 갔다. 사람들로 붐비는 매장 안 모습은 마치 대형 할인마트를 보는 듯했다.


또 다른 대형병원인 B병원과 C병원에서도 이와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B병원 암센터 1층에는 헬스케어샵이 입점해 각종 의료기기와 가발 등을 판매하고 있다. C병원에도 푸드코트 형식의 전문식당가 주변으로 식사하러 나온 사람들이 북적인다. 이들 식당의 음식값은 외부에 있는 일반 식당보다 10~20% 비싼 가격이다. 


이처럼 국내 대형병원 대부분이 병원 내에 각종 부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제 병원에서 환자는 ‘치료의 대상’이 아닌 수익을 남겨야 하는 ‘고객’이다.


한 환자 가족은 “병원에 있다 보면 식당이나 마트 등 부대시설을 자주 이용하게 된다”면서 “병원 부대시설이 편리한 면도 있지만, 환자나 가족에게 돈을 더 많이 쓰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병원 여행업·임대업·숙박업 허용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지난 9월 19일부터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이하 개정령안)을 공포·시행한다고 밝혔다.

의료법인은 앞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업 ▲여행업 ▲목욕장업 ▲숙박업 ▲서점 ▲의류 등 생활용품 판매업 및 식품판매업(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은 제외) 등의 부대사업도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의료관광호텔에 의원급 의료기관이 의료법인(의료기관)에서 개설한 진료과목이 아닌 다른 진료과목을 공간 임대를 통해 개설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세브란스 병원의 ‘안연케어’와 서울대병원의 ‘헬스커넥트’ 등을 예로 들면서 의료법인의 자법인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병원의 경영 환경을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 의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 가중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설명은 논리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다. ‘안연케어’와 ‘헬스커넥트’는 중소병원이 아닌 대학병원의 자회사인데다가 이들 회사가 각종 리베이트 의혹 등 불법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또 정부 정책이 가시화되면 지금도 백화점을 방불케 할 정도로 부대사업을 벌여 수익을 창출하는 대형병원만 더욱 더 상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의료계가 특정병원과 재벌기업 중심의 독점적인 형태로 재편돼 중소병원이나 동네병원이 몰락하고 의료전달체계가 붕괴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치과의 경우 네트워크형 치과병원이 활성화돼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동네 치과의원의 경영 여건은 더 악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형병원이 메디텔(의료관광호텔)을 여러 개 설립하고 공간 임대를 통해 특정 브랜드로 무장한 치과의원을 입점시킬 경우 하나의 병원이 사실상 여러 개의 치과의원을 합법적으로 지배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형병원과 지원체계를 구축한 특정 브랜드의 치과가 동네치과 영역을 침범해 동네치과의 경영환경이 더욱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석균 보건의료정책연합 정책위원장은 “병원 부대사업이 확대됨에 따라 대형병원 집중 현상이 더욱 심화돼 1차 의료기관의 경영 환경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며 “치과의 경우에도 네트워크형 치과병원이 활성화되고 동네 치과의원은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이를 규제할 법이 현재 없으므로 보건의약단체가 앞장서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