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땐 이런 질문을 해봐라. 늙어서까지도 이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이외에 다른 모든 건 일시적일 뿐이다.”(니체), “어떤 수를 다해서도 결혼해라. 좋은 아내를 만나면 행복할 것이고, 나쁜 아내를 만나면 철학자가 될 것이다.”(소크라테스)
철학자들에게도 결혼은 답을 찾아야 할 주요 명제였다. 배우자가 나를 너무 잘 알아도 혹은 너무 몰라도 문제일 것 같은 고민 속에서 같은 치과의사를 배우자로 맞은 부부치과의사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전국에 걸린 ‘부부치과’ 간판 수는 365개. 이 숫자의 두 배수만 해도 드러난 부부치과의사는 700명 이상이다. 실상은 이보다 많은 부부치과의사들이 주위에 있다.
이들의 첫 만남은 자연스럽게 치대 재학시절이나 수련의 시절에 이뤄진 경우가 많다. 예과 첫 수업에서 첫눈에 반해 연애를 시작한 커플도 있고, 그냥 같은 과 아는 오빠, 아는 동생 사이에서 결혼을 하게 된 커플도 있다.
이들의 특징은 치의학도라는 특성 상 연애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같이 공부를 하며 보냈다는 것.
아내와 대학 1학년 때부터 꼬박 7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는 한 원장은 “학교 다닐 때 둘이서 교재를 하나만 사서 공부하곤 했다.
필기가 많은 강의는 서로 반씩 나눠서 했다”며 “교재가 하나니 싸운 날도 공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나곤 했던 것이 추억이라면 추억”이라고 말했다.
졸업 후 소개팅이나 선을 통해 같은 치과의사를 소개 받은 경우도 있다. 소개를 통해 다른 대학 출신 치과의사를 만났다는 한 원장은 “전문직 종사자를 찾다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나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문지식에 관해서나 하는 일에 대해서나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이 좋다”며 “수입적인 측면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각자 병원 운영-경영·진료 독립성 고려 수익도 더 높아
개원 시에는 따로 병원을 해야 할지, 함께 ‘부부치과’ 간판을 걸어야 할지를 고민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각자 병원을 운영하는 경우는 본질적으로 독립성이 강한 치과의사의 기질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개원의는 “나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자신의 진료철학이나 병원운영에 간섭을 받기 싫어한다. 한 오케스트라에 지휘자가 둘인 경우를 생각해 보라”며 “각자 병원의 경영방식, 지출과 수입에 대해 일체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한 쪽이 교정이나 소아치과와 같은 전공자이면서 특화된 진료를 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병원을 분류해 운영하고 있었다.
따로 병원을 운영할 때의 장점은 무엇보다 ‘독립성’을 꼽았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인테리어나 장비, 재료구입에서부터 병원운영방식까지 자유롭다는 것이 따로 병원을 하는 이유였다.
한 원장은 “나와 아내가 재료를 쓰는 스타일이 다르다. 내가 이 제품, 저 제품, 신제품까지 다양하게 쓰는 편이라면, 아내는 한 회사 제품을 적정수량만 구입한다. 지금도 아내가 가끔 너무 낭비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데 같이 병원을 했더라면 잔소리가 더 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적인 측면에서도 따로 병원을 운영할 때 더 수익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병원 운영을 따로 할 경우 건물임대료와 장비 및 재료구입비, 인건비 등이 이중으로 지출되는 면이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두 개의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또 어느 한쪽 병원의 경영이 어려워질 경우 배우자의 병원이 보험의 성격으로 인식돼 안심이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단점은 여자 원장의 경우 위협적이고 관리가 안 되는 환자를 만났을 때, 장비나 설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등 남편과 같이 병원을 했으면 해결이 수월했을 것 같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아쉬움이 든다고 밝혔다.
#같이하는 부부 치과- 효율적 가사분담 만족
치과를 함께 운영하는 부부치과 원장들이 꼽는 장점은 단연 ‘육아와 자녀교육’이다.
치과의사의 삶을 영위하면서도 서로 스케줄을 조정해 진료를 보지 않는 시간에는 가정생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자녀 육아와 교육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광주의 한 부부치과 원장은 “사람의 성공을 평가하는 기준은 돈, 명예, 자식이라고 생각하는데 치과의사로서 돈, 명예 정도는 따라오지만 자식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 치과를 운영하는 경우에는 육아나 교육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전공과목이 다를 경우 효율성까지 거머쥘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남편이 소아치과를 전공하고 아내가 교정과를 전공한 경우 확실한 분업으로 다양한 환자를 볼 수 있다.
자신이 필요한 진료를 해줄 페이닥터 인건비를 줄이는데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서울 은평구의 한 원장의 평가도 비슷하다. 따로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부부치과의사들에 비해 수익은 좀 떨어질 수 있어도 가정생활의 안정감은 훨씬 높다는 의견이다.
그는 “부부가 함께 치과를 운영하며 산술적인 수익과는 비교 할 수 없을 만한 ‘안정적인 가정’이라는 큰 수익을 얻고 있기에 개별 운영 치과에 대한 미련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원장 부부 역시 전공과목이 달라 아내가 주 2회 정도 출근을 해 함께 진료를 하며 하루정도는 아내가 전공과목인 치주진료만 전담해 진료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반면,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치과의 단점은 각자의 영역, 즉 혼자만의 시간이나 비밀을 갖기가 어렵다는 것. 주로 남편 쪽에서 나오는 볼멘소리다.
한 원장은 “치과 내에서 사생활이 없다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라며 “모든 스케줄이 공지되고, 예측이 가능한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게 답답하게 느껴질때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아내와 치과를 따로 하는 경우 이 같은 이유를 대는 남자 치과의사들이 많았다. 한 원장은 “병원을 따로 해도 서로 인맥이 겹쳐 내 일거수일투족을 아내가 모두 꿰고 있다. 병원까지 같이 했으면 더 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함께 부부치과를 운영하는 원장들의 결론은 동일했다. 미혼 후배들에게 틈 날 때마다 부부치과를 ‘강추’ 한다는 것.
한 원장은 “둘 다 개원의이기 때문에 서로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모교에서 본과 임상수업을 지도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항상 부부치과 커플을 ‘강력 추천’ 하고 있다.
실제로 커플이 된 후배들도 있다”며 “전문 지식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하는 일이 같다보니 업무에서 느끼는 고민, 어려운 점 등이 비슷해 대화가 잘 통하고 공감도도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장은 “자녀의 존경심은 덤이다. 우리 부부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확고하게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는 얘기를 할 때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