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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추천도서-변화주기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책을 읽는 것에도 슬럼프가 있습니다. 독서를 습관처럼 꾸준하게 해온 저도 슬럼프에 빠지면 단 한 줄도 읽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극복하는 방법을 오랜 시간을 통해서 얻게 되었습니다. 대단한 방법은 아닙니다. 다름아니라 저 나름대로의 책읽기에 변화를 주는 것입니다. 빨리 읽어 내려가는 것에 익숙해진 상태면 천천히 읽어내려 가는 것을 시도해보고 천천히 읽었던 책을 다시 한 번 빠르게 속독으로 읽어봅니다.
소중하게 생각해서 애지중지했던 책에 과감하게 줄도 그어보고 형광펜으로 표시도 해봅니다. 다시 읽고 싶은 부위를 과감하게 접어서 표시도 해 봅니다. 험하게 다루었던 책이 있었다면 다시 꺼내서 소중하게 한 장 한 장 다시 넘겨도 봅니다.
이렇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책에 접근해보면 전에 없던 빈 틈, 전에 느끼지 못했던 그 책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됩니다. 틈이 생기는 곳에는 창의적인 생각이 꿈틀대고 독서에 대한 본능이 다시 차오르게 됩니다.

다른 시도는 다른 경험을 가져다줍니다. 다른 경험은 새로운 느낌을 주고 그 결과도 달라집니다. 책읽기 뿐 아니라 일상의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른한 봄입니다. ‘변화주기’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과 걷는냐에 따라
매일 걷는 그 길이 180도 달라
『관찰의 인문학』 시드페이퍼, 2015
우리의 생활은 어찌 보면 다람쥐 쳇바퀴같습니다. 늘 가던 길을 가고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도 어제와 오늘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 책의 저자도 그랬습니다. 뉴욕의 늘 다니던 거리는 식상하고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는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을 다른 사람과 함께 걸으며 그 사람의 시각으로 새롭게 바라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보이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은 같은 길을 11명의 다른 사람과 걷게 되면서 새롭게 본 길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지루하게만 보였던 우리의 일상 속에 얼마다 다양한 생각거리가 있는지 우리에게 던져줍니다. 가장 처음 아기와 함께 나선 길은 혼자 걸었던 길과는 다르게 다양한 호기심과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의사의 눈으로 바라본 군중들은 저자가 보았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모두 잠재적 환자들이었으며, 시각장애인과 함께 길을 걸을 때에는 닫혀있던 모든 오감이 열리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주변의 소리와 소음은 음향 엔지니어에게는 한 편의 교향악과 같았고, 타이포그라퍼의 시선은 낡고 흔해빠진 간판 속에서 정교한 미학을 발견해 냅니다. 이처럼 시각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처럼 교육을 통해 훈련된 시각이 있고, 곤충을 찾아다니거나 글씨체를 연구하는 등 취미와 개인적인 열정으로 예민하게 다듬어진 시각도 있습니다. 또 어린아이와 시각장애인, 개처럼 존재 자체의 특성에서 비롯된 독특한 시각도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과 다르게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어째서 우리는 그들과 같은 것을 보지 못하는지 되묻습니다. 이 책을 읽고 늘 지나던 길을 다시 걷고 싶어졌습니다. 아이와 그 길에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예전에 데이트하던 코스를 아내와 함께 다시 거닐며 소소한 이야기도 하고 싶어졌습니다.

‘행복’하고 싶으신가요?
마지막장까지 강렬한 여운이
『행복만을 보았다』 문학테라피, 2015
휴일에 이 책을 읽는데 정확히 140분이 걸렸습니다. 마치 영화 한편을 보듯이 책을 읽어내려 갔고 책을 덮을 때에는 영화관에서 묘한 감정에 휘말려 엔딩자막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설책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짧고 강렬함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이 책은 프랑스에서는 소설 좋아하는 사람이면 거의 다 읽은 책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어찌보면 흔한 주제인 가족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용의 전개는 전혀 흔하지 않고 오히려 우울하고 유쾌하지 않은 줄거리가 계속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 내용을 쉽게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정말 영화나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가 실제로는 어디선가 누군가는 살아내고 있는 삶이라는 생각이 뼈에 사무치게 든다는 것입니다. ‘인생이란 결국 힘겹더라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것을 주인공의 ‘치유’함으로 보여줍니다.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중단할 수 없는 책이었습니다. 힘들어도 ‘행복’하고 싶으신가요? 이번에는 영화관 말고 이 책 어떨까요?

지구상 공존하는 수많은 생물
왜 존재하는지 상상해 보다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 은행나무, 2015
이 책을 읽고 나서 지구에 존재하는 경이로운 생물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없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사실 평생 가볼 일 없는 심해 깊은 곳에 사는 생물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입니까?… 라고 치부해버리면 이 책은 그냥 우화집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열린 눈으로 이 책을 바라본다면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이 책의 부재가 ‘공존하려는 인간에게만 보이는 것들’이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함께 이 지구를 살아가는 한 생물로서 다른 생물과 공존하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영국의 환경·인권 전문가인 저자 캐스퍼 핸더슨은 이 책에서 상상하기 힘들지만 엄연히 지구상에 존재하는 기이하지만 재미있는 생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웃는 얼굴같은 귀여운 아홀로틀, 털북숭이 앞다리(가슴다리)가 달린 예티게, 이틀 만에 수정란 안에서 완전한 물고기 형태가 완성되는 제브라피시, 장미 가시 같은 가시가 온몸에 나 있는 가시도마뱀처럼 생소한 것부터 돌고래, 일본원숭이, 복어 등 익숙한 것까지… 하지만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이야기는 전혀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 여기에 인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책이 신기한 생물들을 흥밋거리로 소개하는 책이라고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읽어내려 가다 보니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신화, 문학, 역사 등을 넘나드는 저자의 식견과 해박함 유머에 동화되어 가게 됩니다. 저자는 이 책을 두고 “존재의 이유를 더 잘 이해하고 상상하려는 시도”라고 말합니다. 상상하기 어려운 동물들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우리들 인간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다른 생명들을 위협하고 무시하면서 ‘파괴자’ 노릇을 해온 인간으로서 이런 포용력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흔히 다른 저자가 이런 종류의 책에서 말하는 환경 보호니 생명 존중 같은 메시지는 드러나 있지도 않고 강조하지도 않습니다.

또한 윤리적 반성을 촉구하지 않습니다. 다만 모든 생명이 공존하기 위해 인간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되는 책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이 신기한 생물들에 대해서 어떻게 다시 재미있게 얘기해줄까 고민에 빠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