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지역치과의사회의 한 치과. 요즘 불경기라는 말을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환자가 많다.
속을 들여다보니 해당 지역의 사우나업체와 업무협약(이하 MOU)을 맺고 있는 것.
사우나 정액권을 가지고 있는 환자뿐만 아니라 직원이나 가족, 게다가 지인까지도 해당 치과를 방문하면 혜택을 준다면서 전화예약은 필수라고 안내하고 있다.
또 다른 치과는 OOOOO공무원노동조합과 MOU를 맺고 가족을 포함한 조합원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스케일링은 1만원, 임플란트·틀니·치아교정 등 비보험진료는 15% 할인 등의 진료 혜택을 주고 있다고 노조는 안내했다.
이처럼 일선 개원가에서 지역 내 기업 등과 의료지원 업무협약(이하 MOU)을 맺는 것에 대해 주변 치과의사들의 불만이 크다.
해당 지역사회 총무이사는 “전국적으로 기업과 MOU를 맺고 있는 치과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통상 기업 관련된 곳과 주로 MOU를 맺는데 최근엔 사우나까지 MOU를 맺고 있더라”며 ‘수상한 MOU’에 한탄했다.
그는 “MOU를 맺은 치과의 주변 치과들이 환자가 적어 애를 먹고 있다”며 “MOU를 체결한 주체에 해당되는 환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지인까지도 혜택을 주니 환자 쏠림 현상이 심하다. 공정한 경쟁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 본인부담금 면제·할인 편법으로
그가 설명한 MOU 방식은 이렇다. 보통 규모가 큰 네트워크 치과에서 사무장을 둔다. 이 사무장은 병원에서 근무를 하기도 하지만 각 기업체를 방문해서 MOU를 이끌어낸다.
사무장은 MOU를 맺는 등 외근을 하기 때문에 치과에 내근하는 실장을 한명 지정해 전화예약을 하고 방문하라고 한다. 환자가 일단 실장과 연결돼 내원하면 진료비를 협상하면서 할인을 하게 된다.
이때 진료비를 협의하면서 의료법상 금지된 본인부담금 면제 또는 할인도 서슴지 않는데 비급여진료와 함께 하면서 이를 은근슬쩍 편법으로 처리해 증거를 없앤다.
이런 속속들이 사정까지도 알고 있지만 현행법상 MOU 자체만으로 처벌할 근거는 없어 피해를 입은 주변 치과는 ‘속앓이’만 하고 있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 따르면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 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와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어 MOU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고 ‘소개·알선·유인’ 여부가 문제의 핵심이 된다. 실질적으로 개인 치과들도 대학병원과 MOU를 체결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MOU 자체보다 협약의 내용에 따라 문제의 소지가 발생하게 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해당 지역치과의사회가 의료시장 질서 문란을 이유로 보건소에 항의하고 있지만 처분할 근거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와 답답한 상황이다.
# 환자 유인·알선 주시해야
일부 분회의 경우 내규상으로 기업과의 MOU를 금지하고 있는데 회에 가입한 치과의사만 규제를 적용받아 미가입 회원이 느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저 치과는 하고 있는데 왜 나는 못하냐면서 아예 가입을 꺼린다는 것.
한 개원의는 “젊은 치과의사들이 개원을 하고 동등한 입장에서 자기 실력으로 환자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그렇다면 이를 제재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노려야 할까? 현실적으로 MOU를 제재하려면 법을 바꿔야 하는데 이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현행법에서 금지하는 환자 유인·알선을 잡아내야 한다.
치협 관계자는 “MOU를 맺는 치과가 있으면 해당 지부에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유인·알선 행위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지켜보면 실수하는 부분이 나오기 마련”이라며 “계약서를 쓸 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제시하는지, 기업과 사무장 사이에 금품이 오가지는 않는지, 광고 시 광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았는지 여부 등을 주의 깊게 보고 불법성을 잡아내려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