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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김동석 원장의 추천도서

심(心)다공증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골다공증은 . 뼈의 주성분인 칼슘과 단백질 등이 빠져나가 뼈가 약해지고 쉽게 부러질 수 있는 상태가 되는 질병입니다. 골절이 쉽게 되고 또 치유도 잘 안되게 됩니다. 만약 뼈가 아닌 우리의 마음이 뭔가 빠져나가서 약해지면 어떻게 될까요? 심다공증에 걸리게 된 사람들은 쉽게 상처받고 상처받은 마음이 잘 치유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뼈가 튼튼해지기 위해 우리는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칼슘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먹습니다. 심다공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마음의 수련이 필요하겠지요. 그 방법 중 가장 좋은 것 중의 하나는 바로 마음의 양식이 되는 양서(良書)를 많이 읽는 것입니다. 책을 통한 마음의 수련은 심다공증에 걸리지 않도록 해줄 겁니다. 꾸준한 섭취가 중요합니다.


깊이 있는 추위가 느껴지는
생생 러시아 여행기
『스파시바, 시베리아』 삼인, 2014
몇 주 전에 보드카를 마시고 취기에 러시아와 보드카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입니다. 술김에 주문을 하고 도착하자마자 2시간 만에 읽었습니다. 사진이 많이 실려 있고 마치 러시아를 내가 여행하는 듯 저자의 생생하고 깊이 있는 글쓰기가 일품인 책입니다. 바로 가수 겸 작곡가인 이지상님의 러시아 여행기입니다. 저자는 2010년 여름부터 해마다 시베리아로 떠났습니다. 책 제목인 스파시바, 얼핏 욕처럼 들리지만 러시아말로 ‘고맙습니다’라는 뜻입니다. 저자는 우수리스크 시장에서 만두 파는 아주머니가 들려준 조금 센 억양의 ‘쓰파씨~바’를 처음 들었을 때,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합니다.
저자인 이지상님은 20여년 한국 사회의 굴곡진 삶을 노래하고 낮고 아픈 사람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런 삶을 지탱해준 그의 표어는 “적당한 갈망, 지나친 낙관”이었다고 하네요. 추운 곳에서 스러져간 항일 투사의 이름을 부르는 대목이나, 강제이주 당한 고려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대목에서는 이 러시아의 여행이 가볍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아름답기는 하지만 실린 모든 사진에서 추위가 느껴집니다. 추운 곳에 가기 싫어하시는 분들이라면 그래서 러시아를 가볼 기회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신다면 대리만족으로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12편의 SF영화와
철학의 흥미로운 만남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책세상, 2014
일단 진지한 철학을 원하신다면 이 책은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생활 자체에서 철학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 책이야 말로 통쾌한 책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SF철학을 얘기합니다. SF철학이란 SF물을 매개로 해서 철학적인 쟁점, 논쟁, 문젯거리, 논증 들을 다루는 것입니다. 대부분 SF물은 외계인, 로봇, 사이보그, 괴물 등 본질적으로 우리에게 낯설거나 타자인 어떤 대상을 대면하게 되는데 이것은 마치 우리 얼굴 바로 앞에 거울을 들이대는 것과 비슷한, 즉 이를 통해 우리 자신을 더욱 분명히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런 지성적 기반을 토대로 열두 편의 SF 영화와 철학을 흥미진진하게 접목시키고 있습니다. 재기 넘치는 유머와 날카로운 지성을 겸비한 저자 마크 롤랜즈는 《프랑켄슈타인에서는 인간 존재의 부조리와 삶의 의미를 묻는가하면, 《매트릭스에서는 앎과 확신의 문제를, 《터미네이터에서는 마음과 육체의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또 반지의 제왕에서는 도덕 상대주의의 문제를 논하고, 블레이드 러너에 이르러 죽음과 삶의 의미를 성찰함으로써, 가볍지만 깊이 있게 철학을 다루고 있습니다. SF영화를 좋아하신다면 앞으로 영화 보는 안목을 더 높여줄 훌륭한 책이 될 것입니다.


스스로 배척하며 고립돼
비유대인이 살기 힘든 나라
『이스라엘에는 누가 사는가』 현암사, 2014
이스라엘 가자지구의 무참한 학살이 있은 후로 출판계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책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 책이 선보인지 6년이 되었지만 올해 처음으로 한국어판이 나온 이유도 거기에 있겠지만 이 책은 진작 나왔어야 할 책임에 틀림없습니다. 일본 세이케이(成蹊)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주임연구원인 저자는 시리아와 이스라엘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이 책이 다른 책과 확연히 구분되는 것은 저자가 직접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이 써있다는 겁니다. 이스라엘의 종교와 키부츠(집단 농장) 등을 현장 르포 방식으로 기술한 이 책에서 어쩜 당연하게도 이스라엘보다는 팔레스타인 편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군사력을 통해 지역사회와 적대하고 주위와의 관계를 스스로 차단한 채 고립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다소 어렵고 지루한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된 이유는 한국어판 서문 때문이었습니다.
저자는 “이스라엘에서 배외(排外)의 정도가 심각해져서 비유대인이 살기 어려운 사회가 되고 있는 것처럼, 중국인과 한국인에 대한 혐오 발언이 힘을 얻고 있는 일본도 그런 경향은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그는 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사회를 관찰할 때마다 일본이 재일(在日) 한국인에게 해온 일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이러한 진솔한 고백을 일본인 저자에게 듣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요.


이론과 현실사이
페미니즘 바라보기
『빨래하는 페미니즘』 민음사, 2014
여성상위시대를 일컬어 여성들이 드디어 남성과 밥을 같이 먹을 수 있게 된, 밥상위에 같이 숟가락을 놓을 수 있게 된 시대가 된 것이라는 조크가 있었습니다. 그 정도로 우리나라는 근대까지 여자와는 겸상(兼床)조차 하지 않던 지독한 남성우월주위의 나라였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여성해방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맞벌이를 하더라고 여자가 집안일을 하면 당연하고 남자가 집안일을 도우면 굉장히 자상한 남편이라고 주위에서 평가하는 것으로 보아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성은 일과 가사, 육아의 의무를 짊어진 채 어깨를 늘어뜨리며 아내와 엄마 그리고 여자의 경계에서 고민합니다. 이 책은 실제로 그런 상태에 놓인 저자가 페미니즘에 대해 고민하는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미국 바너드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후 기자로 활동하며 탄탄대로를 밟는 듯 했던 저자는 결혼, 임신, 출산의 과정을 거치며 가정과 육아를 직장에 우선해야 하는 현실을 만나 타협하고 맙니다. 저자 스테퍼니 스탈은 프리랜서 기자로 전향해 일을 하지만 육아와 가사는 여전히 그의 몫이었습니다. 현실과 타협을 하고서도 저자는 ‘나는 누구인가’를 되뇌며 페미니즘의 근원적 고민에 다시 빠집니다. 결국 저자는 모교로 돌아가 페미니즘 고전 강의를 듣습니다. 이 책은 2년간 수업을 듣게 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 자신의 현실과 비교해 페미니즘을 어떻게 봐야하는 가 등에 대한 저자의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지독하게 현실적인 저자 본인의 모습이 함께 그려져 있어서 읽는 내내 많은 공감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처음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 이외의 책은 또 읽지 않아도 될 만큼 내용이 충실합니다. 페미니즘에 대해 무심했거나 혐오증을 가지셨던 분이라도 오히려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